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85)

2022. 7. 4. 20:41삼국지

삼국지(三國志) .. (385)

다시 만난 호적수(好敵手)

촉이 침입한다는 급보를 받자마자 사마의는 전군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그리고 장수들을 모아 촉군을 격파할 계책을 의논하였다.

장합(張郃)이 사마의 앞으로 나서서 말한다.

“제가 옹성과 미성으로 가서 촉에 맞서 보겠습니다. 제게 맡겨 주십시오!”

허나 사마의는 고개를 젓고는,

“그렇게는 제갈양을 상대할 수 없소.”

하고, 말한다.

장합의 얼굴에는 실망의 빛이 역력하다.

사마의는 장합의 낯빛을 흘낏 보고는 이어서 말한다.

“군사로 상규(上邽)를 지키게 하고, 공에게는 군사를 줄 테니 그들을 이끌고 기산으로 나아가시오. 장합을 대선봉장으로 삼겠다!”

“저에게 중임을 주시니, 충성을 다하여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장합은 금새 표정이 밝아지면서 호전적(好戰的)인 눈빛이 되살아났다.



이어서 장합이 사마의에게 묻는다.

“벌써 촉이 침입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지 오래인데 공명이 급히 쳐들어오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이에 사마의는 예상한 일이었다는 듯 답변을 술술 내놓는다.

“촉군은 늘 군량 기근에 시달리고 있소. 이번에도 대군을 멀리서부터 이끌고 왔으니 군량 걱정이 꽤나 클 것이오. 아마 지금쯤 농서 지방에서 보리를 베고 있을지도 모르지.”

사마의의 말을 들은 장합은,

“농서 지방은 곡창지대입니다. 제갈양의 군대가 그곳에서 편안하게 곡식을 수확하여 군량을 마련하도록 두면 안 됩니다.”

하고, 의견을 말한다.

“그렇소. 그곳에 방비를 갖춰야겠소. 공은 기산에 영채를 세우고 지키도록 하시오. 나와 곽회는 농서 지방으로 가서 제갈양의 계획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겠소.”

사마의는 장합에게 군사 사만을 주어 기산으로 가게 하고, 자신은 남은 군사를 이끌고 농서 지역으로 향했다.



한편, 공명은 기산에 이르렀다.

군사에게 주변을 돌아보라고 명하여 알아보니, 위군이 이미 영채를 세우고 촉군을 막을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그리하여 공명은 장수들을 불러놓고 말한다.

“기산에 사마의의 영채가 마련되어 있다. 사마의가 이곳에 있는 모양이니, 우리는 곡식이 많이 나는 농서 지역을 점령하여 군량 걱정 없이 싸워보자!”

그러고는 왕평, 장의, 오반, 오의에게 기산에 남아 그곳을 지키게 하고, 본인은 강유, 위연 등과 함께 농서 지역으로 향했다.



농서 지역에 이른 공명은 사마의의 군사가 이미 그곳을 점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는 사마의의 지략에 감탄하며,

‘역시... 내가 군량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구나. 새로운 계책이 필요하겠어...’

하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공명은 그날 저녁 깨끗하게 목욕을 하고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미리 마련해 둔 사륜거 세 대를 모두 가져오라고 일렀다. 평소 타고 다니는 사륜거와 같은 모양으로 촉에서 미리 만들어 온 것들이다.

사륜거가 놓여 있고 그 앞으로 강유, 마대, 위연 세 장수가 공명의 명을 받고자 기다리고 있다.

공명은,

“강유! 군사 천 명을 줄테니 그들로 하여금 수레를 호위하게 하고 상규 뒤 편에 매복해있게. 마대! 위연! 두 장군에게도 군사 천 명을 주겠네. 상규 좌우편으로 매복하게.”

하고, 명령을 내렸다.



공명의 지시대로 꾸민 마대와 위연이 이끄는 두 수레의 모양새가 범상치 않다.

