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120. 121 122 편

2024. 12. 21. 07:48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120

수호지 제50회-1

오용이 대종에게 말했다.

“산채로 가서 철면공목 배선, 성수서생 소양, 통비원 후건, 옥비장 김대견을 빨리 데리고 오게. 내가 쓸 데가 있네.”
대종은 떠나갔다.
군사가 와서 보고했다.

“서촌 호가장의 호성이 소와 술을 가지고 와서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송강이 들어오게 하였다.
호성은 중군 장막 앞에 와서 재배하고 간절히 아뢰었다.

“저의 누이가 일시적으로 성급하였고, 나이도 어린데다 세상 물정을 몰라 잘못 존안을 범했습니다. 그래서 사로잡혔는데, 장군님의 너그러운 용서를 바랍니다.
누이가 본래 축가장과 약혼한 상태이고 일시적으로 만용을 부리다가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장군님께서 풀어주시면 필요한 물품은 뭐든지 명대로 받들어 올리겠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일단 앉아서 얘기를 나눕시다. 축가장 저놈들이 무례하게도 평소에 우리 산채를 모욕했기 때문에 우리가 원한을 갚고자 병력을 일으킨 것이지, 당신네 호가장과는 아무런 원한이 없습니다.
다만 당신 누이가 우리 왕영을 사로잡아 갔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가로 누이를 사로잡았던 겁니다. 왕영을 돌려보내면 우리도 누이를 돌려주겠소.”
호성이 말했다.

“예기치 않게 축가장에서 와서 그를 뺏어 갔습니다.”
오용이 말했다.

“그럼 왕영은 지금 어디 있소?”
호성이 말했다.

“지금 축가장에 억류되어 있으니 소인이 어찌 감히 데려올 수 있겠습니까?”
송강이 말했다.

“당신이 왕영을 돌려주지 못한다면 우리도 어찌 당신 누이를 돌려줄 수 있겠소?”
오용이 말했다.

“형님! 그렇게 말씀하지 마시고 제 말을 들어보십시오, 이후로 축가장에서 어떤 말을 하더라도 당신네 장원에서는 결코 사람을 보내 구원하지 마시오.
그리고 만약 축가장에서 당신네 장원으로 달아나는 자가 있으면 붙잡아 우리에게 넘겨주시오. 그러면 당신 누이도 돌려주겠소.
하지만 누이는 지금 본채에 없고 지난날에 양산박 산채로 보내 송태공의 보살핌을 받고 있소. 당신은 안심하고 돌아가시오. 우리에게 방도가 있습니다.”
호성이 말했다.

“이번에는 결코 축가장을 돕지 않겠습니다. 만약 그쪽에서 우리 장원으로 오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붙잡아 장군 휘하에 바치겠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그렇게 해주시면 황금이나 비단을 보내는 것보다 나을 것입니다.”
한편, 손립은 ‘등주 병마제할 손립’이라는 깃발을 들고 일행을 이끌고 축가장의 뒷문으로 갔다.

장원 담장 안에서는 등주 깃발을 보고 안으로 들어가 보고했다.
난정옥이 등주의 손제할이 만나러 왔다는 것을 듣고, 축씨 삼걸에게 말했다.

“저 손제할은 나의 형제로 어릴 때부터 같은 스승에게서 무예를 배웠소.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왔는지 모르겠소.”
난정옥은 20여 명의 인마를 데리고 나가 장원 문을 열고 조교를 내려 맞이했다.
손립 일행이 말에서 내려 인사를 마친 다음 난정옥이 물었다.

“아우는 등주를 지키고 있는데, 여기는 어떻게 왔는가?”
손립이 대답했다.

