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가 된 사연

2026. 4. 30. 22:00웃으면 복이 와요

 김선달은 서울 장안을 자주 드나들었다. 한 번은 사람들이 붐비는 장터로 구경을

나섰다. 그런데 장터 한쪽에 닭장 (鷄市場)이 서서 온갖 닭들이 우글댔다. 김선달이 닭장 속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유난히 살이 포동포동하고 털에 윤기가 흐르는 닭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김선달은 시치미를 뚝 떼고 닭장수에게 물었다. "주인장, 이게 무엇이오? 거참 통통한 게 보기 좋구먼" 그 말을 듣자 주인은 눈을 크게 뜨며

속으로 생각했다. '세상에 얼치기가 많다고 하더니 이런 놈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구나. 닭도 못 알아보는 걸 보니 꽤나 어리석은 놈인가 보다' 주인은 김선달이 얼치기인 줄 알고 골려 먹을 셈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건 봉(鳳)이요" 난데없이 닭을 봉황새라고 속인 것이었다. "뭐, 봉이라고? 오호, 말로만 듣던 봉황새를 여기서 제대로

보게 되었군. 그래 그 봉도 파는 것이오?" "물론이오. 팔지 않을 거면 뭐 하러 가지고 나왔겠소?" 주인은 이제 제대로 걸려들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값은 얼마요?" "

열 냥만 내시오." 닭은 한 냥씩 받고 팔고 있지만, 봉은 닭보다 훨씬 값이 나가기 때문에 열곱은 더 내야 한다는 게 주인의 주장이었다. 김선달은 값을 깎을 생각도 안 하고 주인이 달라는 대로 열 냥을 주고 닭을 샀다. 그리고는 곧바로 관가로 달려갔다.

김선달은 문지기에게 품에 안고 온 닭을 보여 주며 말했다. "내가 방금 귀하디 귀한 봉황을 구했는데, 이것을 사또께 바치려고 하오. 그러니 사또께 말씀을 전해 주시오" 그리하여 김선달은 닭을 가지고 사또 앞에 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천지개벽을 한들 닭이 봉이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김선달은 사또를 희롱한 죄로 곤장 열대를

맞았다. "사또, 억울합니다. 맹세코 저는 죄가 없습니다" 꼼짝없이 곤장을 다 맞은

김선달이 눈물을 흘리며 사또를 향해 하소연을 했다. "이 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닭을 봉이라고 속인 죄가 얼마나 큰 죄인데 죄가 없다는 것이냐?" "

저는 닭장수가 봉이라고 하기에 닭값의 열 배를 주고 샀을 뿐입니다" 그 말을 듣자 사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뭐라고? 분명 닭장수가 봉이라고 했단 말이냐?" "예, 그렇지 않고서야 제가 왜 닭값의 열 배나 주고 샀겠습니까?" "음, 그래.."

사또는 제법 영민한 자라 상황을 금방 알아차리고 닭장수를 불러들이게 했다. "

네가 닭을 봉이라고 속여 열 냥을 받고 판 게 사실이냐?" 볼기를 맞아 얼굴에 잔뜩

독이 오른 김선달이 노려 보고 있는 터라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지라 닭장수는 사실대로 고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제 어찌하면 좋겠느냐?" 사또가 김선달에게 말했다. "저자가 저를 속여 매를 열대나 맞았으니 저도 그 대가는 받아야 하겠습니다.

제가 닭값의 열 배를 주고 가짜 봉을 샀으니 저자에게 제가 맞은 곤장의 열 배인

백대를 때려 주십시오. 아니면 제가 저자에게 준 열 냥의 열 배인 백 냥을 지불하라고 판결해 주시면 모든 것이 공정할 듯싶습니다" 사또가 듣고 보니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결국 닭장수는 거의 살아서 돌아갈 수 없을 것이 분명한 곤장 백대를 포기하고, 김선달에게 백 냥을 주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뒷날 이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국 각지에 퍼져 사람들은 김선달의 이름 앞에 '봉이'라는 별칭을 붙여서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어리숙하여 무엇이나 속여 먹기 좋은 사람을

농으로 일컬을 때 '봉 잡았다'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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