각 수레마다 스물 넷의 사람이 수레를 미는데, 모두가 맨발에 흰 옷을 입고 머리는 길게 풀어 헤쳤다. 그리고 허리에는 칼을 차고, 다른 손엔 칠성조기(七星早旗)를 들었다. 누구라도 쳐다만 봐도 오금이 저릴 듯한 모습이다.

강유, 마대, 위연의 사륜거 세 대가 떠나고 공명이 남아 있는 군대에게 또 다른 명령을 내린다.

“기회를 보아서 전군은 보리를 베어 안전한 후방으로 나르거라! 군량을 확보해야 한다!”



명령을 끝내고 공명 자신도 본인의 사륜거에 올랐다. 강유, 마대, 위연의 수레와 마찬가지로 스물 넷의 사람이 수레를 끌었고, 수레를 끄는 사람의 행색 또한 세 장군의 수레와 같았다. 공명이 탄 사륜거의 맨 앞에는 관흥(관우의 아들)이 자리했다.



공명은 그렇게 기이한 모습을 하고 위의 진영으로 나아간다. 위의 영채에서는 파수병들이 그 모습을 보고 대경실색(大驚失色) 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저기서 다가오는 것이 사람인지 귀신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 길로 사마의에게 달려가 상황을 알린다.

“대도독! 우리 진영 근처에 귀신이 나타났습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달려온 군사를 보고 사마의는 어리둥절해져서 직접 일선으로 나왔다. 사마의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군사의 말마따나 과연 귀신처럼 보이는 모양새였다.

사마의는 군사들에게,

“공명의 장난이다. 하다하다 이제는 별의별 장난질을 다 치는구나. 너희들은 빨리 나가서 저놈들을 모조리 잡아 와라!”

하고, 명령을 내린다.



위군들은 사마의의 분부를 받고 촉군을 향해 빠르게 달려 나왔다.

공명은 위군이 짓쳐나오는 것을 보고는 수레를 다시 촉진(蜀陣)으로 돌려 천천히 달려 간다.

공명의 뒷모습에 마음이 다급해진 위군은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더해가며 공명의 뒤를 빠르게 쫓으려고 하였다.

그때 문득 음산한 기운이 감돌고 차가운 밤안개가 주위를 덮어간다.

위군이 계속 채찍질을 해가며 공명의 뒤를 쫓는데, 이상하게도 일정 거리 이상 좁혀지지를 않는다. 분명 공명은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는데 추격의 거리는 변하지 않는다.

기이한 현상에 공명을 추격하던 위군들은 급기야 말을 세우고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하였다.

“이상한 일이다. 제갈양은 분명 천천히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왜 우리는 도무지 따라 잡을 수 없는 거지?”

“귀신인 게 틀림없다!”

“정말 그런가 보다. 귀신이 분명하다!”



공명은 자신을 따라오는 위군을 돌아본다. 추격병들이 저희끼리 웅성거리는 것을 보고는 다시 사륜거를 위진으로 돌려 위군 쪽으로 다가간다.

위군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공명을 보고 다시 말에 올라 공명을 쫓아간다. 그러자 공명의 사륜거가 다시 멀어지기 시작한다.

공명의 사륜거와 말을 탄 위군은 가까워지는가 싶으면 멀어지고, 멀어지는가 싶으면 가까워졌다.

위군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정신이 이상해지는 기분마저 든다.

그때 사마의가 뒤에서 군사를 이끌고 온다. 위군과 공명의 모습을 지켜본 사마의는,

“제갈양이 팔진둔갑법(八陣遁甲法)을 쓰고 있으니 쫓지 말아라! 잘못하면 위지(危地)로 내몰려 전멸할 수 있다. 모두 본진으로 돌아가라!”

하고, 회군 명령을 내린다.



사마의의 명에 따라 위군이 본진으로 복귀하고 있는데 갑자기 산중에서 큰 북소리가 울리고 왼편에서 일표군이 엄습해온다.

사마의의 군은 적의 기습에 당황하면서도 금방 대열을 갖춰 적에 맞선다.

