송강은 친히 선봉에 서서 큰 붉은 ‘수(帥)’ 자가 써진 깃발을 앞세우고, 네 두령과 150기 군마, 1천 보군을 거느리고 축가장으로 진격하여 독룡강 앞에 당도하였다.
송강이 말을 세우고 축가장을 바라보니 과연 웅장하였다. 문루 양 쪽에 백기가 서 있는데 이렇게 쓰여 있었다.
“수박을 메워 조개를 생포하라!” “양산을 짓밟아 송강을 사로잡아라!” 송강은 그걸 보고 크게 노하여 맹세했다.
“내가 축가장을 때려 부수지 못하면 영원히 양산박으로 돌아가지 않겠다!” 여러 두령들도 일제히 분노했다.
송강은 후대가 모두 도착한 것을 보고, 제2대는 남아 앞문을 공격하게 하고, 송강은 전군을 인솔하여 독룡강 뒤로 돌아갔다. 축가장을 보니 뒤쪽은 담장이 모두 구리와 쇠로 되어 있어 아주 튼튼했다.
바라보고 있는데 서쪽에서 한 떼의 군마가 함성을 지르며 돌격해 왔다. 송강은 마린과 등비를 남겨 축가장의 뒷문을 지키게 하고, 자신은 구붕·왕영과 함께 군대 절반을 이끌고 대적하였다.
그때 산언덕 아래에서 약 2,30명의 기마병이 한 여장군을 에워싸고 달려 나왔다. 호가장의 여장군 일장청 호삼랑이 푸른 갈기가 휘날리는 말을 타고 한 쌍의 일월도를 휘두르며 4~5백의 장객을 거느리고 축가장을 구원하러 왔다. 송강이 말했다.
“호가장에 대단한 여장군이 있다고 하더니 바로 이 사람인가 보다. 누가 그녀를 대적하겠는가?”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호색한 왕영이 ‘여장군’이라는 말을 듣고 사로잡으려고 손에 쟁을 들고 함성을 지르며 말을 몰아 달려 나갔다.
양군에서 함성이 울리자 호삼랑이 말을 박차고 칼을 춤추며 달려 나와 왕영과 맞붙었다. 한 사람은 쌍도를 잘 쓰고, 한 사람은 단쟁(短鎗)이 출중했다.
두 사람은 10여 합을 싸웠다. 송강이 말 위에서 바라보니 왕영의 쟁법이 흐트러지는 것 같았다.
원래 왕영은 일장청을 보자마자 사로잡고 싶었지만 10여 합을 싸우다 보니 점점 손이 떨리고 다리가 마비되어 쟁법이 어지러워졌다.
둘의 싸움이 다소 느슨해지자 왕영은 수작을 걸어보려고 했다. 일장청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심중으로 생각했다.
“이놈이 감히 무례하게!” 쌍도를 아래위로 휘두르며 세차게 달려들자 왕영은 더 이상 대적하지 못하고 말을 돌려 달아나려고 했다.
그 순간 일장청이 오른손에 쥔 칼을 안장에 걸어 놓고 말을 몰아 추격하여 원숭이처럼 긴 팔을 뻗어 왕영을 붙잡아 안장에서 끌어내렸다.
호가장의 장객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쓰러뜨리고 끌고 갔다. 구붕은 왕영이 잡혀 가는 것을 보고 쟁을 들고 구원하러 달려 나갔다.
일장청이 칼을 휘두르며 말을 몰아 나와 구붕을 대적하였다. 둘은 맞붙어 싸웠다.
원래 구붕은 조상 때부터 군관 출신이라 철쟁을 잘 다루었다. 송강은 보면서 마음속으로 갈채를 보냈다.
구붕의 쟁법이 아주 뛰어났지만 여장군을 조금도 압도하지 못했다. 등비는 멀리서 왕영이 붙잡혀 가고 구붕도 여장군을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 쇠사슬을 휘두르며 함성을 지르면서 달려 나갔다.
축가장 쪽에서도 한동안 지켜보다가 일장청이 실수할까 염려되어 황망히 조교를 내리고 장원 문을 열더니 축룡이 3백여 명을 이끌고 쟁을 들고 말을 몰아 송강을 잡으러 달려들었다.
마린이 그걸 보고 쌍도를 휘두르며 축룡을 맞아 싸웠다. 등비는 송강이 다칠까 염려되어 좌우를 떠나지 못했다.
양쪽에서 한창 싸움이 벌어지고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송강은 마린이 축룡을 이기지 못하고, 구붕도 일장청을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 당황하고 있었다.
그때 한 떼의 군마가 옆에서 달려 나왔다. 송강은 보고 기뻐하였다. 바로 벽력화 진명이 장원 뒤편에서 싸움이 벌어졌다는 것을 듣고 구원하러 온 것이었다. 송강이 소리쳤다.
