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이 말 위에서 바라보니 사방이 모두 매복한 군마였다. 송강은 졸개들에게 큰길을 찾아 달아나라고 명했는데, 삼군은 움직이지 못하고 소리만 질러대고 있었다. 송강이 물었다.
“왜 소리만 지르고 있느냐?” 군사들이 대답했다.
“앞에는 모두 뱀처럼 구불구불한 길이어서 가다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송강이 말했다.
“횃불이 밝은 곳에 인가가 있을 것이니 군마는 거기로 길을 찾아 가라!” 군사들이 조금 가다가 다시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횃불이 밝은 곳을 향해 길을 찾아 갔지만 대꼬챙이와 마름쇠 등이 땅에 온통 깔려 있고 녹각이 길을 막고 있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하늘이 나를 버리는 것은 아닐까?” 당황해 하고 있는데, 좌군의 중간에 있는 목홍의 부대에서 소란이 일어나더니 보고가 들어왔다.
“석수가 돌아왔습니다.” 송강이 보니 석수가 칼을 들고 말 앞으로 달려와 말했다.
“형님! 당황하지 마십시오. 제가 길을 알았습니다. 길이 넓고 좁은 것은 따지지 말고 백양나무가 보이면 돌아서 가라고 몰래 명을 내리십시오.” 송강이 인마를 재촉하여 백양나무가 보이는 곳에서 돌아가라고 명하였다.
약 5~6리쯤 갔는데, 앞에 인마가 점점 많아졌다. 송강은 의심이 들어 석수를 불러 물었다.
“어째서 앞에 적병이 더 많아지는가?” 석수가 말했다.
“저들이 등불로 신호하는 것 같습니다.” 화영이 말 위에서 바라보더니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송강에게 말했다.
“형님! 저기 나무그늘 밑에 등불 보이시죠? 우리가 동쪽으로 가면 등불도 동쪽을 가리키고 우리가 서쪽으로 가면 등불도 서쪽을 가리킵니다. 저것이 신호인 것 같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저 등불을 어찌하면 좋겠나?” 화영이 말했다.
“뭐가 어렵겠습니까!” 화영이 활에 화살을 메겨 앞으로 말을 달려 나가면서 나무그늘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붉은 등불이 사라졌다. 사방에 매복해 있던 군병들은 등불이 보이지 않자 모두 혼란에 빠졌다.
송강이 석수를 불러 길을 인도하게 하여 마을 입구로 빠져나왔다. 그런데 앞산에서 함성이 연이어 일어나며 그 일대에 횃불이 어지럽게 오가고 있었다.
송강은 전군을 멈추게 하고 석수에게 정탐하라고 명했다. 잠시 후 석수가 돌아와 보고했다.
“산채의 제2대 군마가 도착하여 접응하고 복병을 물리치고 있습니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진병하여 협공하라고 명하였다.
그리고 길을 찾아 마을 입구로 나오니 축가장의 인마들은 모두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임충・진명 등의 군마와 만나 함께 마을 입구에 주둔하였다.
날이 밝자 높은 언덕에 목책을 세우고 인마를 점검했는데, 진삼산 황신이 보이지 않았다. 송강이 깜짝 놀라 연유를 묻자 어젯밤에 따라갔던 군졸이 와서 말했다.
“황두령이 형님의 명령을 받고 길을 찾으러 앞으로 갔는데, 느닷없이 갈대숲에서 갈고리 두 개가 나와 말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습니다. 그리고 6~7명이 황두령을 사로잡아 갔는데 구하지 못했습니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수행했던 군졸을 죽이려 하였다.
“어째서 빨리 보고하지 않았느냐?” 임충과 화영이 송강을 말렸다. 모두 근심하며 말했다.
“장원은 쳐부수지도 못하고 되레 두 형제만 죽게 생겼다!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양웅이 말했다.
“여기 세 마을이 있는데 맹약을 맺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촌의 이응은 지난 날 축표에게 화살을 맞고 지금 장원에서 요양하고 있는 중입니다. 형님께서는 그를 찾아가서 의논해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송강이 말했다.
“내가 그를 잊고 있었네. 그는 이곳의 지리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송강은 비단과 양고기, 술, 그리고 좋은 말 한 필을 골라 직접 이응을 만나러 갔다.
임충과 진명은 목책을 지키게 하고, 화영・양웅・석수와 함께 3백 군마를 거느리고 이가장으로 갔다. 장원에 당도해 보니 문루는 굳게 닫혀 있고 조교는 높이 들려져 있었으며, 담장 안에는 많은 병력이 배치되어 있었다.
문루 위에서 북소리가 울렸다. 송강이 말 위에서 소리쳤다.
“나는 양산박의 의사(義士) 송강이다! 대관인을 뵈러 왔을 뿐 다른 뜻은 없으니 경계하지 말라!” 장원 문 위에서 두흥이 양웅과 석수를 보고 황망히 문을 열고 작은 배를 타고 건너와서 송강에게 인사했다.
송강도 황망히 말에서 내려 답례했다. 양웅과 석수가 다가와 송강에게 아뢰었다.
“이 형제가 저희 둘을 대관인에게 인도한 귀검아 두흥입니다.” 송강이 말했다.