촉, 위, 양군이 대적에 매진하고 있는 와중에 위군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분명 공명이 멀리 사라졌는데 공명의 사륜거는 물론이오, 공명 또한 단정한 자세로 사륜거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이번만큼은 사마의도 크게 놀란다.

‘방금까지 우리가 쫓던 수레에 제갈양이 분명 타고 있었는데, 그것은 어디가고 저건 또 무어란 말인가!’

하고, 사마의가 놀라는 사이 이번에는 오른쪽에서 북이 울리더니 촉군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역시 그들 뒤에는 공명이 사륜거에 앉아 여유롭게 우선(羽扇)을 살랑이고 있다.

사마의의 마음은 또 한 번 크게 동요하여 이와 같이 외친다.

“저것은 사람이 아니다! 틀림 없이 신병(神兵)이다!”

사마의가 이렇게 놀라서 외칠 정도니 위의 장수와 병졸들은 더 말할 것도 없이 혼비백산(魂飛魄散)하는 것이었다. 두려움, 무서움 말고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 위군은 공명을 쫓을 때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앞다투어 상규로 달아난다.

그리고는 성문을 굳게 걸어두고 밖을 내다 보지도 않는다.



사마의는 촉군과의 전투 이후, 사흘을 꼼짝 않고 성 안에만 있었다. 그러다 촉군이 모두 물러간 것을 알고 병사를 풀어 바깥 상황을 살피도록 하였다. 정찰을 나갔던 군사들이 촉병 하나를 붙잡아다 사마의 앞에 앉힌다.

사마의는 촉군의 병사에게,

“뭐 하던 놈이냐?”

하고 묻는다.

겁에 잔뜩 질린 촉병은,

“승상의 지시에 따라 보리를 모두 베고 돌아가던 중이었습니다. 혼자 뒤쳐져서 그만...”

하고, 답하였다.

사마의는 촉병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고민 끝에 궁금했던 것을 묻는다.

“그건 무엇이었느냐?”

“네? 무슨 말씀이신지...”

“공명의 팔진둔갑법 말이다!”

사마의는 포로로 잡혀온 촉병에게 버럭 화를 낸다. 적군의 이름 없는 병졸에게 벌컥 화를 내며 공명의 계책을 묻는 것이 민망하였지만 궁금한 것은 궁금한 것이었다.

“전 일개 병사일 뿐이라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나... 아는대로 말씀을 드리자면... 진짜 승상은 가장 앞서 등장하여 위의 병사를 유인했던 사람 한 명 뿐입니다. 나머지는 강유, 마대, 위연 장군이 승상의 수레처럼 꾸민 것이었습니다.”

촉병의 말에 사마의는 고개를 뒤로 꺾으며 장탄식을 내뱉는다.

‘제갈양...! 제갈양...! 거동(擧動)이 실로 귀신 같구나!’



사마의의 궁금증이 비로소 해소되었을 때, 부도독 곽회가 들어온다.

곽회는 사마의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해보이고는,

“대도독! 지금 촉병은 수가 많지 않을 뿐더러, 노성에서 보리타작이나 하고 있다고 합니다. 습격을 해봄직 합니다!”

하지만 사마의는 공명에게 또 무슨 계략이 있을까 싶어 곽회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다.

사마의가 촉병에게 들은 바를 곽회에게 말하자 곽회는 웃으며,

“이미 지나 간 일이고, 다 한 때의 속임수일 뿐입니다. 지금 상황으로는 노성을 치기 어렵지 않아보이니 출격을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자신 있는 곽회의 태도에 사마의의 염려도 조금은 누그러 들었다.

곽회의 의견에 따라 노성을 치기로 하고, 군대를 두 갈래로 나누어 자신이 앞서서 노성으로 진격하고, 곽회로 하여금 뒤를 치도록 하였다.



위군이 황급히 도망간 틈을 타서 촉군은 농서에서 군량을 섭섭찮게 챙겨 노성으로 돌아왔으나 공명의 마음은 놓이지 않는다. 사마의가 언제든 노성을 공격해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노성은 오래 주둔하여 지키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었다. 적이 검각(劍閣) 지역을 점령하면 본국과 연락할 방도가 없는 곳이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던 공명은 장수들을 불러모아 명을 내린다.

