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57)
2022. 5. 30. 16:56ㆍ삼국지
삼국지(三國志) .. (357)
공명의 담판(談判) "보시오, 보라구! 모두가 패전보요! 제갈양을 생포해 온다고 큰소리 치고 가더니, 대군을 잃은 것은 물론, 부마(駙馬)자신도 생포되고 말았소!" "게다가 촉군이 양동작전을 펼쳐 기산에서 위수를 거쳐 장안으로 향하고 있소! 천수성 수장 강유가 투항해 기현(冀縣), 안정, 상규(上邽)가 모두 제갈양 손에 들어가 버렸소! 대사마 조휴도 옹양을 버리고 도주해 버리고, 이제 촉군이 장안 백 리밖에 이르렀으니 이대로 가다가는 몇 달도 안 되서, 짐은 망국(亡國)의 군주가 되고 말 것이오!" 조예의 노기는 하늘을 찔렀다. 모두가 묵묵부답인 가운데 사도 왕랑(司徒 王郞)이 아뢴다. "아뢰옵니다. 신이 말씀드렸지만 하후 부마는 제갈양의 적수가 못 됩니다. 제갈양을 이기려면 대장군 조진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왕랑은 이렇게 말하는 중에 조진(曺眞)을 가리켰다. 자신의 이름이 거명되며 황제와 중신의 이목이 집중되자 조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지며 왕랑과 조예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는 조예가 집어 던져 자신이 주워 들고 있던 패전 보고서를 든 채로 중앙으로 나와, "폐하! 신은 자질이 부족하여 대임을 맡지 못 합니다." 하고, 노골적으로 전쟁터에서 발을 빼는 소리를 한다. 그러자 믿었던 조진의 황당한 소리에 얼굴이 일그러진 조예가, "숙부? 선제께서도 특별히 유언을 남기셨고, 지금처럼 나라가 긴박한 때에 두 손 걷고 나서지는 못할 판에, 두고만 보려고 하시는 겁니까?" 하고, 실망 어린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자 왕랑은 조진의 참전을 부추기면서, "대장군! 사직의 기둥이니, 더이상 고사 마시오. 대장군이 나서면 소신도 대장군을 따라 제갈양과 싸우겠소." 하고, 말한다. 그러니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던 조진은 왕랑과 조예를 번갈아 보며 말한다. "대인이 도와주신다면 군사(軍師)로 모실 것을 청합니다." 그러자 일그러진 얼굴을 펴지 못한 조예가 왕랑에게 말한다. "경(卿), 올해가 일흔여섯인데 어찌 전쟁터로 나가신단 말이오?" "소신, 몸은 늙었으나 뜻은 젊습니다. 제갈양이 천하무적이라고 하지만 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안 그래도 그 요물같은 제갈양과 담판(談判)을 통해 겨뤄보려고 했습니다. 누가 더 고명한 지 말입니다!" "좋소! 짐이 조진을 대도독으로, 곽회(郭淮)를 부도독으로, 왕랑을 군사(軍師)로 삼아, 군사 이십만을 내 줄 테니 즉시 출병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 조진은 이십만 대군을 거느리고 출전하였다. 선봉장은 종제 조준(從弟 曺遵)이 되고, 주찬(朱讚)은 부선봉이 되어 조예의 환송을 받으며 성대히 출사(出師)하였다. 대군이 장안에 도착하자, 위수 서쪽에 진을 치고 작전 계획을 세운다. 그 자리에서 왕랑이 말한다. "내일 우리 군사들의 진용(陣容)을 정연히 갖춰 놓고 내가 일선으로 나가 일석화(一席話: 말로써 담판)를 지어 보일 터이니, 그러면 제갈양이 간담이 서늘해져 싸우기를 단념하고 스스로 물러가게 될 것이오." "공명이 그렇게나 호락호락 넘어가겠소?" "노부(老夫)에게 계교가 있으니 안심들 하시오." 팔십객 노군사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군사의 계교대로 해보시오." 다음날 아침 위군은 기치와 갑옷을 정연히 갖추고 촉군과 대진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왕랑이 공명을 외쳐 부르니, 공명이 사륜거를 타고 대군의 앞으로 유유히 나온다. 공명이 나오자 왕랑이 이를 알아 보고 말을 타고 공명의 지근거리로 다가온다. "그쪽이 왕 사도시오?" 공명이 수레를 멈추고 물었다. 그러자 왕랑이 미소를 띠며, "왕랑이 그대의 이름을 익히 들어왔는데, 이렇게 만나서 반갑소. 듣자하니 자칭 천 리를 꿰뚫어 본다고 하던데, 무슨 연고로 명분없는 전쟁을 일으켰소?" 하고, 공명에게 나무라는 어투로 말을 하였다. "역적을 토벌하는데 어찌 명분이 없다하오?" 공명이 대답하였다. 그러자 왕랑이 입을 열어 열변을 토하는데, "역적...? 천운(天運)이 변하면 정권도 바뀌는 법, 덕이 있는 군주가 부덕한 군주를 대신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요! 환제와 영제 이래, 황건적의 난으로 천하가 황폐해 지고, 도처의 도적들이 봉기해서 간웅들이 활개를 쳐서 위태로운 시기에 우리 태조 무황제(조조를 칭함)께서 난세를 평정하고 천하의 민심을 얻고 , 만민의 추앙에 의해 하늘의 뜻을 받들어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대권을 이양한 것 처럼 한 황제의 유업을 이어받았으니, 모든 것이 천명에 따른 것이오. 자신을 매우 영리하고 진중한 사람으로 여기는 그대는 어찌 천명을 거스르려고 하는가? 하늘에 순응하는 자는 흥하고 역행하는 자는 망한다 했소. 우리 위국은 백만 군사에 장수만 천 명이오. 그러니 기산을 평지로 만들고 하늘도 뚫을 수 있소. 그대가 정말 식견이 있다면 어찌 예를 갖추고 투항하지 않소? 지금이라도 기꺼이 투항을 한다면 내가 섭섭지 않게 대우해 주지."