“총병부(總兵府)에서 문서를 보내 이곳 운주를 지키고 양산박 도적을 방비하라고 나를 보냈습니다. 길을 지나다가 형님이 여기 축가장에 있다는 말을 듣고 만나러 왔습니다.
원래는 앞문으로 오려고 했는데, 마을 입구에 많은 군마가 있는 것을 보고 부딪치고 싶지 않아 길을 물어 소로로 와서 장원 뒷문으로 온 겁니다.”
“며칠 동안 양산박 도적들과 싸워 이미 두령 몇 놈을 사로잡아 장원 안에 가두어 두었네. 수괴 송강만 잡으면 한꺼번에 관아로 압송할 거야.
천행으로 아우가 이곳에 와서 지키게 되었으니 참으로 금상첨화(錦上添花)이고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것과 같네.”
손립이 웃으며 말했다.

“아우가 비록 재주 없지만, 저놈들을 붙잡는데 협력하여 형님이 공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난정옥은 크게 기뻐하며, 일행을 장원 안으로 인도하고 다시 조교를 올리고 장원 문을 닫았다.

손립 일행은 수레와 말을 정돈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대청으로 가서 축조봉과 축씨 삼걸을 만나 인사했다. 난정옥이 축조봉에게 말했다.

“저의 아우 손립은 별명이 병울지인데, 등주의 병마제할로 있습니다. 지금 총병부의 명을 받고 이곳 운주를 지키러 왔습니다.”
축조봉이 말했다.

“그럼 이 늙은이도 그 치하에 있습니다.”
손립이 말했다.

“비천한 직책이라 말하기도 부끄럽습니다. 조만간 조봉 어른의 도움과 가르침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축씨 삼걸이 일행에게 자리를 권하자, 손립이 말했다.

“연일 싸우느라 피곤하시겠습니다.”
축룡이 말했다.

“아직 승부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말 타고 오시느라 피로하시겠습니다.”
손립은 고대수에게 악대낭자를 데리고 후당으로 가서 가족들에게 인사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손신·해진·해보를 불러 인사시키며 말했다.

“이 세 사람은 저의 아우들입니다.”
악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은 운주에서 파견한 관원입니다.”
추연과 추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두 사람은 등주에서 데리고 온 군관입니다.”
축조봉과 세 아들은 총명한 사람들이었지만 손립의 가족도 있고 많은 짐 보따리와 수레가 있는데다 난정옥 사범의 형제라 하니 의심할 수가 없었다.

소와 말을 잡아 연회를 열어 환대하였다.
이틀이 지나고 사흘째 되는 날, 장원 병사가 보고했다.

“송강이 또 군마를 이끌고 장원으로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축표가 말했다.

“내가 나가서 그 도적놈을 잡아오겠습니다.”
장원 문을 나가 조교를 내리고 백 여 명의 기마군을 이끌고 출전하였다.

한 떼의 군마가 달려 나와 대적하였다.
약 5백 명 정도 되고 앞장선 두령은 활을 메고 쟁을 휘두르며 말을 박차고 오는데 바로 소이광 화영이었다.

축표는 쟁을 들고 말을 몰아 앞으로 나아갔다.
화영이 축표와 독룡강 앞에서 싸움을 벌였는데, 10여 합을 싸웠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다.

화영이 파탄 난 척하며 말을 돌려 달아났다.
축표가 막 추격하려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추격하지 마십시오! 암기(暗器)를 방비하십시오! 그는 활을 잘 쏘는 사람입니다!”
축표는 그 말을 듣고 추격을 멈추고 인마를 이끌고 장원으로 돌아왔다.

화영도 군마를 이끌고 돌아갔다.
축표는 대청 앞에서 말을 내려 후당으로 가서 술을 마셨다.
손립이 물었다.

“소장군은 오늘 도적을 잡았습니까?”
축표가 말했다.

“저 도적놈들 중에 소이광 화영이란 놈이 있는데 쟁법이 대단했습니다. 50여 합을 싸우다가 그놈이 달아났습니다.
내가 막 추격하려다가, 군사들이 그놈이 활을 잘 쏜다고 하길래 병력을 거두어 돌아왔습니다.”
손립이 말했다.

“제가 재주는 없지만 내일 몇 놈 잡아 보겠습니다.”
그날 연석에서 악화에게 노래를 부르게 했더니 사람들이 모두 기뻐하였다.

