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81)
2022. 6. 29. 19:47ㆍ삼국지
삼국지(三國志) .. (381)
오직 조진(曺眞)만 모르는 것 조진(曺眞)은 장군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음...... 진창성(陳倉城)은 자꾸 커가는 우리 아군이 모두 주둔하기엔 규모가 작은 감이 있다. 그래서 군을 여러 성에 나눌까 하는데, 중달, 자네의 생각은 어떠한가?" 조진은 부도독 사마의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에 사마의는, "저 또한 그리 생각하옵니다." 하고, 바로 대답하였다. 이에 따라 진창성은 대도독 조진이 지키기로 하고, 조진의 명에 따라 사마의는 음평으로, 곽회는 무도로, 손례는 흑석성으로 가기로 하였다. 문득 생각난 듯 조진은 사마의에게 눈길을 던지며, "중달, 상소는 완성되었나? 하고, 물었다. 사마의는 앞으로 나아가 가지고 있던 상소문을 조진에게 공손히 내밀었다. 조진은 근엄하게 입술을 꾹 다물고 사마의로부터 건네받은 죽간을 힘차게 펼쳤다. 상소문을 눈으로 읽고 있는 조진의 눈이 커지며 반짝 빛이 난다. 그리고 그 시선이 사마의에게 한 번 가닿는다. 조진의 만면에 미소가 떠오른다. 조진이 두 손으로 탁자를 탁하고 큰 소리가 나게 치고는, "중달. 고맙네. 고마워. 하하하!" 하고, 두 손을 모아 사마의에게 감사의 인사까지 해보였다. 며칠 후,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간 대지를 적셨던 군사들의 피를 말끔히 씻어내려는 듯 비는 몇 날 며칠이고 그칠 줄을 몰랐다. 사마의의 명으로 빗 속 정탐을 나갔던 사마소가 사마의에게 돌아왔다. "아버님, 촉군이 모두 잿더미로 만들고 떠나간 탓에 농서 지방 각 성들은 폐허나 다름없습니다." "대군(大軍)이 머물었던 곳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하고, 사마의는 아들 사마소를 바라본다. "헌데, 제갈양은 왜 진창성만은 그냥 두고 떠났을꼬?" 제 아비의 물음에 사마소는, "그야 진창은 요충(要衝)이고 옹랑으로 통하는 길이기에 그러하겠지요. 훗날 다시 도모하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고, 대답했다. 아들의 대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듯 사마의의 얼굴에는 실망의 빛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너의 생각은 그것이 다냐? 곰곰히 잘 생각해 보거라." 하고, 아들에게 다시 대답할 기회를 주었다. 시선을 바닥으로 떨군 사마소는 잠시 생각해 보는 듯 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잘 모르겠습니다." 하고, 말한다. 사마의는 들고 있던 죽간을 돌연 책상에 소리나게 탁 내려놓으며 아들을 꾸짖었다. "이런 아둔한 놈을 보았나...... 이리도 간단한 이치를 몰라서야...... 멍청한 것은 약으로도 구제할 수 없다. 큰일이로구나. 큰일이야......" 사마의는 도저히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멍한 시선으로 허공을 올려다 본다. 사마소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저에게 막말을 퍼붓는 제 아비 앞에 앉아 눈만 껌뻑이고 있을 뿐이었다. 사마의는 아들을 슬쩍 한 번 보고는 낮게 한숨을 쉬고 다시 허공을 바라보며 이렇게 탄식했다. "하늘이시여! 저는 조진을 이기고도 남으나 제 미련한 아들은 조상(曺爽)에게 질 운명인가 봅니다. 어찌하오리까?" 사마소는 웃음을 참았지만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만은 막지 못하고 사마의에게 말했다. "저도 다 알고 있습니다. 아버님." "무엇을 안단 말이냐?" 사마의는 여전히 걱정이 가득한 심각한 표정으로 아들에게 물었다. "제갈양은 일부러 진창을 남겨두었습니다. 저 바보 같은 조진을 진창으로 불러들이려고 말입니다. 곧 우기(雨期)입니다.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장군이라면 이런 시기에 진창 같은 저지대에 주둔하려 들지 않을 겁니다. 비를 맞아 무기와 갑옷은 녹이 슬 것이고, 군량 또한 물에 젖어 곰팡이가 필 것입니다. 못쓰게 된 무기와 방어구, 굶주린 병사들...... 그런 상태로 어찌 적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제갈양이 노리는 것은 이것이 아니겠습니까. 진창만을 공략하여 조진을 치겠다는 것." 사마소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히 띄우고는 청산유수(靑山流水)로 대답하였다. 아들의 대답을 들은 사마의는 아무 표정 없이 김이 오르는 따끈한 차를 한 잔 따라 아들 앞에 내려 놓았다. 과연 그 아비에 그 아들이었다. 진창성에는 조예가 승전에 대한 상을 내린다는 소식이 도착했다. 조진은 그보다 더 흐뭇한 웃음을 지어 보일 수가 없었다. 조진은 모든 병사들이 조예로부터 온 성지(聖旨)를 볼 수 있도록 성지를 넉넉하게 필사(筆寫)하여 성 안 곳곳에 붙이도록 명령하였다. 그때 조진의 아들 조상이 물에 빠진 생쥐꼴로 조진 앞에 나타났다. "아버님, 이 갑옷을 좀 보십시오." 하고, 조상이 들고 온 갑옷을 조진 앞에 내려놓는다. 조진은 미간을 좁히며 앞에 있는 갑옷을 들춰본다. "긴 비에 갑옷이 녹슬어 갑니다. 영채에까지 비가 차올라 갑옷이 썩어 가고 있습니다. 볕은 나지 않고 앞으로도 며칠은 비가 계속 내릴 텐데 이러면 무기까지 모두 썩어 버릴 것이고...... 만일 촉군이 쳐들어오기라도 한다면 큰일이 날 것입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던 조진의 얼굴이 급격히 구겨졌다. "앗......! 어쩌면 좋으냐...... 어쩌면 좋으냐......" 안절부절 못하고 좌불안석(坐不安席)인 조진에게 조상은, "진창을 포기하시지요. 그리고 옹랑으로 옮기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 하고 다부지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조진은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노기가 충만한 목소리로, "안 된다! 촉군에게 진창은 요충지 중 요충지다. 우리가 한 번 포기하면 다시 수복하기 어려울 것이야. 촉군은 다시는 이곳을 빼앗기지 않으려 할 거다. 폐하께 새 갑옷, 새 무기를 요청하면 된다. 비만 그치면 모두 해결될 일이거늘 괜한 호들갑 피우지 말아라!" 하고, 아들의 의견을 묵살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조상은, "보급(補給)이 미처 오기도 전에 촉군이 쳐들어올 것입니다. 그리고 보유하고 있는 군량에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상한 곡식으로 밥을 지으니 모두의 원성이 높습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제갈양의 꾐에 넘어 간 것 같습니다." 하고, 간언을 한다. 아들의 말을 듣고 고민이 깊어진 조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수염을 매만지며, "그게 사실이라면 큰 걱정이군. 하지만 방금 폐하께서 진창의 승전을 칭찬하는 상을 내리셨는데...... 어찌 바로 진창을 포기하겠느냐? 며칠만 버텨 보자. 성의 수비를 강화하도록 해라!" 하고, 결단을 내리는 것이었다. 진창에 닥칠 운명을 공명, 사마의, 사마소, 심지어 조진의 아들 조상까지 모두 다 알고 있는데 오직 조진만 모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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