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출장 기행 문 (28)

2022. 5. 30. 06:46아프리카 출장 기행 문


★ 아프리카 출장 기행문 (28)

나 루스 (Narus) 지역의 금광에 대한 기대를 뒤로 하고, 우리는 카 포에타(Kapoeta)로 이동했다.
평원지대에 비교적 큰 마을이 나타났는데, 쿨 총리는 이곳을 시(市, city)라고 불렀다.

그들은 시라고 말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컫는 시만큼의 규모로 생각할 수 없는 매우 초라한 시골 동네로 생각해야 맞는 표현이다.

코만도 쿨 총리는 과거에 이곳 카 포에타에는 약 3,000여 명의 시민이 살았으나 계속되는 전쟁으로 많은 시민이 죽거나 다른 장소로 떠나버렸고, 지금은 거의 폐허가 된 곳이라고 했다.

건물은 매우 낡았으나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콘크리트 구조물 건물이 군데군데에 있었다.
콘크리트 건물 벽에는 전쟁의 흉터인 총탄 흔적들이 곳곳에 있었다.

한쪽에 비교적 넓게 펼쳐진 목초 지역에 소와 염소 그리고 양들이 보였다.
허름한 건물 앞에 도착한 일행은 더위에 지쳐 있었고, 따가운 햇볕에 목이 탔다.

평소 보지 못한 우리를 보자 외지인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기 시작했다.
운집한 사람들은 일반인도 있었지만 현역 군인들도 꽤 섞여 있는 것 같았다.

개중에는 일부 군복을 입은 장교(지휘관)인 듯한 군인들이 여럿 있었고, 그들은 모두 총리와 장관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거나 포옹을 하면서 그들만의 토속어로 인사를 나누었다.

일반 병사들도 꽤 많았는데, 어느 사병 하나가 총리에게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이 참으로 우습기 짝이 없었다.

우리나라 군인과 달리 민첩성이나 절도가 없는 것으로 보아 제식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그렇지만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군사훈련은 받았을 텐데 말이다.

일반 주민들도 우리를 보러 왔는지 모여들기 시작했다.
성인들은 그런대로 옷을 입었거나 천으로 된 것을 걸치고 있었지만 벌거벗은 아이들도 꽤 많았다.

그들이 볼 때에는 아마도 이방인인 우리의 생긴 모습이 이상하게 보여서 모여들었을 것이다.
사업 파트너 무스타파의 인상이 왠지 심상치 않아 보였다.

무스타파는 우리 일행과는 다른 자동차로 K사장 그리고 촐 재경부 장관과 함께 따로 움직였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식사문제를 해결해주지 않고 또 어디론가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불과 1분여 거리에 위치한 어느 낡은 건물로 자리를 옮겼는데, 실내로 들어가자 중앙에 책상이 하나 놓여 있고, 주위에 빙 둘러앉을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었다.

아마 회의장소인 것 같았다.
쿨 총리가 중앙의 책상이 있는 자리에 앉았고, 모든 일행은 주위의 의자에 앉았다.

쿨 총리가 앉아 있는 자리 뒤에는 아마도 뉴 수단의 대통령인 듯한 사람의 사진이 액자에 넣어 걸려 있었다.
잠시 후 이곳 현지 책임자인 듯한 사람이 우리에 대한 환영인사와 함께 이곳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쿨 총리도 이곳의 실정과 과거사(過去事)에 대해 부연(敷衍) 설명했다.
역시 수도 주바(Juba)에 이어 이곳 카 포에타는 제2의 도시라고 하면서 북부 수단과 치열한 전투를 치른 지역이라고 했다.

쿨 총리의 이야기가 끝나자 무스타파가 말을 이어갔다.
그가 말한 내용의 요점은 첫 번째 금광지역 조사에서 너무 실망했으며, 더 조사해 볼 가치가 없다는 말이었다.

이런 정도의 금광상을 확인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는 무척 화가 나 있었다.

무스타파는 K사장에게 함께 자동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실망스러웠던 금광 조사 결과를 남부 수단 정부 요인들에게 할 말은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하면서 매우 부정적 표현을 했다고 나중에 들었다.

K사장도 역시 무스타파와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곳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그때그때 할 말은 하고 넘어가야지 은근슬쩍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의 비즈니스 의식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한 생각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떻든 무스타파의 말에 쿨 총리도 화를 냈다.

총리는 아랫사람을 불러 지금 당장 우리가 엔테베 공항에서 타고 왔던 이글 항공사(Eagle Air)의 경비행기를 불러 대기시키라고 했다.

분위기가 살벌해지기 시작했다.
먼 나라 아프리카 수단까지 와서 이제 모든 일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자, 다음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걱정이 앞섰다.

아니 수포로 돌아가는 비즈니스보다도 여기에서 과연 별 탈 없이 안전하게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더 엄습해 왔다.
물론 이곳을 방문하기 전 서울에서 뉴 수단 정부로부터 안전보장 양해각서를 받은 바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곳의 현실은 실상 휴전 중이긴 하지만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나라로 그들은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식의 의식이 지난 19년 동안 내전을 치르면서 다져져 있었으므로 나는 불안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더구나 이 지역은 군인들이 주둔하고 있는 살벌한 지역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나는 K사장에게 제안을 했다.

조금 전에 본 나르스 지역의 금광만을 가지고 단언하지 말고, 기왕 어려운 여정을 계획하고 왔으니 다른 장소 한 곳을 더 조사해보고 나서 최종 판단을 내리자고 제안했다.

이때 밖에서 한 병사가 콜라 등 음료수를 가지고 들어왔다.

- 29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