밤에 연석을 파하고 또 하룻밤을 쉬었다.
나흘째 되는 날 정오에 장원의 병사가 또 보고했다.

“송강의 군마가 또 장원으로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축룡·축호·축표가 갑옷을 입고 장원 앞문으로 나와 보니 멀리서 징소리와 북소리가 울리면서 함성을 지르고 깃발을 흔들며 앞에 진세를 펼치고 있었다.

축조봉은 장원 문 위에 앉아 보고 있었는데, 왼쪽에는 난정옥이 오른쪽에는 손립이 앉아 있었다.
축가삼걸은 손립이 데리고 온 사람들과 함께 문 양쪽에 진을 벌렸다.

송강의 진에서 표자두 임충이 큰소리로 욕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축룡은 분노하여 조교를 내리게 하고 쟁을 들고 말에 올라 1~2백 인마를 거느리고 함성을 지르며 곧장 임충의 진으로 돌격하였다.

장원 문 아래에서도 북을 울리고 양쪽에서 궁노를 발사하여 전열을 멈추게 하였다.
임충이 장팔사모를 들고 축룡과 교전하였다.

30여 합을 싸웠는데 승부가 나지 않았다.
양편에서 징을 울려 각기 말을 돌렸다.

축호가 크게 노하여 칼을 들고 말에 올라 진 앞으로 달려 나와 송강과 결전하자고 소리쳤다.
송강의 진에서는 몰차란 목홍이 출전하여 축호와 교전하였다.

둘은 30여 합을 싸웠는데 승부가 나지 않았다.
축표가 그걸 보고 대노하여 쟁을 들고 말에 올라 2백 명의 기마를 이끌고 진 앞으로 달려 나왔다.

송강의 진에서는 병관색 양웅이 말을 타고 쟁을 들고 나와 축표와 교전하였다.
손립은 두 부대가 싸우는 것을 보고 있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신을 불러 명했다.

“내 채찍과 쟁을 가져오너라!”
손립은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자신의 말 오추마(烏騅馬)에 올랐다.
팔뚝에는 대나무로 만든 채찍을 걸고 손에는 쟁을 들었다.

축가장에서 징을 울리자 손립이 진 앞으로 나섰다.
송강의 진에서는 임충·목홍·양웅이 말을 세우고 진 앞에 서 있었다.
손립이 말을 몰아 나오며 말했다.

“내가 저놈들 잡는 것을 보시오!”
손립은 말을 세우고 소리쳤다.

“너희 도적놈 중에 싸우고 싶은 놈은 나와서 나와 결전하자!”
송강의 진에서 말방울소리가 울리면서 한 기마가 나오는데 사람들이 보니 반명삼랑 석수였다.

석수가 달려 나가 손립과 교전했다.
싸움이 50여 합에 이르러 손립이 빈틈을 보이자 석수가 쟁으로 찌르며 들어왔다.
순간 손립이 슬쩍 피하면서 석수를 가볍게 붙잡아 와서 장원 앞에 내던지며 소리쳤다.

“묶어라!”
축가삼걸이 송강의 진으로 일제히 쳐들어가자 모두 달아났다.

삼걸은 군대를 거두어 문루로 돌아와 손립을 보고 모두 두 손을 맞잡으며 공경을 표했다.
손립이 물었다.

“모두 몇 놈이나 잡았습니까?”
축조봉이 말했다.

“처음에 시천이란 놈을 잡았고, 다음에는 간첩 양림을, 그 다음에는 황신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호가장의 일장청이 왕영을 잡았으며, 싸움터에서 진명과 등비를 잡았습니다.
지금 또 장군께서 석수를 잡았는데, 이놈이 바로 우리 객점에 불을 지른 놈입니다. 모두 일곱 명입니다.”
손립이 말했다.

