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79)
2022. 6. 27. 19:38ㆍ삼국지
삼국지(三國志) .. (379)
공명의 자진 철수 평서 대도독 사마의(平西 大都督 司馬懿)를 탄핵하는 조진(曺眞)의 상주문(上奏文)을 가지고 조상(曺相)이 위주 조예(魏主 曺叡)를 배알하였다. 조예가 측근을 물리치고 조상과 함께 후원을 거니는 가운데 조상이 입을 열어 사마의를 성토한다. "폐하, 사마의가 병권을 잡고 교전을 피한지 석 달이 되었습니다. 앞서 두 차례 교전 중 처음에는 무도성을 잃었고, 이어서 제갈양의 계략에 말려들어 생떼같은 정병 이만을 잃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사마의의 과실로 3대를 이어온 노장군 장합도 전사했습니다. 적의 화살을 스무 발도 넘게 맞고 말입니다." "자네 부친의 상태는 어떠한가?" "지금 회복단계에 있으나 속병까지는 치유가 되지 않으신 상태로 주야로 조정의 안위를 걱정하고 계십니다. 그러시면서 다시 출정하여 진창의 치욕을 설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제갈양에게 또 패하면?" "가친(家親) 말씀으로는 또 패한다면 조서를 기다리지 않고 자진한다 하셨습니다." "좋아, 조진을 원대복귀시키니, 다시 평서 대도독을 맡아 농서지역을 관장하라." 천자 조예는 조상에게 이렇게 하명하였다. 그러자 조상이 다시 묻는다. "알겠습니다. 헌데 폐하, 사마의는 어찌하실 겁니까?" "어쩌면 좋겠나?" "폐하, 사마의는 교전을 두려워 합니다. 병력을 잃었으니 군법에 따라 처벌해야 합니다." 조상은 그의 부친 조진과 더불어 눈엣가시 사마의를 없애지 못해 안달이 나 있었다. 그러나 조예는, "부친이 패했을 때는 군법대로 처리했던가?" 하고, 조상의 아픈 곳을 찔렀다. 그리고 이어서, "명이다 ! 사마의를 평서 부도독에 명하니, 사적인 감정은 묻어 두고 조진에 협력하여 적을 무찔러라." 하고, 명하니 그 소식은 곧바로 사마의에게 알려졌다. "조서를 받듭니다!" 사마의는 천자의 조서를 두 손으로 받아 올렸다. 천자의 조서를 가지고 온 내관이 물러가자 사마의가, "내가 심혈을 기울여 수십만 군심을 다져놓고 방비를 굳건히 했건만 나에 대한 조정의 신임은 견고하지 못하구나." 하고, 말하면서 꿇어 앉은 바닥에서 좀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아들 사마소가 다가와 말한다. "아버님, 조진 밑에서 부도독을 하라는 건 더 없는 굴욕이 아닙니까? 하물며 조진이 모함할 게 뻔합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이미 모함을 받았는데 뭘 더 받을 게 있겠냐...?" 사마의의 대답은 의외로 차분하였다. "제갈양은 아버님을 적수로 여기고 있고, 조진조차 아버님을 적수로 여기고 있으니 안팎으로 적을 둔 셈이 아닙니까?" 그 말을 듣고 사마의가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 "네가 볼 땐 이 애비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 "조진이 그랬던 것 처럼 이곳은 조진에게 넘겨버리시고 아버님께서는 옹양으로 한 발 물러 나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틀림없이 조진은 두 달도 안 되어 패전하고 다시 폐하께 소환 될 겁니다." "......" 사마의는 아들 사마소의 이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군막을 나서 밖으로 나왔다. 군막 밖에는 곽회를 비롯한 장수들이 천자 조예가 내린 조서의 내용을 알고 밖으로 나서는 사마의를 향해 두 손을 올려 울부짖듯이 말한다. "대도독, 이대로 가시면 안 됩니다." "대도독, 제발...!" 단하로 내려서며 사마의가 말한다. "난 이제 더이상 대도독이 아니다!" "중달형! 군심을 모은 당신만이 제갈양을 막아 낼 수 있습니다. 이대로 떠나신다면 군심은 어찌합니까?" 곽회가 울부짖으며 다른 장수들과 함께 꿇어 앉았다. 그러자 장군 손례가 이어서 외친다. "조정에서 어찌 대하든 우리에겐 당신만이 대도독입니다! 