精神氣節(정신기절)

2025. 12. 2. 06:55좋은글

菜根譚

제 148장 : 精神氣節(정신기절) : 정신과 기절은 영원히 남는다.

 

事業文章    隨身銷毁    而精神萬古如新    功名富貴    逐世轉移

사업문장    수신소훼    이정신만고여신    공명부귀    축세전이

 

而氣節千載一日    君子信不當以彼易此也

이기절천재일일    군자신부당이피역차야

 

사업과 문장은 몸을 따라 함께 사라지지만 정신만은 만고에 늘 새롭다.

공명과 부귀는 세월 따라 옮겨가지만 기절(氣絶)은 천 년이 하루 같다.

군자는 실로 이것으로 저것을 바꾸는 식의 이피역차(以彼易此)를 행해서는 안 된다.

 

 

사업문장(事業文章)의 ‘사업’은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행하는 일을 말한다.

‘문장’은 한 나라의 문명을 이룬 예악(禮樂)과 제도의 의미이다.

주목할 것은 사업이다.

이는 서 있는 위치에 따라 그 내용이 다르다.

제왕 등의 위정자에게는 치국치천하(治國治天下),

일반인에게는 치산치가(治産治家),

세속의 명리를 초달한 도인에게는 치기치심(治己治心)이 주된 사업인 주업(主業)에 해당한다.

주업을 팽개치거나 옆에 미뤄둔 채 다른 부업(副業)에 몸과 마음을 기울이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원래 공명부귀(功名富貴)은 ‘치국치천하’와 ‘치산치가’에서만 나온다.

도인의 ‘치기치심‘은 열반(涅槃)과 선경(仙境) 등을 추구하는 까닭에 부귀공명과 무관하다.

부귀공명을 구하는 도인은 ’사이비(似而非) 도인‘에 지나지 않는다.

부귀공명과 달리 ’기절‘은 천 년이 하루 같다는 뜻의 기철천재일일(氣節千載一日) 구절은 

 바로 도인의 ’치기치심‘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곧 도심(道心)을 뜻한다.

과거 주자를 비롯한 성리학자들은

’치국치천하‘에 임하는 위정자들의 마음이 바로 이런 ’도심‘에 입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리상 모순이다.

유학(儒學)이 본래 목표인 ’치국치천하‘와 동떨어진 선방(禪房)의 수도수심(修道修心)의 윤리도덕 철학으로 

변질된 근본배경이 여기에 있다.

채근담이 군자는 저것으로 이것을 바꾸는 식의 이피역차(以彼易此)를 행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본업과 부업이 뒤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위정자가 ’치산치가‘에 몰두하거나

도인이 ’치국치천하‘에 몸을 던지거나,

일반인이 ’치기치심‘에 빠지는 등의 행보를 보이는 게 바로 그런 경우다.

공자가 논어에서 군군신신(君君臣臣)을 역설하고,

순자가 사사농농(士士農農) 등을 역설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모두 자신의 주어 진 역할에 매진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그래야 공동체의 성원 모두가 고루 잘 살고 만족해하는 공부공영(共富共營)을 이룰 수 있다.

21세기 라고 달라질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