“한 놈도 상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죄수를 싣는 수레 7량을 빨리 만들고 술과 음식을 주어 몸을 잘 보양하게 해야 합니다. 굶주려서 몸을 상하게 하면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다음에 송강을 잡아 한꺼번에 동경으로 압송하면 축가장 삼걸의 이름을 천하에 떨치게 될 겁니다.”
축조봉이 사례하며 말했다.

“다행히 제할의 도움을 받게 되어 이제 양산박은 멸망할 것입니다.”
축조봉은 손립을 후당으로 청하여 연회를 열었다. 석수는 죄수 수레에 갇혔다.

본래 석수의 무예가 손립보다 못하지 않았는데, 축가장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일부러 손립에게 잡힘으로써 손립을 믿게 하려는 의도였다.

손립은 또 몰래 추연・추윤・악화로 하여금 문과 출입로 등을 파악해 두게 하였다.
양림과 등비는 추연과 추윤을 보고 심중으로 기뻐하였다.

악화는 사람이 없을 때 잡혀 있는 두령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고대수와 악대낭자는 안에서 출입하는 문과 길을 파악해 두었다.

닷새째 되는 날 손립의 일행은 아침밥을 먹고 장원 안에서 한가롭게 거닐고 있었는데, 장원의 병사가 달려와 보고했다.

“송강이 병력을 네 길로 나누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손립이 말했다.

“열 길로 나누어 온들 대수냐? 너희들은 당황하지 말고 준비해라. 먼저 갈고리와 올가미를 마련하여 생포해야 한다. 죽은 놈은 가치가 없다.”
장원 사람들은 모두 갑옷을 입었다.

축조봉은 친히 젊은이들을 이끌고 문루에 올라 살펴보았다.
동쪽의 인마를 거느리고 있는 두령은 표자두 임충인데, 배후에 이준과 완소이가 약 5백 명의 인마를 이끌고 있었다.

서쪽에도 5백 인마가 오고 있는데, 앞장선 두령은 소이광 화영이고 뒤에는 장횡과 장순이 따르고 있었다.
남쪽 문루에 올라가 바라보니 약 5백 인마가 오고 있는데, 앞장선 세 두령은 몰차란 목홍, 병관색 양웅, 흑선풍 이규였다.

사면이 모두 병마로 포위되었고, 북이 일제히 울리자 함성이 크게 일어났다.
난정옥이 말했다.

“오늘 저놈들이 대거 쳐들어왔으니 가벼이 대적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한 부대를 이끌고 후문으로 나가 서북쪽에서 오는 적을 대적하겠소.”
축룡이 말했다.

“나는 앞문으로 나가 동쪽에서는 오는 적을 대적하겠습니다.”
축호가 말했다.

“나는 후문으로 나가 서남쪽에서 오는 적을 대적하겠습니다.”
축표가 말했다.

“나는 앞문으로 나가 수괴인 송강을 잡겠습니다.”
촉조봉은 크게 기뻐하며 모두에게 술을 내렸다.

각기 말에 올라 3백여 기마를 거느리고 장원 문을 나갔다.
나머지는 모두 장원 문루를 지키며 함성을 질렀다.

이때 추연과 추윤은 이미 큰 도끼를 감추고 감옥 문 좌측에서 지키고 있었고, 해진과 해보는 무기를 감추고 후문을 떠나지 않고 있었으며, 손신과 악화는 이미 앞문 좌우를 지키고 있었다.

고대수는 군병들에게 악대낭자를 보호하게 하고, 자신은 쌍도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소식이 오면 바로 손을 쓸 생각이었다.

- 121회에 계속 -


★ 수호지(水湖誌) - 121

수호지 제50회-2

축가장에서 북이 세 번 울리고 한 발의 포가 터지자, 앞뒷문을 모두 열고 조교를 내려 일제히 달려 나갔다.
네 갈래의 군병이 문을 나가 사방으로 나누어 돌격하였다.

뒤에 있던 손립은 10여 명의 군병을 거느리고 조교 위에 서 있었고, 문 안에서는 손신이 원래 가지고 왔던 깃발을 문루 위에 꽂았다.