당신의 군령만 듣겠습니다. 제발 저희를 버리지 마십시오!" "모두들 고맙네, 고마워... 그래, 안 가지. 안가!" 사마의는 장수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뒤로 돌아서 내려오던 계단을 다시 올라갔다. 그리고 그 끝에 서면서 입을 열었다. "안 가면 조진 대도독을 맞이해야 하겠지." 사마의의 위군 군영 앞에는 새로 부임하는 대도독 조진을 맞기 위해 사마의를 비롯한 장수들과 병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이윽고 조진이 탄 마차가 도착하였다. 사마의가 다가가서, "평서 부도독 사마의가 대장군 대도독을 맞이합니다." 하고, 허리를 굽혀 절을 하였다. 이에 조진이 빈정대는 어조로, "중달? 듣자하니 퇴역을 할 지언정 남 밑에는 안 간다고 했다던데, 이번엔 어쩌다가 부도독 직을 수락했나?" "아뢰옵니다. 부도독을 안 하면 누군가 조정에 상소를 올려 제 목이 달아날 게 아닙니까?" "응? 하하하하... 하하하하! 그럼 잠시 자네 목은 그냥 거기 붙여 두기로 하지. 본 도독의 명을 어기면 그때 쳐도 늦지 않으니까." "소관, 군령을 지키고 대도독 명에만 따르겠습니다." "정말?" "진심입니다. 두고 보면 아시게 될 겁니다." "알겠소. 그 말 잊지 말길... 들어가자!" 사마의의 대답을 재차 확인한 조진이 대도독 군막으로 향했다. 군막 안으로 들어온 조진이 탁자를 내리치며 열띤 어조로 장수들에게, "장군들, 나는 군 통솔자요. 폐하께서도 매우 기대가 크시다네. 허나 몇 달동안 아군은 보(堡)만 높게 쌓고, 적과의 교전을 피했으니 이렇게 나가다가 언제 적을 물리치고 황상을 위로해 드리겠나? 이건 작전이 아니고 적을 키우는 격이다... 이 말이다! 이제 새로운 명을 하달한다! 본 도독이 진군책으로 먼저 보름 안에 제갈양을 물리치겠다!" 하고, 큰소리를 쳤다. 한편, 평서 대도독 사마의가 부도독으로 강등되고 그 자리에 전임 대도독 조진이 부임해 왔다는 소식을 듣게 된 공명은 일편 안심하였으나, 전일 장합과의 전투에서 중상을 당해 치료와 요양 차 성도로 후송했던 장포가 죽었다는 기별이 도착하자 공명은 슬픔을 견디지 못해 목을 놓아 울기를 반복하다가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군의(軍醫)가 달려오고 부산을 떠는 통에 정신이 돌아오기는 했으나, 여러 날을 두고 건강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대장군 위연은 왕평을 비롯한 수하의 장수들을 거느리고 문병차 공명의 군영에 왔다가 군막을 나오는 간호병을 만났다. "서라. 승상의 차도는 좀 어떠신가?" "네. 장포 장군의 사망 소식을 들으시고 애통해 하셨는데다가 어제 진창을 다녀오시는 길에 비까지 맞으시어 병이 나셨습니다." "음... 알았다. 가보아라." 위연이 간호병을 보내고 나자 공명을 측근에서 호위하는 강유가 밖을 내다보고 말한다. "승상께서 깨어 나셨으니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위연, 왕평을 비롯한 촉중 장수들이 공명의 병상에 일제히 눈길을 주었다. "승상, 좀 어떠십니까?" 위연이 입을 열었다. 초췌한 행색의 공명이 힘겹게 뜬 눈으로 장수들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오, 위 장군. 내 몸 상태가 좋지않고 머리도 깨질 듯 하오. 이렇게 정신이 혼미해서야 어찌 군사(軍事)를 살필 수가 있겠소. 하여 일단 한중으로 돌아가 병을 다스린 후 다시 좋은 계책을 세울 생각이니 장군은 사흘 후 날이 밝는 대로 철수할 계획을 세우시오." 그 소리를 듣고 위연이 반문한다. "승상, 적을 유인하려는 겁니까, 정말로 철수하는 겁니까?" "음 ... 정말로 철수하려는 거요. 이제 내 몸이 더이상 버텨낼 수 없을 것 같소. 거기다가 곧 가을 장마가 시작되오. 그럼 길이 진탕이 될 것이니 한중에서 군량을 운반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오. 그때에 닥쳐서 공도 세우지 못하고 허겁지겁 회군하느니 차라리 지금 철수하는 것이 좋겠소." "함락한 성들은 어쩌고요?" 