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공명이 파안대소를 한다. "으, 하하하하!" 웃음을 머금은 공명이 말을 이어간다. "그래도 한실의 원로대신이라면 다를 줄 알았는데, 뜻 밖에도 뚫려있는 입이라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만을 지껄이고 있구먼. 한 마디 할 테니 전 군은 들어라!" 공명은 이렇게 왕랑의 말에 대꾸를 하고, 전·후의 아·적군 군사들이 모두 들으라는 명을 내린 뒤에 왕랑을 향하여 크게 꾸지람을 한다. "너! 왕랑! 한실의 국운을 입고 조정 관리가 됐기에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마땅히 군주를 보좌해서 역적을 제거해야 할 것이거늘! 오히려 관직에 눈이 멀어 역적을 도왔으니, 조용히 머리를 숙이고 숨어 지내면서 구차한 목숨을 이어가며 살아도 모자랄 것이어늘, 어찌 감히 대군 앞에 나와 천운을 논하느냐! 백발의 필부, 나라의 노적(老賊: 늙은 도둑)이로다! 그대는 죽어 구천에 들면 한실의 이십사대 선제들을 무슨 낯으로 볼 테냐!" 공명이 화로선을 들어 왕랑을 가리키며 크게 꾸짖었다. 그러자 이에 놀란 왕랑이 공명을 마주하여 놀란 손을 들어 보였다. "어, 엇...?" "그만 물러 가라, 죽일 가치 조차 없으니!" 공명이 여기까지 말을 하였을 때 왕랑은 울화가 가슴에 치밀어 별안간, "으악!"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쓰러져 말에서 굴러 떨어진다. 그러자 이 모습을 본 조진이 깜짝 놀라며 명한다. "여봐라, 왕 사도를 어서 데려와라!" 그리고 뒤이어 명한다. "철수...!" 노군사 왕랑(老軍師 王郞)을 수습해 가지고 돌아온 대도독 조진(大都督 曺眞)이 군의(軍醫)에게 묻는다. "군사의 상태가 어떤가?" 군의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이미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조진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철썩같이 믿었던 왕랑이 별안간 죽어버리니 앞으로의 일이 황망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제갈양 그놈, 정말 요물이로다. 세 치 혀만 가지고 우리 군사를 죽여 버리다니...! 왕랑은 삼공 대신(三公 大臣) 중 한 사람인데, 그가 죽어버렸으니 천자께 어떻게 해명해야 하나...?" 그러자 부도독 곽희가 말한다. "대도독, 군사가 낙마하여 군심이 어지럽습니다. 소장이 볼 때는 제갈양이 이틈을 노리고 공격해 올 것이니,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 "그럼, 그래야지... 대비를 해야지..." 결단력과 위용이 부족한 조진은 짧은 수염을 매만지면서 망설이듯 대답하였다. 그러면서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해야겠다. 왕랑의 죽음을 미끼로 기습하게 만들고, 놈들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매복으로 역습을 펼치는거야..." ... 한편, 공명의 군막에서는 항복해 온, 위국(魏國)의 천수성 젊은 수장(首長) 출신인 강유가 공명의 부름을 받고 달려왔다. "소장 강유, 승상을 뵈옵니다." "오, 백약. 위군이 위수를 따라 포진해 지금 당장은 공략이 어렵네. 이곳 출신이니 이곳 지세(地勢)에 대해 잘 알 것이라 묻고자 불렀네." "아뢰옵니다. 이 시기에 위수는 변화무쌍합니다. 상류에 폭우가 내리면 하류인 이곳은 곧 물이 불어 건널 수 없습니다." "그 말은 무턱 대고 진격했다간 도중에 습격을 당할 수도 있단 말인가?" "정확히 보셨습니다. 허나,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만..." "응? 말해보게." "소장이 방금 적진을 관찰해 보니, 위군이 상(喪)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누가 죽었나?" "군사 왕랑입니다." "응? 왕랑...? 정말 뜻밖이로군. " "승상께서 호되게 비난한 것이 가슴에 박혔나 봅니다." 곁에서 마속이 한 마디 한다. 그러자 강유가 곧, "허나, 좀 수상합니다. 삼공의 공신이었고, 조진의 군사 아닙니까? 그런 자가 죽었다면 군사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라도 쉬쉬하고 비밀에 부칠텐데, 왜 드러내놓고 상을 치르려 하는 것일까요?" 하고, 말한다. 그러자 공명이, "음...! 백약, 보는 눈이 있구먼." "조진이 속임수를 쓰는 걸까요?" "속임수가 분명합니다. 유인을 하려는 거죠."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아군을 유인하는 거라면 복병은 어디 두었을까? 백약? 이곳 지리에 익숙하니 말해 보게." 공명이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며 강유의 말에 큰 의미를 가지고 물었다. 강유가 지도 앞으로 가서 지역을 가리키며 말한다. "복병은 저기 어산 옆에 뒀을 겁니다." 공명과 마속은 강유가 가리키는 곳의 지형을 유심히 살펴본다. 마속이 반짝이는 눈으로 공명을 건너다 보았다. 그의 눈은, (승상! 바로 이겁니다!) 하고, 소리치고 있었다. 곧바로 공명이 결심어린 소리를 하였다. "좋아, 이번에는 장계취계(將計就計)로 상대하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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