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37화
2021. 4. 10. 08:13ㆍ초 한지
★ 19금(禁) 초한지(楚漢誌) - 37화
☞ 嫦娥(상아), 진시황을 만나다.
시황제는 일생에 한 번쯤 둘러볼 기회가 있을까 말까 한 별궁이 전국 곳곳에 열다섯 개나 두었다.
각 별궁에는 환관 조고에 의하여 자신의 행차 때 시중을 들 궁녀를 천 명씩 선발하여 대기시켜놓고 있었고, 평원진 별궁도 마찬가지로 천여 명의 궁녀가 있는데, 상아도 그 중 하나였다.
상아는 약혼자인 나을(羅乙) 청년이 평원진 축조공사에 노역부로 끌려 나가 돌아오지 못하게 되자, 시황제에 대한 한이 사무쳐 원수를 갚기 위해 당대의 명의인 아버지를 졸라 ‘비방 사약(秘方 死藥)’을 받아 가슴 깊이 품어오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평원진 궁녀 선발에 자진하여 응함으로써 궁녀가 되었으나 어느덧 2년이나 지났지만 시황제가 찾아오지 않으니 가슴에 사무친 한을 언제나 풀 수 있을지 막막할 뿐이었다.
그러던 초여름 어느 날, 평소에는 절간처럼 조용하고 쓸쓸하기만 하던 평원진 별궁이 별안간 발칵 뒤집히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평원진 군수가 돌연 수백 명의 인부들을 인솔하고 나타나 직접 진두지휘를 하며 별궁을 대청소하더니, 다른 한편으로는 수십 명의 정원사(庭園師)와 도공(塗工)들이 정원을 새로 꾸미고 단청을 새로 칠하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었다.
“별안간 왜들 이러십니까?”
상아는 하도 이상하여 별궁도감(別宮都監)에게 물어보았더니, 오히려 별궁 도감은 눈을 커다랗게 뜨며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황제 폐하께서 내달 초에 우리 별궁에 임행(臨幸)하시기로 되어 있다오. 우리 별궁이 준공된 지 이미 3년이 넘었건만 황제 폐하께서 이제야 처음 납신다고 하시니, 우리로서는 두 번 있기 어려운 영광이 아니겠소?”
“예? 황제 폐하께서 내달 초에 우리 별궁에 납신다고요? 그게 사실입니까?”
상아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었다. 드디어 시황제를 제 손으로 죽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이제야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사실이 아니라면 내가 어찌 이런 말을 할 수 있겠소? 그러니 상아 아가씨도 황제 폐하의 은총을 입으려면 오늘부터 몸단장이나 단단히 해두도록 하시오.”
“황제 폐하의 은총?”
상아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 왔다. 늑대처럼 殘虐無道(잔학무도)한 시황제에게 온몸을 사정없이 유린당할 일을 생각하니 전신에 소름이 끼쳐왔다.
그러나 시황제의 목숨을 빼앗으려면 나 또한 그만한 희생을 각오해야 할 것이 아닌가!
별궁 도감은 남의 심정도 모르고, 상아를 동정하는 마음에서 넌지시 이런 귀띔을 해준 것이다.
“아가씨도 알다시피, 지금 별궁에는 궁녀가 천 명이나 있어서 황제 폐하의 눈에 들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어려운 일이오. 이번 기회에 폐하의 승은을 입지 못하면 햇빛 볼 날이 영원히 없게 될 것이니, 상아 아가씨는 그런 줄 알고 몸치장을 열심히 하여 꼭 폐하의 은총을 입도록 하시오.”
상아는 별궁 도감이 고맙기는 하였으나 한편으로는 북받쳐오는 슬픔을 금할 길이 없었다.
궁녀! 생각하면 궁녀라는 직분을 가진 여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는 언제나 고독에 울어야 하는 슬픈 운명이 아닌가?
궁녀치고 얼굴이 아름답지 않은 여자는 한 사람도 없다. 궁녀로 뽑히지만 않았다면 그들은 저마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 아들 낳고 딸 낳고 행복한 안방마님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궁녀로 뽑혀 궁으로 들어오면 외간 남자와의 접촉은 일체 금지되고 천만다행으로 군주의 눈에 들어 승은을 입을 수만 있다면 몰라도 백 명 중 구십팔구 명은 독수공방(獨守空房) 신세로 이성(異性)은 단 한 번도 만나보지도 못하고 살아가다가 인생을 종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상아는 궁중 생활 2년 여 동안 궁녀들의 서글픈 생활상을 뼈저리게 지켜보아 왔다. 오로지 시황제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천여 명의 꽃다운 젊음이 사그라져 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시황제야말로 꽃다운 청춘들의 원수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오냐!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번 기회에 시황제라는 인간을 내 손으로 죽여 버리고 말리라.’
