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59)

2022. 6. 1. 20:01삼국지

삼국지(三國志) .. (359)

사마의의 출사

 
한편, 고향인 완성으로 낙향한 사마의는 날마다 병서를 읽거나 거문고를 타면서 한가로운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틈틈이 맏아들 사마사(司馬師)와 둘째 아들 사마소(司馬昭)에게 병법을 가르쳐 주는 것을 유일한 즐거움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문고를 타고 있는 사마의에게 맏아들 사마사가 말한다.

"아버님,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부마 하후무가 남안성에서 촉군에 사로잡혔고, 옹양성을 지키던 조휴는 대패하여 달아났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장군 조진마저 장안을 앞에 두고 대패를 했다고 합니다. 폐하께서 현자를 내치고, 조씨 친족들을 등용하여 연전연패 당하고 있으니 이러다가는 조위도 패망하게 생겼습니다. 아버님, 상소라도 올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나 사마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계속해 거문고만 타고 있었다.

그러자 아들이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아버님, 어떠십니까?"

사마의는 거문고를 계속해 타면서 오히려 아들에게 물었다.

"이 곡(曲)이 무슨 곡 인 줄 아느냐?"

"옛 곡인 고산유수(高山流水)지요. 아버님의 뜻을 알아 주는 사람을 기다리십니까?"

사마사는 고산유수의 담긴 뜻을 풀어 아버지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계속해 말을 이었다.

"허나, 지금의 천자는 지음(知音: 마음이 통하는 사이)이 아니라 오히려 아버님의 천적(天敵)입니다."

"천적과 지음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들 서로간에(조씨 집안을 말함) 깊은 이해가 없다면 천적이라 하겠냐. 숲속의 대추는 익었느냐?"

"익었을 겁니다."

"좀 따오거라. 맛 좀 봐야겠다."

아버지의 뜻을 도통 알지 못하겠는 사마사가 대추를 따기위해 아버지 앞을 물러 나온다.

그런데 문밖으로 동생 사마소가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때야 사마사는 아버지의 말 뜻을 알아차렸다. 그리하여 아버지를 향해 돌아서며 묻는다.

"아버님, 혹시 조정의 조서를 기다리십니까?"

그러나 그 말에 대한 대답은 둘째 사마소에게서 나왔다. 사마소는 안으로 들어오자 대뜸,

"아버님, 천자의 조서를 가지고 화흠 대인(華歆 大人)이 왔습니다."

하고 알리는 것이었다.

그 순간, 사마의는 거문고를 격하게 뜯었다.

...

문 밖에는 태위 화흠이 천자 조예의 조사를 들고 들어오며 소리친다.

"사마의는 칙명을 받으라!"

사마의가 두 아들과 함께 밖으로 나와 꿇어 엎드리자, 태위 화흠이 조서를 낭독한다.

"천명을 이어받으신 황제께서 이르시길, 사마의가 억울한 벌을 받은 것은 모두 짐의 과오다. 이제 적군의 침략으로 조정이 위급하니 경 만이 대임을 맡아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 낼 수가 있다. 하여, 사마의를 표기대장군에 봉하고 평서대도독(平西大都督)으로 삼으니, 중원의 각 군마들을 인솔해 즉시 적을 맞아 싸우라. 이상."

사마의가 고개를 들고 말한다.

"명에 따르겠습니다."

이어서 화흠이 조서를 사마의에게 건네주며, 그의 눈높이로 허리를 숙이며 말한다.

"중달? 종 태부께서 가문의 쉰세 명의 목숨을 담보로 당신을 천거했소. 나도 우리 가문 마흔일곱 명을 담보한거요. 합치면 공교롭게도 모두 백 명의 목숨이오."

그러자 사마의가 자신을 천거하기 위해 종요와 화흠이 자신의 식솔들을 담보했다는 사실을 각인시켜 주기 위해 고개를 몇 번이고 끄덕여 보였다.

"화 대인, 모두가 나를 흉폭한 광도(狂濤)라고 칭하며 천거하기를 꺼려 내가 목숨조차 부지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어찌 백 명의 목숨까지 감당합니까?"

"중달? 빈정 댈 건 없지 않소? 제가 이렇게 사죄드리겠소."

화흠이 꿇어 앉은 사마의에게 허리를 깊게 숙여 절을 해보였다.

사마의가 그제서야 일어나 화흠을 마주보고 말한다.

"군정이 급박하여 차 대접은 못하니 용서하시고, 지금 즉시 낙양에 돌아가서 보고 드리시오. 오늘부로 완성 장군부로 부임한다고 말이오."

"알겠소!"

화흠은 기쁜 어조로 출사 준비를 위해 안으로 들어가는 사마의에 뒤에 대고 소리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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