“진통제! 마린과 교체하시오!” 진명은 성질도 급한 사람인데다 제자 황신이 축가장에 사로잡혀 갔기 때문에 기분이 몹시 상한 터라 말을 박차고 낭아곤을 휘두르며 곧장 축룡에게 달려들었다.
축룡도 쟁을 들고 진명을 맞아 싸웠다. 마린은 그 틈에 왕영을 구하려고 달려갔다.
일장청은 마린이 왕영을 빼앗으려고 달려오는 것을 보고 구붕을 제쳐두고 마린을 맞아 싸웠다. 두 사람이 쌍도를 휘두르며 말 위에서 싸우는데, 마치 바람에 옥가루가 날리는 듯하고 옥 같은 꽃에 눈발이 휘날리는 것 같았다.
송강은 그걸 보면서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진명과 축룡이 10여 합을 싸웠는데, 축룡은 진명을 당해내지 못했다.
장원에서 사범 난정옥이 철추(鐵鎚)를 가지고 말에 올라 쟁을 들고 달려 나왔다. 구붕은 난정옥을 맞이하여 싸웠다.
난정옥은 바로 교전하지 않고 쟁을 쥐고서 비스듬히 달아났다. 구붕이 추격하다가 난정옥이 날린 철추를 맞고 말에서 떨어졌다. 등비가 소리쳤다.
“얘들아! 어서 구해라!” 등비는 쇠사슬을 휘두르며 난정옥에게 달려들었다.
송강은 급히 졸개들을 불러 구붕을 구해 말에 태우게 하였다. 축룡이 진명을 당해내지 못하고 말을 박차고 달아나자 난정옥이 등비를 제쳐두고 진명과 싸웠다.
두 사람이 1~20합을 싸웠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다. 난정옥은 파탄 난 척하며 큰길이 아닌 황야로 달아났다.
진명이 낭아곤을 휘두르며 추격했다. 난정옥은 무성한 풀숲으로 들어갔다.
진명은 그것이 계략인 줄 모르고 뒤따라 들어갔다. 원래 축가장에서는 곳곳에 사람을 매복시켜 놓았던 것이다.
진명의 말이 풀숲으로 들어오자 반마삭(絆馬索)을 당겨 말과 사람이 한꺼번에 넘어지자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어 진명을 사로잡았다.
등비는 진명이 말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황망히 구하려 했지만 반마삭을 보고 급히 몸을 돌렸는데, 양쪽에서 함성이 일어나면서 갈고리가 어지럽게 달려들어 말 위에서 사로잡히고 말았다.
송강은 그걸 보고 ‘아이고!’ 비명을 지르며 구붕만 겨우 구해 말에 태웠다. 마린은 일장청을 제쳐두고 급히 달려와 송강을 보호하여 남쪽으로 달아났다.
배후에서는 난정옥・축룡・일장청이 추격해 왔다. 점점 길은 없어지고 마침내 사로잡히게 될 찰나 남쪽에서 한 호걸이 나는 듯이 말을 몰아오는데 뒤에는 약 5백 인마가 따르고 있었다.
송강이 보니 몰차란 목홍이었다. 동남쪽에서도 3백 인마를 이끌고 두 호걸이 달려오고 있는데, 병관색 양웅과 반명삼랑 석수였다. 동북쪽에서도 한 호걸이 나타나 소리쳤다.
“물러서라!” 송강이 보니 소이광 화영이었다.
세 방면의 인마가 일제히 다가오자 송강은 크게 기뻐하며 힘을 합쳐 난정옥과 축룡을 대적하였다. 장원에서는 두 사람이 불리해진 것을 보고, 축호는 문을 지키게 하고 축표가 사나운 말을 타고, 장쟁을 들고, 5백 인마를 인솔하여 뒷문으로 달려 나왔다. 혼전이 벌어졌다.
장원 앞쪽에서는 이준・장횡・장순이 해자를 건너려 하였으나 장원에서 어지럽게 화살을 쏘아대는 바람에 성공하지 못하고, 대종과 백승은 물가에서 소리만 질러댔다.
송강은 날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급히 마린을 불러 먼저 구붕을 보호하여 마을 입구로 돌아가게 하였다. 송강은 또 졸개들에게 징을 울리게 하여 두령들을 불러 모아 싸우면서 달아나게 하였다.
송강은 형제들이 길을 잃을까 염려하여 직접 길을 찾아서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장청이 나는 듯이 달려 왔다. 송강은 어찌할 바를 몰라 말을 박차고 동쪽으로 달아났고, 배후에서는 일장청이 바짝 추격해 왔다.
8개의 말발굽이 마치 바닥에 잔을 엎어놓은 것처럼 어지럽게 내달렸다. 송강이 달아나다가 막다른 곳에 이르자 일장청이 바짝 쫓아와 막 손을 뻗으려 할 때 산언덕 위에서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다.
