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17화

2021. 3. 21. 08:03초 한지


★ 19금(禁)초한지(楚漢誌)-017화

☞ 간부(姦夫) 노애(嫪毐)의 등장

열세 살에 등극한 소년 정(政)이 열아홉 살이 되자, 승상 여불위를 제쳐놓고 국정을 직접 관장할 정도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권력 직접 행사의 농도는 점점 심해지더니 이제는 승상조차 턱으로 가리키며 지시하는 오만한 독재자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천하를 통일하려는 집념은 날이 갈수록 강렬해져서 진나라 백성들은 노약(老弱)을 막론하고 자나 깨나 군사훈련으로 진땀을 빼고 있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절대 군주도 천재지변(天災地變) 앞에서는 속수무책인고로 진왕 6년에 든 대기근(大饑饉)으로 수백만 명의 백성들이 아사(餓死) 지경에서 허덕이게 되었고, 이듬해에는 역병(疫病)조차 전국을 휩쓸어서 수만 명이 죽어 나갔다.

이처럼 액운이 연이어 겹친데다가 설상가상으로 몽오 장군까지 병사를 하는 통에 당장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 하게 되었다.

‘아~아, 인사(人事)는 마음대로 할 수 있어도 천운(天運)만은 어찌할 수가 없구나!’
진왕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불위는 소년 왕을 대신하여 챙기던 국정에서 소외되기 시작하자, 그때부터는 오로지 영화만을 일삼게 되었다.
백성들이야 굶거나 말거나 병들어 죽거나 말거나 전혀 아랑곳하지 아니하고, 날마다 호사스러운 영화에 빠져 있었다.

당시에 그가 거느리고 있는 노복(奴僕)의 수도 무려 만 명이나 되었고, 그를 따르는 시녀들만도 천여 명에 이르렀으니, 이 한 가지만 보아도 그가 누리는 영화가 얼마나 호화로운지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불위에게도 남모르는 고민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태후 주희와의 치정 관계의 정리였다. 여불위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주희와의 관계를 진작부터 끊고 싶었다.

첫째는 자신과의 내통 관계가 왕에게 알려지게 되면 벼락이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고,
둘째는 꽃봉오리 같은 시녀들이 얼마든지 많은데 구태여 시들어 가는 계집에게 정력을 낭비하기가 너무도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불위가 아무리 손을 끊고 싶어도 주희는 한사코 물고 늘어지며,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는 못 해요!”
하고 앙탈을 부리며 덤벼드는 것을 어찌하랴?
이런 형편이다 보니 여불위로서는 주희와의 만남은 쾌락이 아니고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주희와 손을 끊는 무슨 좋은 방도가 없을까?’
여불위는 여러 달을 두고 골머리를 앓다가 문득 어느 날 밤에 주희에게 들려주었던 말을 생각해냈다.

“나 대신에 젊은 남자를 하나 소개해 줄까?”
여불위가 농담 삼아 그렇게 말했을 때 주희는 가타부타 대답이 없었다.

‘옳다구나! 그것이 대답을 안 한 것은 간접적인 시인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서 나 대신 다른 쓸 만한 사내를 하나 골라서 붙여 주면 될 게 아닌가?’
여불위는 비로소 주희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있는 묘책(妙策)을 찾아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무렵 함양성 안에는 남근(男根)이 장대하기로 소문난 ‘노애(嫪毐)’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이 자의 남근이 얼마나 굵고 길며 튼실한지 들리는 소문에는 그의 남근은 말의 거시기(馬根)보다도 거창하고 장대하여 그것에다 마차 바퀴를 끼우고 돌려도 모자람이 없다고 하였다.

노애란 자가 그런 대물을 가졌다면 여불위는 자기 대신에 그를 태후궁으로 들여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는 하인을 시켜 노애를 불러다가 자기 눈으로 그의 양물을 직접 확인해 보기로 하고 그것을 구경하게 되었다.

“네 양물이 대단하다는 소문이 있어 그것을 확인하고자 불렀느니라. 소문은 사실이더냐?”
으리으리한 승상부에 잡히다시피 끌려온 노애는 잘못한 일이 없음에도 겁이 덜컥 나서,

“예~ 주변에서는 제 거시기가 대단하다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나이다.”
“일단 술이나 한 잔 마시고, 아랫도리를 벗어 보거라.”
“............”
노애는 겁이 잔뜩 묻어있는 표정으로 거부의 말 한 마디 못하고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력자 여불위 앞에서 슬금슬금 아랫도리를 벗는데, 과연 하초가 드러난 그의 양물은 대단하였다.
아마도 진나라에서 가장 큰 대물일 것이라고 여불위는 생각하며,

“흐읍~~(여불위가 감탄하는 숨소리) 한 잔 더 마시고 이제 춤을 추어 보거라.”
“아무리 승상이시지만 옷을 벗겨놓고 춤을 추라니요?”
“네, 이놈! 여기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 나갈 판이냐? 일단 하라는 대로 하거라. 어쩌면 네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느니라.”
이리하여 불려온 노애는 술이 거나하게 취하여 아랫도리를 내린 채로 빙빙 돌면서 춤을 추는데, 과연 노애의 물건은 놀랄 만큼 장대하고, 늘어진 그의 물건은 그야말로 땅에 닿을 듯이 출렁거렸다.