악화가 쟁을 들고 노래를 부르며 뛰어들자 추연과 추윤이 악화의 노랫소리를 듣고 휘파람을 몇 번 불더니 큰 도끼를 휘둘러 감옥을 지키던 병사들 수십 명을 찍어 넘기고 함거를 열었다.

함거에서 뛰어나온 7명의 호랑이가 각각 무기를 찾아 들고 함성을 지르자 고대수는 쌍도를 들고 곧장 방안으로 뛰어들어 한 칼에 한 명씩 부인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축조봉은 형세가 불리함을 알고 우물에 뛰어들려고 했는데, 석수가 한 칼에 베어 버리고 수급을 잘랐다.
10 여 명의 호걸들이 달려들어 장원의 병사들을 죽였다.
후문에 있던 해진과 해보가 마초더미에 불을 지르자 검은 화염이 하늘로 치솟았다.

네 갈래의 인마는 장원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자, 앞으로 돌격했다.
축호는 장원에서 불길이 오르는 것을 보고 먼저 돌아왔다.
손립이 조교를 지키고 있다가 크게 외쳤다.

“네 이놈! 어디로 가냐!”
손립이 조교를 가로막자 축호는 아무 말 없이 말을 돌려 송강의 진으로 달려갔다.

여방과 곽성이 화극을 들고 일제히 달려들어 축호를 찔러 말과 함께 쓰러뜨렸다.
군사들이 달려들어 육니(肉泥 ; 다진 고기)를 만들어 버렸다.

손립과 손신은 송공명을 영접하여 장원으로 들어갔다.
한편, 동쪽으로 나간 축룡은 임충과 싸우다가 감당하지 못하고 장원 뒤로 달아났다.

조교에 당도해 보니, 후문에서 해진과 해보가 장객들의 시체를 화염 속에 집어던지고 있었다.
축룡은 급히 말을 돌려 북쪽을 향해 달아났는데, 돌연 흑선풍 이규가 나타나 쌍도끼를 휘둘러 먼저 말 다리를 찍어 넘어뜨렸다.

축룡은 손 쓸 새도 없이 땅에 넘어졌고, 이규의 도끼에 머리가 박살나고 말았다.
축표는 장원 병사들이 달려와 정세를 알려주자 감히 돌아가지 못하고 곧장 호가장으로 달아났지만 호성이 장객들을 시켜 붙잡아 포박해 버렸다.

호성은 축표를 끌고 송강에게로 가다가 마침 이규와 마주쳤는데, 이규는 도끼로 축표의 머리를 베어 버렸다.
장객들은 모두 사방으로 달아났고, 이규는 쌍도끼를 휘두르며 호성에게 달려들었다.

호성은 형세가 좋지 않음을 깨닫고 말을 몰아 황급히 도주하였다.
오로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집도 버리고 연안부로 달아났는데, 후에 남송의 무장이 되었다.

한편, 이규는 한번 살인을 시작하자 멈추지 못하고 곧장 호가장으로 뛰어들어 호태공을 비롯한 가족들을 모두 죽여 한 사람도 남기지 않았다.

졸개들을 불러 장원의 재물을 끌어 모아 말에 싣게 하고 장원에 불을 질렀다.
한편, 송강은 이미 축가장 대청에 좌정하였고, 두령들이 모두 와서 공을 아뢰었다.

생포한 자가 4~5백 명이었고, 빼앗은 말이 5백여 필이었으며, 사로잡은 소와 양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송강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난정옥 같은 호걸을 죽인 것은 애석한 일이다.”
탄식하고 있는데 보고가 들어왔다.

“흑선풍 이규가 호가장을 불태우고 벤 수급을 바치러 왔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전날 호성이 이미 투항했는데, 누가 그를 죽이라고 했는가? 그리고 어째서 장원은 불태웠단 말인가?”
그때 이규가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서 허리에 쌍도끼를 꽂고 송강 앞으로 다가와 인사하고 말했다.