“두 집사군요. 수고롭지만 이대관인에게 전해주시오. 양산박 송강이 오래 전부터 대관인의 큰 이름을 들어 왔는데, 인연이 없어 만나지 못했습니다. 지금 축가장을 대적하게 되어 이곳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비단과 명마, 양고기와 술 등의 가벼운 예물을 바치고 한 번 뵙기를 바랍니다. 다른 뜻은 없습니다.” 두흥은 송강의 말을 듣고 다시 배를 타고 장원으로 가서 대청 앞으로 갔다.
이응이 상처를 감고 이불을 덮고 침상에 앉아 있었다. 두흥이 송강의 말을 전하자 이응이 말했다.
“그는 양산박에서 모반한 자인데, 내가 어찌 그놈을 만난단 말인가? 사사로이 만날 생각 없다. 자네는 가서 그에게 말하게. 내가 지금 와병 중이라 움직이지 못해 만나기 어려우니 다른 날 만나자고. 그리고 예물은 받을 수 없다고 하게.” 두흥이 다시 건너가 송강에게 말했다.
“우리 주인께서 두령께 인사를 전하라 하셨습니다. 본래는 친히 나와서 영접해야 하지만 상처를 입어 침상에 누워 계시므로 만날 수가 없고 다른 날 뵙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물은 감히 받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내가 자네 주인의 뜻을 알겠네. 내가 축가장을 치다가 실패하고 그를 만나려 하니 축가장의 분노가 두려워 만나지 않으려는 것이겠지.” 두흥이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진짜로 병을 앓고 계십니다. 소인이 중산 사람이긴 하지만 여기 온지 몇 년 되어 이곳의 사정을 제법 알고 있습니다. 중간에는 축가장, 동쪽에는 이가장, 서쪽에는 호가장이 있는데, 이 세 마을은 생사를 함께 하기로 결의하고 서로 구원하기로 약정했습니다. 지금 우리 주인이 축가장에게 당해서 구원하러 가지 않고 있지만, 서촌의 호가장은 상조하러 갈 것입니다. 호가장의 다른 사람은 별 것 아니지만 여장군인 일장청 호삼랑은 한 쌍의 일월도를 잘 씁니다. 축가장의 셋째 축표와 약혼한 사이로 조만간 혼인할 겁니다. 만약 장군께서 축가장을 치시려면 동쪽은 방비 안 하셔도 되지만, 서쪽은 잘 방비하셔야 합니다. 축가장은 앞뒤에 문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독룡강 앞에 있고 하나는 독룡강 뒤에 있습니다. 앞문만 공격해서는 성공할 수 없고, 반드시 앞뒷문을 협공해야만 깨뜨릴 수 있습니다. 앞문을 공격하는 것이 중요한데, 길이 복잡하고 뱀처럼 구불구불한데다 너비도 일정치 않아 찾기가 어렵습니다. 단 백양나무가 있는 곳에서 돌면 바로 사는 길이 되고, 나무가 없는 곳은 곧 죽는 길입니다.” 석수가 말했다.
“만약 저들이 백양나무를 모두 베어 버리면 어떡하나?” 두흥이 말했다.
“비록 나무는 자를 수 있지만 어떻게 뿌리까지 다 뽑을 수 있겠습니까? 반드시 나무뿌리는 남아 있을 겁니다. 다만 낮에 공격해야지 캄캄한 밤에 공격해서는 안 됩니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두흥에게 사례하고 일행과 함께 본진으로 돌아왔다.
임충 등이 맞이하고, 모두 본진에 좌정하였다. 이응이 만나려 하지 않은 일과 두흥이 말한 것을 송강이 여러 두령들에게 설명했다. 이규가 끼어들어 말했다.
“호의로 예물을 보냈는데도 그놈이 형님을 맞이하러 나오지 않았다니, 내가 3백 명 정도 데리고 가서 그 좆같은 장원을 때려 부수고, 그놈을 끌고 와서 형님께 절하도록 만들게.” 송강이 말했다.
“네가 뭘 알겠냐? 그는 부귀한 양민이니 관아가 두려운 거야. 어째서 함부로 우리를 만나겠는가?” 이규가 웃으며 말했다.
“그놈은 어린애인가 보네. 만나는 걸 무서워하니.” 두령들이 모두 웃었다. 송강이 말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두 형제는 사로잡혀서 생사를 알 길이 없네. 여러 형제들은 힘을 다해 나와 함께 축가장을 다시 공격하세.” 두령들이 모두 일어서며 말했다.
“형님의 명령을 누가 감히 듣지 않겠습니까! 누구를 선봉에 내세우시겠습니까?” 흑선풍 이규가 말했다.
“당신네들이 어린애를 두려워하니, 내가 앞장서지.” 송강이 말했다.
“네가 선봉이 되면 불리하니 이번에는 너를 쓰지 않겠다.” 이규는 고개를 숙이고 화를 참고 있었다.
송강은 마린・등비・구붕・왕영을 선봉으로 삼고, 대종・진명・양웅・석수・이준・장횡・장순・백승을 제2대로 삼아 수로로 진격할 준비를 하고, 임충・화영・목홍・이규를 제3대로 삼아 둘로 나누어 접응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