“이제 그만 하고 용두질(自慰)을 해 보아라!”
“예? 어찌 승상 대감 앞에서 그 짓을 합니까요?”
“어허!”
여불위가 불호령을 내리니 춤을 추던 노애가 수음(手淫)을 하기 시작하여 장장 한 시각이 지나서야 정액을 울컥울컥 토해내는데, 그 양이 무려 한 바가지에 이르렀다.

“울컥울컥~ 끄~으응~ 이제 됐습니까요?”
“흐음~~”
‘과연 놀라운 놈이로다! 저만한 것을 가진 놈이라면 제아무리 색기(色氣)가 철철 흘러넘치는 주희라도 결국에는 거품을 물고 뒤로 나자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불위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노애를 ‘때 빼고 광’내도록 씻겨서 깊숙한 자신의 내실로 불러들여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 준 뒤 사람을 시켜 그의 수염과 눈썹을 뽑아 내시(內侍)처럼 만들어 버렸다.
그런 후에 태후궁에 들어가 태후와 관계를 맺더라도 절대 비밀이 새어 나가서는 삼족이 멸문지화를 당할 것이라고 재삼 주의와 당부를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태후의 부름을 받은 여불위는 이때다 싶어 노애를 대동하고 태후궁에 들어가서는 이런 말을 전해 주었다.

“이 자는 부형(腐刑 : 남근이 잘리는 형벌)으로 처벌된 사람이온데, 심지(心地)가 무척 무던하오니 태후께서는 환관(宦官)으로 쓰시도록 하시옵소서.”
“어떤 재주가 있기에 승상이 직접 나한테 추천한단 말이오?”
“가까이 두시고, 몸이 피곤하거나 무료할 때 마사지나 받으시지요. 손아귀 힘이 꽤 세어서 시원할 것이옵니다.”
“그뿐이오?”
“가까이 두고 쓰면서 이것저것 살펴보시고 태후마마 마음대로 쓰셔도 되옵니다.”
“알겠소. 차차 필요한 일이 있으면 찾아서 쓰지요.”
그 후 주희는 여불위를 일체 부르지 않았다.

여불위의 귀띔을 받은 노애가 마사지를 빙자하여 주희의 은밀한 곳을 건드리니 그만 참지 못한 주희가 노애를 더듬다가 그가 거시기가 없는 내시가 아니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싱싱하고 왕성한 노애가 사그라드는 여불위보다도 훨씬 더 만족스러웠기 때문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것도 마근(馬根)처럼 크고 단단한 노애의 양물은 주희의 음욕을 채워주고도 남을 만큼의 불법무기였던 것이다.

이로써 여불위는 오랫동안 시달려온 고민을 깨끗하게 해결할 수가 있었다.
태후 주희는 노애와 접촉하게 되자, 새로운 청춘을 맞는 듯한 기쁨에 넘쳐 있었다.

태후의 성노예(性奴隸)로 남들의 이목을 속이고 비밀리에 입궁한 노애였지만 남다른 그의 방중술(房中術)에 태후 주희는 헤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태후가 노애에게 더욱 매달리는 성노예(性奴隸)의 신세가 되었다.
천민인 노애에게 존칭을 쓰면서 남편으로 깍듯이 받들어 모시는 정도가 된 것이다.

“아, 아~ 여보, 왜 이제야 나타났어요? 어디 있다 온 거예요?”
이렇게 간드러지는 애교와 함께 하루 온종일 노애와 떨어질 줄 모르는 주희였다.

“히히, 고것 참~ 이렇게 예쁜 태후가 내 마누라가 맞는 건가?”
노애는 아예 절대지존의 어미인 태후에게 이제는 반말까지 하게 되었다.

서로의 애정이 얼마나 깊었던지 태후 주희는 몇 달 후 임신까지 하였다.
정(政)을 낳은 뒤로 여불위와 숱하게 접촉을 하였어도 아무런 소식이 없어 불임증(不妊症)에 걸린 줄만 알고 있었는데, 20년이 다 된 지금 덜컥 뱃속에 아기가 들어선 것이다.

