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출장 기행 문 (31)

2022. 6. 2. 07:36아프리카 출장 기행 문


★ 아프리카 출장 기행문 (31)

이 지역은 어디를 가든지 동일하게 4~5 종류의 나무가 자라고 있었으나 별로 크지도 않으면서 모두 가시가 돋아나 있었다.

거의 대부분 지역의 지면은 흙과 모래, 자갈 등으로 형성되어 있어서 순순한 토사는 보기 힘들었다.
특히 지면은 메말라 있어서 매우 단단한 편이었다.

이렇듯 수분의 고갈로 지반이 메말라 있어서 풀이 자라지 못했다.
이러한 지형지세와 나무들의 형태 등이 모두 사막지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곳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사막이라고 하는 곳은 풀 한 포기 없는 허허벌판의 모래사장만을 연상했었는 바, 실상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으로 이런 곳도 바로 사막지대였다.

전언(傳言)에 의하면, 나무들이 모두 가시가 돋아 있는 이유는 초식동물들이 나뭇잎을 뜯어먹기 때문에 나무의 생존권 확보 즉, 자기 보호 차원에서 진화된 것이라고 했다.

광활한 평원 속에 간혹 하천이 있었지만 물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워낙 메마른 대지여서인지 풀은 아예 보이지 않았고, 작은 나무들은 뿌리를 매우 깊숙이 박고 있었다.

또 다른 금광이 있다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길목 중간에 잠시 차를 멈추었다.
남부 수단 정부 요인들은 이곳에서도 금이 나온다며 채굴적을 보러 가자고 했다.

하천을 건너 찾아간 곳은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진 지형이었는데, 가시가 돋아 있는 나무들마저도 지면에 깔려 있을 정도로 매우 작았다.

아마도 큰 나무들은 뽑아 버렸거나 베어낸 것 같이 보였다.
여러 곳에 그리 깊지 않은 채굴적이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었다.

그러나 육안상 관찰로는 이곳 주민들이 말하는 것처럼 엄청난 금광상(金鑛床, gold deposits)으로 보기엔 무리였다.
한 원주민이 비닐종이에 싸서 간직하고 있다는 금을 보여주었는데, 입자가 매우 작은 사금(砂金, 모래 속에 부존 하는 금)이었다.

이 지역이 하성 충적층(河成沖積層, 하천을 따라서 흘러가다 쌓인 지층)으로 형성되어 있으므로 만약 멀지 않은 곳에 금광상이 있다면 금을 함유한 모암이 깎여 내려와 비중 차이로 하천 어디엔가 사금이 쌓여 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시간을 투자해서 좀 더 탐사작업이 이루어져야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다시 이동하여 다른 곳으로 향했다.

역시 가는 곳마다 집단 가족을 이루는 부족들의 집들이 군데군데 운집해 있었다.
어느 마을에 도착해 걸어서 금을 캐고 있다는 장소로 이동하는 중에 동네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와 따라다녔다.

비교적 넓은 하천을 건너가는데, 이곳은 물이 약간 흐르고 있었다.
원주민들은 이 물을 손으로 떠서 그냥 마셨다.
나도 어찌나 땀을 많이 흘렸는지 마시고 싶었지만 분명히 세균에 감염되어 있을 것 같아 두려워서 참았다.

하천변 한쪽에 깎여나간 면이 보여서 자세히 살펴보니 사금을 포획할만한 지층구조를 나타내고 있었다.
전문적이지만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이해를 돕고자 지질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본 지역은 제4기(quaternary)의 충적층(alluvium)으로 이루어진 지질구조를 보여주고 있었다.
사금 광상(alluvial gold deposit)이 이러한 지역에 배태되어 분포하는 것으로 사료되었다.

이는 하천 및 이와 연결된 지류 부근에 분포되어 있는 합 금 은(含金銀) 석영맥(石英脈) 등 금광체들이 장기간의 풍화작용으로 파괴, 분해된 후 우수(雨水)에 의해 저지대로 이동했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비중이 무거운 금 입자가 기반암 상부의 충적층 내에 감 토층(甘土層)을 이루면서 이곳에 농집 되어 형성된 하성 사광상(河成砂鑛床) 일 것으로 판단되었다.

원주민이 작업을 했다는 토굴 형태의 채굴적이 여기저기 여러 곳에 산재해 있었는데, 그 깊이가 다른 장소에서 본 것과는 다른 양상으로 대략 5~7m 정도에 이르렀다.

원주민들은 토굴을 파 들어가면서 토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교묘하게 나선형 형태로 작업을 수행했다.
캠코더의 줌(zoom)으로 당겨서 바닥을 확인해 보았더니 감 토층과 기반암이 보였다.

이 지역은 전형적인 대륙성 열대 기후대로 우기와 건기의 구별이 명확하여 우기 시에는 저지대에 하천이 형성되면서 유수(流水)에 의하여 풍화 산물이 이동하는 과정 중에 비중 차이에 의해 사금 광상을 형성하는 충분조건에 해당되었다.

지질 광상 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원주민들이 계속 따라오면서 신기한 듯 우리 일행을 주시했다.
아이들은 대부분 옷을 입지 않은 벌거벗은 알몸이었고, 성인(어른)들 중서에도 벌거벗은 사내가 있었다.

캠코더에 이런 모습도 담고는 싶었지만 차마 렌즈 방향과 초점을 맞출 수가 없었다.
실상 성인의 알몸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으나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편하게 담았다.

쿨 총리 등 정부 요인들은 내가 낱낱이 그들의 실상을 캠코더에 녹화하는 모습을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나쁘게 여기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 알 수 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지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광상 조사를 위해 많이 걷고 돌아다니며 땀도 많이 흘린 탓인지 피로가 몰려왔다.

- 32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