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 지 56 편

2024. 9. 19. 08:47수호지

수호지(水湖誌) - 56

제6장 무송 이야기

제26편 장도감의 함정 26-2

※ <제26편 장도감의 함정 26-1>이 누락되어 바로 <제26편 장도감의 함정 26-2>를 올립니다.

“이 애는 지극히 총명하고 노래도 잘하지만 잠자리에서 남자 다루는 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내가 이제 수일 내로 좋은 날을 택하여 옥란이를 네 처로 삼아 주겠다. 네 의향은 어떠냐?”
무송은 곧 몸을 일으켜 두 번 절했다.

“너무 과분한 말씀이라 소인은 오직 황공하올 뿐입니다.”
연회가 끝나자 무송은 즉시 옷과 두건을 벗고, 한 자루 몽둥이를 들고 나와 달빛 아래서 몇 차례 봉술을 연마했다.

하늘을 보니 어느덧 삼경이었다.
무송이 방으로 들어와 잠을 청하려 할 때 후당에서 뜻밖에 ‘도둑이야’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송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몽둥이를 들고 후당 뒤로 달려갔다.
때마침 옥란이가 허둥지둥 달려 나오다가 무송과 마주쳤다.

“도둑이 지금 화원으로 뛰어들었어요.”
무송이 화원 안으로 뛰어들어 아무리 찾았으나 사람의 그림자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이상히 여겨 되돌아 나올 때 뜻밖에 캄캄한 어둠 속에서 걸상 하나가 휘익 날아와 무송을 넘어뜨렸다.
그 순간 7~8명의 군사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며 크게 외쳤다.

“도둑놈 잡았다.”
그들은 큰소리로 외치며 무조건 무송을 단단히 묶어버렸다.

군사들은 무송을 잡아 후당으로 들어갔다.
그때 등촉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장도감이 청상에 나와 앉아 있었다.

“그 놈을 이쪽으로 끌고 오너라.”
무송은 그 앞에 나가 큰소리로 아뢰었다.

“저는 도둑이 아니라 무송이옵니다.”
그러나 장도감은 그를 보자 크게 노하여 얼굴빛이 변했다.

“네 이놈! 귀양살이 온 강도 놈아. 너를 사람 좀 만들어 볼까 하여 그간 많이 돌보아 주었건만 도둑의 마음을 끝내 고치지 못했구나. 괘씸하도다.”
“아닙니다. 저는 도둑이 들어왔다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도둑을 잡으러 뛰쳐나왔을 뿐입니다.
저 무송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이것은 누가 제게 도둑 누명을 씌운 것입니다.”
그러나 장도감은 그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여봐라. 놈의 방에 가서 장물이 있는지 찾아보도록 하라.”
관군들은 무송을 앞세우고 그의 방에 들어갔다.

방 안에는 그가 사람들로부터 받은 금은보화들을 모아둔 등나무 상자가 있었다.
그 속에는 은그릇이며 대략 수백 냥의 장물들이 있었다.

무송이 전에 못 보았던 물건들이 더 많이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무송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딱 벌리고 다물지를 못했다.

관군들이 상자를 들고 나와 장도감에게 보였다.
장도감은 크게 노했다.

“저런 죽일 놈이 있을꼬? 장물이 네 상자 속에서 나왔는데, 이제 다시 무슨 변명을 하겠느냐?
네가 겉으로는 사람 노릇을 하는 체하더니 속에는 도둑의 마음을 여전히 품고 있었구나. 이렇게 증거가 명백한데 이 자리에서 무슨 변명을 하겠느냐?”
장도감은 고개를 돌려 관군들에게 명령했다.

“이 장물들을 말끔히 밀봉하고 저놈을 독방에 가두고 엄히 감시하라.”
무송은 몇 차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누구 하나 편들어 주는 사람이 없었다.

무송은 다음날 대나무로 머리를 맞는 형벌과 고문을 받고 견딜 수 없어 마침내 무릎을 꿇고 죄를 지은 것처럼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도감은 무송에게 큰 칼을 씌워 사형수들의 감방에 가두어 버렸다.
무송은 깊은 한탄에 빠져 속으로 생각했다.

‘장도감이 내게 잘해 준 것은 그런 흉계를 꾸며 나를 파멸시키려는 함정이었구나.
세상에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내가 만일 죽지 않고 살아나간다면 어떻게든 이 원수를 갚고야 말 것이다.’
옥졸들이 무송의 발에 자물쇠를 채우고, 손을 묶고 칼을 씌웠으니 제아무리 천하장사 무송이라도 힘을 쓸 수가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57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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