아이를 배게 되는 것은 경사스러운 일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남편이 죽고 없는데 아이를 배었고, 더구나 구중궁궐에서 생활하는 태후가 아기를 갖게 되었으니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집과 독선으로 똘똘 뭉친 진왕이 알게 되면 그야말로 큰일이 아니겠는가!

“이 일을 어쩌면 좋아요? 시의(侍醫)에게 부탁하여 아기를 떼어 버리기로 할까요?”
태후 주희는 걱정이 태산 같아서 마치 주인에게 하듯 공손하게 노애에게 물어보았다.
노애도 자신이 태후의 남편이나 된 것처럼 뛸 듯이 놀라며 노발대발했다.

“떼어 버리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뱃속에 아기가 누구의 자식인데 맘대로 떼어 버리겠다는 것이야?”
얼마 전까지 거리의 부랑배에 지나지 않았던 노애였지만, 태후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전보다 더 당당한 서방 행세를 하고 나왔다.

“뱃속에 아기가 당신 자식이지 누구 자식이겠어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뭐가 어쨌다는 거야!”
노애는 벼락같은 호통을 지른다.

일국의 태후도 자신의 뱃속에 아이를 넣어 준 서방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지 노애의 호통을 듣고서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주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노애의 손을 다정히 붙잡으면서 속삭이듯 말했다.

“나도 당신의 애기를 지워 버리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나 이 일이 왕에게 알려지는 날이면 우리들의 목이 달아날 판이니 어쩌면 좋아요?”
노애도 그런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태후의 뱃속에 들어 있는 자기 자식을 떼어 버릴 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노애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애기를 떼어 버려서는 안 돼, 그러면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떨까?”
“어떻게 하자는 거예요? 애기를 낳을 수 있는 방도만 있다면 나도 당신 애기를 꼭 낳고 싶어요.”
“그러자면 복술사(卜術師) 한 사람을 매수해야 할 거야.”
“복술사를 매수해서 어떡하자는 거예요?”
“당신이 태후궁에 그냥 눌러앉아 있으면 신수가 불길해지니까,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나야 좋겠다고 하면 될 게 아냐? 그래서 나와 함께 먼 곳으로 떠나기만 하면, 애가 아니라 어른을 낳더라도 알 게 뭐야?”
주희는 그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했다.

“그거 참 좋은 생각이네요. 액땜을 위해 먼 곳으로 떠나 있어야 좋겠다고 하면, 왕도 쾌히 허락해 줄 테니 우리 그렇게 하기로 합시다.”
복술사 한 명쯤 매수하기는 지극히 쉬운 일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복술사는 진왕을 찾아 뵙고, 매우 걱정스럽게 품한다.

“태후마마의 금년 운수가 너무도 불길하시옵니다.”
홀어머니에게 극진한 진왕은 복술사의 말을 듣고 크게 걱정했다.

“어머님의 운수가 불길하다면, 어떤 방도를 하여야 액운을 면할 수가 있겠나?”
복술사는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태후마마께서 액운을 면하실 길은 이곳 함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머물러야 하옵니다.”
“그러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아마도 옹성(甕城) 정도이면 태후마마의 액운을 막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만, 또한 그 기한은 액운의 기가 쇠할 때까지 꽤 오랫동안 머무셔야 할 듯하옵니다.”
그리하여 태후 주희는 도성인 함양에서 1,500리나 떨어진 옹성으로 태후궁을 옮기게 되었다.

물론 태후궁의 시녀뿐 아니라 각별한 노애를 대동하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로부터 거리낄 것 없는 두 사람의 애정행각은 밤낮없이 이어지게 되었다.

“태후, 우리 새로운 신방을 꾸몄으니 이제 마음 놓고 즐겨볼까? 하하하.”
“오매불망 이 순간을 기다려 왔어요. 오늘은 완전히 죽여줘야 해요?”
“허허, 갈비뼈가 으스러지지 않을까 모르겠네.”
“아, 아~ 나 죽어요. 이제 그만~~”
“이제 시작인데 무슨 소리? 자, 자세를 바꿔봐. 후~후~”
“이렇게요? 아아~앙~ 아~악!”
노애의 우악스런 손길과 장대한 거시기 그리고 현란한 방중술에 헤어나지 못하고 밤낮없이 즐기다 보니 주희가 덜컥 둘째 아들까지 낳게 되었다.

이때의 노애는 비록 태후궁 안이기는 하지만 막강한 권력이 여느 제왕 못지않았다.
태후인 주희의 간청으로 장신후(長信侯)에 봉해졌고, 문하에 식객(食客)이 1천 명이었으며, 가동(家僮)도 수천 명을 두었다고 한다.
이렇게 권력의 맛에 푹 빠지는 노애, 과연 그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 제 018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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