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자네가 모르고 하는 말일세. 내가 경양강에서 호랑이를 때려잡을 때도 술에 잔뜩 취하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술이 안 들어갔다면 어려웠을 것이네.” “정말 그러시다면 우리 집에서 좋은 술과 안주를 준비 하겠으니 가면서 마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것 참 좋은 생각이네.” 시은은 즉시 하인에게 술과 안주를 준비시켜 무송과 함께 집을 나섰다.
때는 7월로 더위가 아직 극성을 부렸으나 바람은 이미 가을이었다. 무송은 가면서 술집이 나타나면 하인에게 술 석 잔을 가져오라 해서 계속 술을 마셨다.
얼큰하게 취한 듯 그는 쾌활림의 장문신 주점에 이르자 마치 아주 취한 듯 비틀비틀 휘청거리며 걸었다. 무송은 술에 취하지는 않았지만 일부러 거짓 취한 체했다.
그가 비틀걸음으로 숲속을 빠져나가자 한 그루 홰나무 아래 기골이 장대한 장사가 흰 베적삼을 입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무송이 곁눈질로 보니 그 모습이 추악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그 사내가 장문신이라고 생각했다.
무송은 안으로 들어섰다. 술청 뒤에 젊은 계집 하나가 앉아 있다가 무송의 행색을 훑어본다.
그 여자는 장문신이 새로 얻은 첩이었다. 무송은 술집에 들어서면서 눈을 똑바로 뜨고 계집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계집은 눈썹을 얄밉게 찌푸렸다. 주점 한쪽에서는 고기를 썰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만두를 찌고 있었다.
주방에는 일하는 사람들이 6~7명은 되었다. 무송은 탁자를 두드리며 소리쳤다.
“여기 술파는 사람 없느냐?” 주모가 황망히 앞으로 달려 나왔다.
“약주 드릴까요?” “술맛이 어떤지 우선 맛 좀 보겠다.” 주모가 술을 가져오자 무송은 술잔을 코앞에 대고 잠깐 냄새를 맡아 본 다음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틀렸다. 이걸 술이라고 파느냐?” 계집이 듣다못해 한 마디 내던졌다.
“저게 어디서 굴러먹던 뼈다귀지?” 그 순간 무송은 웃통을 벗어부치고 달려들어 계집의 허리와 머리채를 휘어잡아 술통 속에 처넣었다.
그러자 힘깨나 쓰는 주막집 사내들 대여섯 명이 일제히 그에게 달려들었다. 무송은 손에 닥치는 대로 한 놈씩 붙잡아 술통 속에 처넣었다.
순식간에 술 한 통에 한 명씩 거꾸로 처박혔다. 그 소동 속에서 술집 주인 장문신이 연락을 받고 달려왔다.
무송은 덤벼드는 장문신을 발길로 힘껏 내질렀다. 그는 무송에게 배를 얻어맞고 나자빠져 버렸다.
본래 무송의 특기는 ‘옥환보원앙각(玉環步鴛鴦脚)’이라는 독특한 기술로 아무나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무술이다.
장문신이 나가떨어지자 무송은 그의 가슴을 한 발로 꽉 밟고 서서 돌주먹으로 면상을 내리치면서 외쳤다.
“이놈, 네가 살고 싶으면 세 가지 조목을 행동에 옮겨야 하느니라.” “세 가지 아니라 삼백 가지라도 시행하겠으니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장문신이 싹싹 빌었다.
“그러면 잘 들어라. 지금 당장 이 집과 세간들을 옛 주인인 시은에게 돌려주겠느냐?” “네네, 그렇게 합지요. 그렇게 합지요.” “둘째는 이 쾌활림의 두목격인 호걸들을 모조리 불러 시은에게 일일이 인사드리게 하고, 앞으로 시은을 총 두령으로 잘 모셔야 하느니라. 그렇게 하겠느냐?” “네네, 합지요. 합지요.” “셋째는 그 이후 당장 이 쾌활림을 떠나 네 고향으로 돌아간 후 그 이후로 두 번 다시 이 맹주땅 일대에는 얼씬도 하지 말아라.” “네, 잘 알겠습니다.” 그때서야 무송은 그를 풀어주었다.
장문신은 볼이 시퍼렇게 멍들고, 입술은 퉁퉁 부르트고, 목은 비뚤어지고, 이마에선 피가 뚝뚝 떨어졌다.
“네, 이놈. 경양강 호랑이도 내 주먹에 죽었다.” 장문신은 그때서야 그가 무송이라는 것을 알고 더욱 벌벌 떨었다.
장문신은 그 길로 집과 가구들을 시은에게 고스란히 돌려주고 쾌활림의 십 여 명 호걸들을 불러다 시은과 무송에게 인사를 드리게 한 다음 그날로 그곳을 떠나버렸다. 그날부터 시은이 다시 쾌활림을 맡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