상아는 다시 한 번 뿌드득 이를 갈았다.
이때쯤 황제의 비서실장인 조고로부터 궁녀들에게 보내온 지시가 하달되었다.
생각하면 기가 막힌 일이 아닌가?
천여 명의 궁녀들 가운데 승은을 받게 될 궁녀가 과연 몇 명이나 될 것인가? 그 몇 사람을 제외하면, 나머지 궁녀들은 햇빛을 영원히 못보고 숫처녀로 늙어 죽게 될 것이 아닌가?
상아는 생각이 이에 이르자,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시황제를 없애야겠다는 결심을 거듭 다짐한다.
시황제를 없애려면 우선 그에게 접근할 기회부터 가져야한다.
상아는 그날로 얼굴부터 발끝까지 몸단장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상아뿐만이 아니라 모든 궁녀들이 저마다 몸치장과 얼굴 가꾸기에 여념이 없었다.
일생에 한 번밖에 없을 기회라 궁녀들은 저마다 황제의 눈에 들기 위해서 무언중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날 이후로 궁녀들 사이에 별안간 살벌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하였다.
평소에는 서로의 처지를 동정하고 위로하고 지내왔지만, 시황제가 온다는 소식이 있은 다음부터는 연지와 백분(百粉) 같은 화장품 도난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하였다.
그것은 얼굴이 아름다운 궁녀일수록 피해가 커서 상아의 화장품은 모조리 도난당하고 말았다. 게다가 평소에는 상아를 친 자매처럼 따르고 좋아하던 궁녀들조차 이제는 상아를 원수처럼 미워하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상아의 미모(美貌)에 대한 투기(妬忌)였다. 황제의 총애를 받기 위해서는 자신보다 아름다운 궁녀를 제거해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슬픈 현상이었다.
‘선녀처럼 착하던 처녀들이 독사 같은 악녀로 변하게 된 것도 결국 따지고 보면 시황제 때문이 아니고 무엇인가?’
상아는 그날부터 화장할 생각을 아예 단념했다. 동료들과 경쟁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궁녀들 중에 ‘월지(月枝)’라는 소문난 미녀가 있었다. 월지는 얼굴도 아름다웠지만 자존심이 유난히 강해서 많은 동료들 앞에서 작심하고 농담 삼아 큰소리를 친 일이 있었다.
그러자 모든 궁녀들이 월지에게 무섭게 달려들어 얼굴을 할퀴고 팔다리를 물어뜯는 바람에 졸지에 월지는 부상당한 추녀(醜女)가 되고 말았다.
상아는 자기자신이 여자이면서도 여자의 질투가 이렇게 무서운 것인 줄은 몰랐다.
‘월지를 추녀로 만들어 버린다고 해서 과연 자기 자신이 황제의 총애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천 명의 궁녀들 중에서 황제의 은총을 입을 궁녀는 몇 사람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나머지 궁녀들은 아무리 화장을 열심히 하고 몸치장을 해 보았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따지고 보면, 궁녀들끼리 서로 간에 물어뜯으며 싸울 것이 아니라는 기치를 높이 내걸고 공동 투쟁을 벌여나갔어야 하는 것이 옳을 일이다.
그러나 궁녀들은 그런 점은 생각조차 아니 하고, 제각각 서로 피나는 경쟁만 펼치고 있었다.
※ 註) 오늘날로 말하자면, ‘궁녀노조(宮女勞組)’를... 당시엔 그랬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 나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시황제가 도착할 날짜가 다가오자, 궁녀들 간의 투기는 더욱 심각해져서 이제는 화장품 도난이 문제가 아니라 정체불명의 복면 괴한이 한밤중에 미녀들의 침실을 습격하여 칼로 얼굴을 긁어 버리는 상해사건(像害事件)도 일어나고 있었다.
상아는 다행히 평소에 인심을 잃지 않고 있었던 터라 그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동료들의 무지막지한 투기에 그만 정나미가 떨어지고 말았다.