“곧 사마의의 군이 성을 공격할 것이다. 성의 동서쪽 밀밭에서 매복하고 있다가 적이 나타났을 때 급습하면 적합할 듯 한데, 누가 나서겠는가?”

공명의 물음에 강유, 위연, 마대, 마충이 모두 나와 자원한다.

공명은 흐뭇함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 장군에게 각각 군사 이천 명을 나눠주고 강유에게는 동남쪽, 위연에게는 서북쪽, 마대에게는 서남쪽, 마충에게는 동북쪽에 숨어 있게 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명한다.

“화포(火砲)가 울리면 모두 뛰쳐나와 적을 일거에 섬멸하라!”



사마의는 군사를 이끌고 노성(鹵城) 근처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군사들에게 돌아서서 말한다.

"밤에 노성을 친다! 이 성은 공격하기는 쉽고, 방어하기는 어려운 구조이니 쳐들어가기에 어렵지 않을 것이다!"

사마의의 명에 따라 군사들은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곽회가 이끄는 군사까지 도착하고, 마침내 밤이 찾아 왔다.



위군은 촉군을 향해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큰 북을 요란하게 울린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노성의 벽을 에워싼다.

하지만 이미 사마의가 공격을 해올 것을 예상했던 촉군에게 위군을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성벽을 두르고 있는 위군의 머리 위로 셀 수 없는 화살과 돌이 날아든다.

"콰과광! 쾅!"

문득 어디선가 화포가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곽회는 화포 소리의 출처가 밀밭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군사들에게 그 밀밭을 뒤지라고 명하였다.

위군이 밀밭 수색을 위해 밀밭으로 들어서는 찰라, 밀밭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그리고 매복해 있던 촉군이 우르르 몰려 나온다.

위군이 당황하여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노성 문이 열리더니 또 촉군이 쏟아져 나온다. 위군은 촉군의 기세에 눌려 앞뒤를 가릴 것 없이 도망치기에 바빠졌다.

사마의는 정신이 없는 가운데 군사를 간신히 수습하여 나왔다. 그리고 다시 영채를 차려 군사를 주둔 시켰다.



공명과의 전투에서 번번이 성과가 없는 사마의의 낯빛이 어두웠다.

상심(傷心)에 잠겨 있는 사마의에게 곽회가,

"대도독, 옹주(雍州)와 양주(凉州)에 있는 병마를 불러들여 힘을 합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저는 검각을 치겠습니다. 검각은 촉의 보급로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곳을 치면 분명 승산이 있을 것입니다."

하고, 촉군을 깨칠 방도를 말한다.

"그래. 그것이 좋겠군. 당장 옹주와 양주에 전보를 보내서 손례 장군을 불러 들여라. 그리고 곽회 자네는 검각으로 향하라!"

사마의는 곽회의 작전이 먹혀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곽회에게 출동 명령을 내렸다.



사마의의 군대를 물리친 공명은 다시 노성에 들어와 다음 전투를 고민한다. 위군이 검각 지역을 점령하면 당장 보급이 끊겨 전쟁에서 대패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공명은 강유와 마대를 불렀다. 그리고 두 장수에게,

"저들은 우리가 늘 군량 문제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농서 지역으로 갈 것을 예상하고 그곳에 군사들이 들이닥쳤던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아마도 지금쯤 검각을 쳐서 우리의 보급로를 끊어 놓을 방도를 생각해냈을 것이다. 우리도 대비를 해야겠다. 군사 만 명씩을 줄테니 두 장군은 미리 나가 험로(險路)를 지키고 있어라. 우리가 준비가 된 것을 알면 저들도 물러 갈 것이다."

하고, 명령하였다.

"알겠습니다. 승상!"

강유, 마대, 두 장군은 공명의 명으로 검각을 사수하기 위해 군사를 이끌고 성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양의가 공명에게 이렇게 말한다.

