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진 변호사
"삼윤장학재단"을 설립하여 맹인에게 빛을 보여준
정광진 변호사 (2023,05,21별세)
그분에대한 글과 소식을 접하며
다시한번 새롭게 깊은느낌이 다가온다
여럿이 공유하고파 나의 가까운이에게 알리어 본다
신문에 실리는 기사에는 종종 우리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나에겐 작년 5월 조선일보가 보도한 한 변호사의 별세 소식이 그랬다.
'서울대학을 졸업하고 판사가 된 그는 네 딸을 두고 있었는데 첫째가 눈에 이상이 왔고
결국, 양쪽 시력을 모두 잃었다. 그는 딸 치료 등 뒷바라지를
위해 천직으로 여기던 판사를 그만두고 변호사 개업을 했다.
그 딸은 앞을 볼 수는 없었지만 공부를 잘해 미국에 가서 학위를 받았고,
돌아와 서울맹학교의 교사가 되었다. 취직한 지
9개월 되는 때쯤 두 동생과
함께 삼풍백화점에 들렀었고, 그때 붕괴 사고로 세 자매 모두 세상을 떠났다.
그 변호사는 딸들의 보상금으로 받은 6억 5천만원에 본인 재산 7억원을 보태어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첫째가 근무했던 서울맹학교에 기증하였다.
그가 어제 세상을 떠났다. 이름은 정광진이다.'
이런 내용이었다.
당시 부산지검에 근무하던 나는 삼풍백화점 사고가 나고 사흘 뒤 프랑스
연수를 위해 파리로 떠났기 때문에 이 참사는 나에게 몇 장면만 기억될
뿐 마치 남의 일처럼 멀게 느껴졌다. 그러나 정관진 변호사 부고 기사로
인해 삼풍백화점 사고는 당시보다
더 실감나게 되살아났다.
세 딸을 한꺼번에 잃은 아비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미쳐버리지 않고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아마도 짐승처럼 울부짖었을 것이다.
'도대체 왜 나에게 이렇게 하시는 겁니까?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습니까?'
하고 하나님께 격렬하게 대들었을 것이다.
그러다
그는 희망의 빛이 절망을 뚫고
나오는 것을 느꼈던 것일까?
"이제 내 딸들이 세상의 빛이 되게 할 것이다" 라고...
그는 놀랍게도 절대적 절망을 절대적 희망으로 전환했다. 그가 만든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장학재단은
세 딸의 이름 한자씩을
가져와 명명하여
수많은 시각장애인 학생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었다.
며칠 후 사무실 변호사들과 점심을 먹으며 내가 정광진 변호사 별세 뉴스를
꺼내자 삼풍 아파트에 사는 한 선배가 고인에 대한 정보를 하나 더 보태 주었다.
사고 때 세상을 떠난 둘째 따님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한 살짜리 아들이 있었는데
정 변호사님이 그 외손자를 데려와 키우며
사위를 설득해 재혼하여
새 출발하게 하였다고 했다.
(정광진 별세에 영정을 들고있는이가 바로 그 외손자 였다)무엇이 그런 탁월한
선택을 가능하게 했을까?
유대인으로서 나치에 의해 강제수용소에 갇혀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이 쓴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 에
이런 구절이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
에서 찾아야 했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정광진 변호사님이 이런 태도를 보였던 것 같다.
그것은 먼저 떠난 딸들이
세상의 빛이 되어 영원히 잊히지 않게 하는 것,
그 남겨진 혈육이 온전히
성장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남은 가족들이 다시 평화를 얻는 것이었을 것
이다. 그는 그것을 해냈다.
그리하여 임종의 순간에
"이제 모든 것을 다
이루었나이다" 하며
눈을 감을 수 있었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인생은 어느 소설의 결구처럼
'그렇게 슬픈 것만도 그렇게
기쁜 그것만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잘•잘못과 무관하게 큰 시련이 올
때도 있다. 그럴 때 어떤 사람은 자책하고 비관하다가 파멸되어 사라지고
또 어떤 사람은 고통을 극복하며 세상에 남을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빅터 프랭클의 글을 인용하면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존재한다,
그 공간에 선택과 힘이 들어 있다.' 고 한다.
이 말은 시련이 왔을 경우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힘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시련 속에서 억울해하며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는 대신, 삶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냈던 사람은
불멸의 가치를 만들어 냈다.
바로 정광진 변호사님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