‘가엾은 인생들! 하룻밤 황제의 승은을 받아보았자 몸만 더럽힐 뿐이지 한평생 불행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왜들 그것을 모르고 서로 잡아먹지 못해 저 야단들일까?’
상아는 투기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아, 어느 날 많은 동료들 앞에서 이런 말로 자신의 심경을 말했다.
“나는 황제가 오시더라도 현신(現身)을 아니 하고 숨어 버릴 생각이니까, 내 문제에는 신경을 쓰지 말아요.”
궁녀들은 그 말을 듣고 얼굴에 기쁨의 표정이 넘쳐 올랐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포기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 그토록 기뻤던 모양이었다.
“상아 아가씨가 현신을 아니 하겠다는 것이 정말이오?”
“나는 거짓말을 모르는 사람이니까, 내 말을 있는 그대로 믿어 주세요.”
상아는 그 한마디를 남기고, 그날부터는 아예 뒷방에 숨어 버리고 말았다.
설사 시황제를 죽이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혈안이 되어 있는 가엾은 궁녀들과 경쟁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던 것이다.
이틀 후 마침내 시황제가 평원진 별궁에 도착하였다.
그날 천여 명의 궁녀들은 시황제를 영접하기 위해 저마다 화려하게 차려입고 아침부터 별궁 내정에 좌우로 도열해 있었다.
넓디넓은 내정에 화사한 옷으로 치장한 궁녀 천 여 명이 늘어서 있다 보니 별궁 내정에는 때 아닌 꽃들이 만발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상아만은 이미 약속한 대로 그 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궁녀들은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보이려고 시황제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연지를 찍고 분칠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룻밤쯤 총애를 받아보았자 별것이 아니련만, 그래도 총애를 받고 싶은 마음에서 궁녀들 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심이 더욱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멀리서부터 풍악 소리가 아득하게 울려오기 시작하자, 궁녀들은 무언중에 긴장되었다.
마침내 화려한 온량거가 별궁 정문 앞에 머물고, 시황제가 온량거 안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자, 비서실장 조고가 앞으로 나서며,
“황제 폐하께서 납신다. 모두들 부복하여라!”
하고 외치자, 궁녀들은 하나같이 땅에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지금까지 아름다움을 다투던 궁녀들도 황제 앞에서는 한낱 벌레 같은 존재에 불과하였다.
시황제는 좌우의 호위를 받으며 별궁 앞으로 들어서다가 수많은 궁녀들이 땅에 엎드려 있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허어... 저 아이들이 얼마 전에 새로 뽑았다는 궁녀들이냐?”
별궁 도감이 시황제 옆으로 다가서며 대답했다.
“그러하옵니다. 지금 이곳에 있는 궁녀들은 5만여 명의 미녀들 중에서 추리고 추려서 선발한 절세의 미녀들이옵니다.”
“5만여 명의 미녀들 중에서 선발한 절세의 미인들이라고? 하하하...”
그러자 이번에는 조고가 황제 옆으로 바짝 다가서며 속삭이듯 아뢴다.
“폐하! 평원진 미녀들도 소주 미녀들에 비해 손색이 없을 것이옵니다. 이곳 미녀들도 모두가 폐하의 소유물이오니, 이번에도 마음껏 즐겨 주시옵소서.”
“그래? 어느 정도로 아름다운가 한 번 점검해볼까?”
시황제는 그렇게 말하고, 궁녀들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얼굴을 보고 싶으니 모두들 일어나 얼굴을 들어라.”
조고와 별궁 도감이 앞으로 나와 궁녀들을 모두 일으켜 세웠다.
궁녀들은 일어서기가 무섭게 옷매무새를 고치고 얼굴을 매만지기 바빴다. 일생의 운명이 이 순간에 달렸기에 조금이라도 더 곱게 보이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던 것이다.
시황제는 미소를 지으며, 궁녀들 얼굴을 한 사람씩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열 명, 스무 명,.. 궁녀들을 살펴보는 황제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고 있었다. 아니, 미소가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점차 불만의 빛이 역력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소주의 미녀들을 수없이 보아 온 그의 눈에는 평원진 궁녀들은 시골뜨기 여자 아이들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조고와 별궁 도감은 그런 눈치를 재빠르게 알아채고 안절부절 못한다.