“축룡은 제가 죽였고 축표도 제가 베어 버렸습니다. 호성이란 놈은 달아나 버렸는데, 호태공 일가는 깨끗하게 없애 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도 상을 청하러 왔습니다.”
송강이 소리쳤다.

“네가 축룡을 죽이는 것은 본 사람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왜 죽였느냐?”
흑선풍이 말했다.

“내가 막 베어 나가다가 호가장으로 가게 되었는데, 마침 일장청의 오라비가 축표를 끌고 오길래 도끼로 베어 버렸죠.
애석하게도 호성이란 놈은 달아났지만, 그놈의 장원은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다 죽여 버렸소.”
“네 이놈! 누가 너더러 거기 가라고 했느냐? 호성이 지난번에 소와 술을 가지고 와서 투항한 것을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그런데 너는 내 말도 듣지 않고 네 멋대로 그 일가를 죽였단 말이냐? 너는 내 명령을 일부러 어긴 것이냐?”
“형님은 잊었는지 몰라도 나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그 좆같은 년이 쫓아와서 형님을 죽이려고 했잖소?
그런데도 형님은 인정을 베풀고 있는데, 그 여자와 혼인해서 처남과 장인으로 만들려는 생각이죠?”
“네 이놈 철우야! 헛소리 하지 마라! 내가 어찌 그녀를 부인으로 삼겠느냐? 내가 달리 조치할 방도가 있다. 야! 이 시커먼 놈아! 사로잡은 사람은 몇 명이냐?”
“누가 그런 좆같이 번거로운 짓을 한대? 살아있는 놈은 보이는 대로 다 죽여 버리는 거지.”
“네놈이 군령을 어겼으니 본래는 참수해야 마땅하지만, 축룡과 축표를 죽인 공로를 봐서 이번만은 용서해 주겠다. 다음에 또 군령을 어길 시엔 절대로 살려두지 않겠다!”
이규가 웃으며 말했다.

“상은 못 받았지만 실컷 죽였더니 기분은 상쾌하네!”
군사 오용이 일행 인마를 이끌고 장원으로 와서 송강에게 술잔을 올리며 축하했다.

송강은 오용과 상의하여 축가장 마을을 소탕해 버리기로 했다.
석수가 아뢰었다.

“저 종리노인은 인덕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가 길을 가르쳐 준 덕분에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선량한 사람까지 죽여서는 안 됩니다.”
송강은 듣고 나서 석수에게 그 노인을 찾아오라고 하였다.

석수가 간 지 얼마 후, 종리노인을 데리고 와서 송강과 오용에게 인사시켰다.
송강은 황금과 비단을 상으로 노인에게 주면서 말했다.

“노인이 베풀어준 은혜가 아니었다면 이 마을을 한 집도 남기지 않고 다 소탕해 버리려고 했습니다.
당신 한 사람의 선행으로 인해 이 마을사람들이 모두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종리노인이 절을 하자 송강이 또 말했다.

“내가 연일 이곳 백성을 괴롭혔는데, 오늘 드디어 축가장을 격파하고 마을의 해를 제거했습니다.
각 집마다 쌀 한 섬씩을 주어 인정을 표하고자 합니다.”
종리노인을 시작으로 하여 쌀을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축가장의 나머지 양식은 모두 수레에 실었고, 금은보화는 삼군의 장병들에게 상으로 나누어주었다.
그밖에 소·양·노새·말 등은 모두 산채로 끌고 갔다.

축가장을 격파하고 얻은 양식이 50만 섬이나 되어 송강은 크게 기뻐하였다.
두령들도 군마를 수습하여 출발 준비를 했다.

<새로 온 두령>

손립・손신・해진・해보・추연・추윤・악화・고대수와 구출한 일곱 두령도 있었다.
손립 등은 재화와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산채로 갔다.

마을사람들이 모두 나와 향화와 등촉을 밝히고 절하며 감사인사를 했다.
송강 등 두령들은 말에 올라 군병을 세 갈래 나누어 개선가를 부르며 산채로 향했다.