위연은 공명의 철수 명령에 크게 아쉬움을 가지고 물었다. 그러나 공명은 병석에서 고개를 흔들며, "필요 없소. 그냥 포기하시오." "진창도 포기하실 겁니까?" "철수할 것이니 진창도 필요 없소." "하오나 승상, 진창을 얻는데 수 만명의 병사들을 희생됐습니다. 그런데 진창까지 버리신다고요?" 위연은 공명의 명에 안타까움을 담아 말했다. 그러나 공명은, "어렵게 얻은 성이라는 걸 왜 모르겠소. 허나 철수하는 마당에 무슨 수로 지킬 수가 있단 말이오?" 하고, 재고의 여지가 없음을 잘라 말하는 것이었다. "하...!" 위연의 얼굴에 실망감이 크게 묻어났다. 그러자 이를 살핀 공명이 즉석에서 장군 왕평을 부른다. "예! 승상." "조진의 공격에 대비해야 하니, 대군이 철수할 때 병력 이만을 진창 입구에 매복하여 뒤쫒는 위군을 경계 하다가 마지막으로 적당한 시기에 철수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왕평이 명을 받자, 위연이 다시 한번 진창에서의 철군을 재고케 하기 위해 운을 띄웠다. "승상," 그러나 공명은 눈을 감은 채 모두를 향해 말한다. "물러들 가시오." 나흘 후, 위군 군영 조회에서 장군 조상이 적정((敵情)을 보고한다. "대도독, 어젯밤 촉군이 점령하고 있는 우리 성읍 각지에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하여 제가 즉시 그 현황을 파악하니, 촉군이 점령지 성읍의 군사 시설에 불을 지르고 야음을 틈타 기산을 따라 한중으로 철수하는 것이 목격되었습니다." "응? 어째서 철수하는 거지?" 조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저도 그 점이 의아해서 철수하는 촉군의 뒤를 은밀히 쫒아갔고 철수 대열에서 처진 병사를 붙잡아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제갈양이 중병에 걸려 위중하다고 합니다." "으응? 제갈양이?" "네." "제갈양이 위중하다... 위중하다...? 이보시오 중달, 제갈양이 위중하다는 것이 사실인 것 같소? 혹시 눈속임은 아닐까?" 조진이 사마의를 거명하며 이렇게 묻자, 사마의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진을 향했다. 그때 조상이 두 사람 간을 가로막고 말한다. "대도독, 제갈양이 위중한지 아닌 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관건은 촉군이 철수하는 것이 진짜인지 술수인지입니다. " "조 장군께서는 촉군이 철수하는 것을 어떻게 보십니까?" 사마의가 조상을 향해 물었다. "제갈양은 신중합니다. 아마도 진창에 복병을 배치해 두었겠지요. 대군이 한중에 도착하게 되면 그때서야 복병들이 철수할 것입니다. 뒤쫒을 것 없이 진창으로 가서 촉군의 취사용 모닥불 흔적을 보면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 "촉군은 취사를 위해 보통 열 명 단위로 불을 피우니까, 모닥불 흔적이 천 개라면 만 명의 복병이 있음을 뜻하지요. 모닥불이 없거나 많지 않으면 복병을 두지 않았다고 보고 우리가 진창을 차지하면 되는 것입니다." "전술에 능통하신 지극히 옳으신 말씀입니다. 이렇게 해박하시니 저는 덧붙일 말이 없습니다." 사마의가 이렇게 조상의 의견을 크게 칭찬하자, 자신감이 오른 조진이, "듣거라. 조상이 선봉을, 곽회가 후방을 맡고, 나 자신은 중군을 이끌고 진창과 주변 지역을 수복하겠다." 하고, 말하니 자리에 함께 한 장수들은 일제히, "알겠습니다!" 하고, 복명하였다. |
'삼국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국지(三國志) .. (381) (0) | 2022.06.29 |
---|---|
삼국지(三國志) .. (380) (0) | 2022.06.28 |
삼국지(三國志) .. (378) (0) | 2022.06.24 |
삼국지(三國志) .. (377) (0) | 2022.06.23 |
삼국지(三國志) .. (376) (0) | 2022.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