시황제는 궁녀들을 한차례 둘러보고 크게 실망한 듯 정전으로 올라와 용상 위에 털썩 주저앉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털어놓는다.
“소주 아이들은 얼굴에 생기가 흘러 넘쳤건만, 이곳 아이들은 어쩌면 얼굴이 저렇듯 풀이 죽어 있느냐?”
그 말에 별궁 도감은 어쩔 바를 모르면서,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얼굴에 생기가 부족한 것은 아마도 어전 앞이라 지나치게 긴장한 탓이 아닌가 사료되옵나이다.”
별궁 도감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궁녀들마다 황제의 총애를 받아 보고자 극도로 긴장해 있었기 때문에 얼굴 근육이 굳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평원진 궁녀들이 매력 없어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은 따지고 보면 시황제 자신이 소주에서 너무 색을 밝힌 탓으로 몸이 몹시 지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금욕(禁欲) 생활을 오래 한 사람에게는 추녀(醜女)가 없는 반면에 주색(酒色)에 지친 사람에게는 어떤 미녀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 아닌가?
어쨌든 황제의 눈에 드는 궁녀가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이에, 누구보다도 당황해 하는 사람은 조고였다. 조고는 별궁 도감에게 꾸짖듯이 말했다.
“별궁 도감은 궁녀들을 어떻게 뽑았기에 쓸 만한 여인이 한 사람도 없단 말이오?”
별궁 도감은 사색(死色)이 되어 허리를 조아리며,
“소신이 불민하여 그 죄가 크옵니다. 평원진은 워낙 시골인지라, 색향(色鄕)인 소주(蘇州)의 미녀들과 비교하면 다소 손색이 있음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사옵니다.”
그러자 조고는 한술 더 뜬다.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폐하께서 총애하실 만한 미녀가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요?”
시황제는 피로에 지쳐서 만사가 귀찮은 듯 선하품을 하면서 말한다.
“저 애들은 꼴도 보기 싫다. 모두들 물러가도록 하여라.”
그 말 한마디로 천 명의 궁녀들은 어전(御殿)에서 소리 없이 물러 나와야만 했다.
이날 하루를 위해 몇 년을 두고 몸치장과 얼굴 단장을 필사적으로 해왔던 궁녀들이었던가?
단 한 번만이라도 황제의 승은을 입으면 팔자를 고칠 수 있다고 기대해 왔던 궁녀들이었다.
이같이 애타는 소망을 품고 고독을 씹으며 살아온 궁녀들이었지만, 피로에 지친 시황제는 얼굴 한번 제대로 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말 한마디로 궁녀들을 어전에서 쫓아냈던 것이다.
절망에 빠진 궁녀들은 제각기 자기 방으로 돌아오자, 목을 놓아 통곡하였다. 이제는 영원히 구제받을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황제는 하룻밤을 푹 쉬고 나서 원기가 회복되었는지 마음이 크게 달라졌다.
그는 별궁 도감을 불렀다.
“여기 있는 아이들 중에서 어느 아이가 가장 쓸 만하다고 생각하느냐?”
그 질문을 받는 순간, 별궁 도감은 불현듯 상아의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다.
“저희 별궁에는 ‘상아’라는 궁녀가 있사옵니다. 상아 아가씨만은 소주의 미녀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아가씨인 줄로 아뢰옵니다.”
“상아? 상아란 월중 선녀라는 뜻이 아니냐? 이름이 매우 아름답구나. 그 아이를 한번 불러보아라.”
그리하여 후당(後堂) 깊숙이 숨어 있던 상아가 어전에 불려 나왔다.
만사를 포기하고 숨어 있던 상아로서는 너무도 뜻밖의 소명(召命)이었다.
상아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시황제의 얼굴에는 경악과 환희의 빛이 넘쳐 올랐다.
화장도 하지 않은 상아의 청초한 아름다움이 그대로 나타남으로써 생동감이 더욱 넘쳐 보였던 것이다.
“아니! 이토록 아름다운 아이가 있는 것을 어제는 어찌하여 알아보지 못했던고? 네 이름이 ‘상아’라고 했느냐!”
“예, 그러하옵니다.”
“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더니 너는 과연 월중선녀임이 분명하구나. 짐은 너를 만나 기쁘기 한량없구나.”
상아에게 첫눈에 반한 시황제는 사족을 못 쓸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 제 38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