한편, 박천조 이응은 화살 상처가 회복되었지만 장원 문을 닫고서 나오지 않았다.
몰래 사람을 보내 축가장 소식을 항상 정탐하게 했는데, 송강에 의해 격파되었다는 것을 듣고 놀라면서도 기뻐하였다.
어느 날 장객이 와서 보고했다.

“본주 부윤이 4,50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와서 축가장 사정을 묻고 있습니다.”
이응은 두흥을 불러 장원 문을 열고 조교를 내리게 하여 영접하게 했다.

이응은 흰 비단으로 팔을 감싸고 나가 맞이하고 대청으로 청했다.
부윤은 말에서 내려 대청에 올라가 좌정하였다.

왼쪽에는 공목이 앉았고, 아래쪽에는 압번 한 명과 우후 여러 명이 앉았다.
계단 아래에는 많은 절급과 옥졸들이 서 있었다.
이응이 인사를 하고 대청 앞에 서자 부윤이 물었다.

“축가장 사람들이 피살된 일은 어찌된 것이오?”
이응이 대답했다.

“저는 축표가 쏜 화살을 맞고 왼쪽 팔을 다쳐 문을 닫고 나가지 않아서 그 실정을 알지 못합니다.”
“헛소리! 축가장에서는 네가 양산박 도적들과 결탁하고 군마를 끌어들여 장원을 공격했다고 고발하였다. 전날 말·양·술·비단·금은 등을 받고서 발뺌하려는 것이냐?”
“저도 법도를 아는 사람인데, 어찌 감히 그런 재물을 받았겠습니까?”
“네 말은 믿을 수가 없다. 관아로 데려가서 대질하여 밝혀야겠다.”
부윤은 옥졸들에게 명하여 이응을 붙잡아 관아로 끌고 가게 하였다.

압번과 우후가 이응을 포박하였고, 옥졸들이 에워싼 가운데 부윤은 말에 올라 또 물었다.

“집사 두흥이 누구냐?”
두흥이 말했다.

“소인입니다.”
“고발장에 네놈 이름도 있다. 저놈도 묶어서 함께 끌고 가라!”
부윤 일행이 이응과 두흥을 붙잡아 이가장을 떠나 쉬지 않고 관아를 향해 갔다.

30리를 채 못 갔는데 숲속에서 송강·임충·화영·양웅·석수가 인마를 이끌고 나타나 길을 가로막았다.
임충이 소리쳤다.

“양산박 호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윤 등은 감히 대적하지 못하고 이응과 두흥을 내팽개치고 도망갔다.

송강이 추격하라고 소리쳤다.
군사들이 추격하다가 돌아와 말했다.

“저희들이 추격하여 그 좆같은 부윤 놈을 죽여 버리려고 했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송강은 이응과 두흥을 풀어 주게 하고 말에 태운 다음 말했다.

“대관인께서는 양산박으로 가서 몸을 피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응이 말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부윤은 당신들이 죽이려고 한 것이고, 나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송강이 웃으며 말했다.

“관아에 가면 어떻게 변명하려 하십니까? 우리가 가 버리면 필시 연루될 것입니다.
대관인께서 도적이 되지 않겠다고 하시니 산채에 며칠 머물다가 별다른 일이 없으면 다시 내려가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이응과 두흥은 가고 싶지 않았지만 대군 사이에 끼어 있어 마음대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일행은 천천히 양산박으로 돌아갔다.
조개 등 두령들이 북을 울리고 피리를 불면서 산을 내려와 영접하였다.

취의청에 당도하여 부채 모양으로 둥글게 앉았다.
이응은 두령들과 인사를 나누고 송강에게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이 산채에 와서 여러 두령들과 인사를 나누었으니 여기 머물러도 무방합니다만, 가족들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내려가서 알아보면 좋겠습니다.”
오용이 웃으며 말했다.