“어떤 좆같은 년이 우리 형님을 쫓고 있느냐!” 송강이 보니 흑선풍 이규가 쌍도끼를 휘두르며 7,80명의 졸개를 이끌고 달려왔다.
일장청은 말을 돌려 숲속을 향해 달아났다. 송강이 말을 멈추고 바라보니 숲 옆에서 10여 명의 기마군이 나타났는데, 앞장선 장군은 바로 표자두 임충이었다. 임충이 말 위에서 크게 소리쳤다.
“네 이년! 어딜 달아나느냐!” 일장청이 칼을 휘두르며 말을 몰아 곧장 임충에게 달려들었다.
임충은 장팔사모(丈八蛇矛)를 들고 대적하였다. 두 사람이 10합을 채 싸우지 않았는데, 임충이 파탄 난 척하자 일장청의 쌍도가 베어 들어왔다.
임충은 장팔사모로 막으면서 쌍도가 비스듬히 들어오자 쳐내 버리고 긴 팔을 가볍게 뻗어 일장청의 허리를 잡고 끌어당겨 사로잡았다.
송강은 그걸 보고 갈채하며 기뻐하였다. 임충은 군사들에게 일장청을 포박하게 하고 말을 몰아 송강 앞으로 와서 말했다.
“형님!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송강이 말했다.
“다친 데는 없소.” 송강은 이규를 불러 마을로 가서 두령들을 접응하여 마을 입구로 돌아오라고 하였다.
하늘이 이미 어두워지자 더 이상 싸울 생각도 없었다. 흑선풍은 본부 인마를 이끌고 갔다.
임충은 송강을 보호하면서 일장청을 말에 태워 마을 입구로 돌아왔다. 그날 밤 여러 두령들도 형세가 좋지 않음을 알고 모두 급히 마을 입구로 돌아왔다.
축가장의 인마도 병력을 거두어 장원으로 돌아갔다. 온 마을에 죽은 자가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었다.
축룡은 사로잡은 사람들을 모두 함거에 가두어 두고, 송강을 붙잡으면 함께 동경으로 압송하여 상을 청하려고 했다. 호가장에서는 사로잡은 왕영을 축가장으로 보냈다.
송강은 부대를 모두 마을 입구로 철수하고 목책을 세웠다. 네 명의 소두목과 20명의 노련한 졸개들로 하여금 일장청의 두 손을 묶어 말에 태우게 하고 분부했다.
“양산박으로 데려가서 내 부친 송태공에게 맡기고 돌아와 보고하라. 내가 산채로 돌아가 처리하겠다.” 여러 두령들은 모두 송강이 그녀를 원하는 줄 알고 조심해서 보냈다.
그리고 부상당한 구붕도 수레에 태워 산채로 보내 휴식하게 하였다. 일행은 명을 받고 그날 밤 떠났다. 송강은 그날 밤 장막 안에서 고민하느라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앉아서 새벽을 맞았다. 다음 날, 정탐꾼이 와서 보고했다.
“오용 군사께서 삼완 두령과 여방·곽성, 그리고 5백 인마를 거느리고 오셨습니다.” 송강은 진을 나가 오용 등을 맞이하여 중군 막사로 인도했다.
오용이 술과 음식을 가져와 송강에게 잔을 권하여 위로하고, 삼군의 장병들도 포상하고 위로했다. 오용이 말했다.
“산채의 조두령께서 형님이 불리하다는 것을 듣고 특별히 저 오용과 다섯 두령을 보내 싸움을 도우라고 하셨습니다. 전세가 어떻습니까?” 송강이 말했다.
“아주 어렵습니다. 저 축가장 놈들이 장원 문 양쪽에 백기를 세웠는데, ‘수박을 메워 조개를 생포하라! 양산을 짓밟아 송강을 사로잡아라!’라고 쓰여 있습니다. 저 무례한 놈들이 먼저 공격해 왔는데, 우리가 지리를 잃어 양림과 황신이 사로잡혔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밤중에 진격했다가 또 일장청에게 왕영이 사로잡히고, 난정옥의 철추에 구붕이 다쳤으며, 반마삭에 진명과 등비가 걸려 사로잡혔습니다. 그렇게 전세가 불리했습니다. 만약 임충이 일장청을 사로잡지 못했더라면 예기가 완전히 꺾일 뻔했습니다. 이제 어떡하면 좋겠습니까? 만약 축가장을 깨뜨려 형제들을 구출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이곳에서 죽을지언정 무슨 면목으로 조개형님을 뵙겠습니까?” 오용이 웃으며 말했다.
“저 축가장은 마땅히 패할 것입니다. 마침 기회가 찾아왔으니, 하루아침에 격파할 수 있을 겁니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한편으로 기쁘고 한편으로는 놀라면서 황망히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