“승상, 한중(漢中)을 떠나오면서 승상께서 군사들에게 백일교대(百日交代)를 약속하셨습니다. 곧 그 기일이 다가옵니다. 그 약속을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공명은 양의의 말에 지체없이 대답한다.

“약속을 하였으니 약속을 지켜야지. 군사를 한중에 있는 군사와 빠르게 교대하도록 하게.”

군사들은 긴장을 잠시 놓을 수 있고,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백일교대 날짜가 돌아온 것을 기뻐하였다.

하지만 양의는 위군의 기세가 심상치 않아 보여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리하여 다시 공명에게 백일교대 이야기를 꺼낸다.

“승상,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교대는 건너 뛰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공명은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신의(信義)는 근본이 되는 것이다. 내가 그 신의를 져버린다면 군사들이 나를 어떻게 믿고 내 명을 따르겠는가? 그들의 부모와 처자식은 백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텐데, 돌아갈 사람들은 빨리 돌아가게 하라!”

이와 같은 공명의 말을 전해 들은 병사들은 하나같이 감격했다.

병사 중 누구 하나가,

“승상이 우리를 그토록 아껴주시니, 이렇게 위급할 때에 우리가 우리의 안위(安危)만을 위하여 이곳을 버리고 떠날 수는 없다!”

하고 말하니, 여기 저기에서 같은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나도 가지 않겠네!”

“나도 이번 전투 끝까지 남아서 승상을 도울 것이네!”

공명이 군사들 앞에서 나서서 직접 말한다.

“곧 백일교대일이다! 돌아갈 채비를 하라!”

그러자 군사들이 입을 모아 이렇게 외친다.

“저희는 여기에 남아 승상과 함께 싸울 것입니다! 가족은 승리한 후에 만나도 됩니다!”

공명은 군사들의 충성심에 감격하여 눈시울이 붉어진다.

"고맙구나! 고마워! 정 그렇다면 임무를 주겠다. 곧 위군이 또 휘몰아쳐 올 것이다. 성 밖에 영채를 짓고 적을 기다리다가 적이 오면 쉴틈을 주지 않고 공격하라!"

"네! 승상!"

백일교대에 대한 기대로 가득찼던 촉군의 반짝이던 눈빛이 이번에는 적이 쉴틈 없도록 공격하라는 공명의 명에 반짝이기 시작한다. 한중으로의 교대를 스스로 반납하고 전장에 남기를 원한 촉병의 사기는 그 누구가 와도 꺾을 수 없어 보였다.


※ 드라마 삼국지에는 기산으로 향한 공명과 부단히 그를 쫓으려 하는 중달의 모습이 아주 압축적으로 연출되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여러 과정이 하나로 합쳐졌고, 사건의 순서도 왔다갔다 합니다. 그리하여 당분간 연재글에는 드라마 속 장면이 사진으로 아예 들어가지 못하거나 몇 장 못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표정으로 드러나는 인물의 심리나 주변 상황들이 독자 여러분들께 드라마 장면 못지 않게 가닿을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글로써 그려보겠습니다. 글을 읽기만 할 줄 알았지, 쓸 생각은 별로 하지 않고 살아온 저이기에 독자 분들께서 보실 때 글에 부족함이 많더라도 혜량(惠諒)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곤소곤) 독자 분들에게 이해를 강요(?)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이지만, 사실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연재 완결의 임무를 맡게 되어, 현재 연재 날짜를 맞추기에도 급급합니다. 혹시라도 언젠가 연재 날짜를 맞추지 못하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싶어 슬며시 독자 여러분들께 밑 작업을 해두어 봅니다. 하하하. 완결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애독하여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삼국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국지(三國志) .. (387)  (0) 2022.07.06
삼국지(三國志) .. (386)  (0) 2022.07.05
삼국지(三國志) .. (384)  (0) 2022.07.03
삼국지(三國志) .. (383)  (0) 2022.07.01
삼국지(三國志) .. (382)  (0) 2022.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