“대관인께서 틀렸습니다. 가족들은 모두 이미 산채에 와 있습니다.
장원은 이미 불에 타서 폐허가 되었는데, 대관인은 어디로 돌아가려 하십니까?”
이응은 믿지 않았는데, 수레를 끌고 올라오는 인마가 보였다.

이응이 자세히 보니 가족들과 장객들이었다.
이응이 황망히 내려가 물어보니, 부인이 말했다.

“당신이 부윤에게 잡혀간 후에 두 명의 순검이 네 명의 포교와 3백 명의 병사를 데리고 와서 집안의 재물을 모두 꺼냈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수레에 태우고 집안의 모든 상자와 소・양・말・나귀 등을 모두 데려오고, 장원은 불을 질러 태워 버렸습니다.”
이응이 듣고서 ‘아이고!’ 비명을 질렀다.
조개와 송강이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

“우리 형제가 오래 전부터 대관인의 명성을 들어 왔는데, 이번 기회에 산채로 모시고자 이런 계책을 꾸몄습니다.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이응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송강이 말했다.

“가족들은 취의청 뒷방에서 편히 쉬게 하십시오.”
이응은 취의청 앞뒤에 많은 두령의 가족이 살고 있는 것을 보고 부인에게 말했다.

“따를 수밖에 없소.”
송강 등은 취의청에서 한담을 나누며 모두 기뻐하였다.
송강이 웃으며 말했다.

“대관인! 두 순검과 부윤을 만나보시지요.”
부윤으로 변장한 사람은 소양이었고, 순검 두 사람은 대종과 양림이었다.

공목은 배선, 우후는 김대견과 후건이었다.
또 네 명의 포교는 이준, 장순, 마린, 백승이었다.

이응은 그걸 보고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송강은 소두목들에게 소와 말을 잡게 하여 연회를 열고 이응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새로 산채에 올라온 12명의 두령을 환영했다.
이응, 손립, 손신, 해진, 해보, 추연, 추윤, 두흥, 악화, 시천, 그리고 여두령 호삼랑과 고대수였다.

악대낭자와 이응의 가족은 따로 자리를 마련하여 후당에서 술을 마셨다.
군사들에게도 상을 내렸다.

취의청에서 풍악을 울리며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헤어졌다.
새로 온 두령들도 각기 방을 배정하여 쉬게 하였다.
다음 날 두령들이 모두 모였는데 송강이 왕영을 불러 말했다.

“내가 청풍산에 있을 때 자네를 혼인시켜 주겠다고 약속했었지. 그 약속이 항상 내 마음에 걸렸는데, 아직 그 소원을 이루어주지 못했네.
오늘 우리 부친께 딸이 하나 생겨서 자네를 사위로 삼고자 하시네.”
송강이 직접 가서 송태공으로 하여금 일장청 호삼랑을 데리고 오도록 했다.
송강이 호삼랑에게 사과하며 말했다.

“내 아우 왕영이 무예는 비록 누이에게 미치지 못하지만, 내가 전에 혼인시켜 주겠다고 약속하고서 아직까지 소원을 이루어주지 못했는데, 오늘 누이가 내 부친을 의부로 모셨으니 여러 두령들을 중매인으로 하여 길일을 택해 왕영과 결혼하여 부부가 되어주길 바라네.”
일장청은 송강이 의기가 깊은 사람임을 알았기 때문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왕영과 호삼랑은 송강에게 절하며 사례하였다.
조개 등 모든 두령들은 기뻐하면서 송공명이야말로 진짜 덕과 의리가 있는 사람이라고 칭송하였다.

그날 연회를 열어 술을 마시며 축하했다.
한창 술을 마시고 있는데, 산 아래에서 졸개가 올라와 보고했다.

“주귀 두령의 주점에 운성현 사람이 와서 두령님을 뵙고자 합니다.”
조개와 송강은 보고를 받고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이 은인이 산채에 올라와 입당하고자 하니, 평생의 소원이 이루어졌도다!”

- 122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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