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水湖誌) - 153
2025. 1. 5. 11:33ㆍ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153
수호지 제65회-1
오용이 한 바탕 큰 눈이 내린 것을 이용하여 삭초를 사로잡자 나머지 군마들은 모두 달아나 성안으로 들어가 삭초가 사로잡혔음을 보고하였다.
양중서는 보고를 받고 당황하여 장수들에게 굳게 지키기만 하고 출전하지 말라고 명을 내렸다.
노준의와 석수를 죽이고 싶었지만 오히려 송강을 더 격노하게 만들까 봐 두려웠다.
게다가 조정에서 구원병도 보내주지 않고 있는데, 화가 더 빨리 닥칠지도 몰랐다.
그래서 두 사람을 잘 지키라고 명하고, 다시 경성에 보고하여 채태사의 처분을 기다렸다.
한편, 송강이 영채에 당도하여 중군 막사에 좌정하자 복병들이 삭초를 끌고 왔다.
송강은 삭초를 보고 크게 기뻐하면서 병사들을 물리치고 친히 밧줄을 풀어주고, 막사 안으로 청하여 술을 대접하며 좋은 말로 위로하였다.
“장군께서 보시다시피 우리 형제들도 대다수가 조정의 군관이었습니다. 조정이 밝지 못하여 탐관오리들이 세도를 부리는 걸 방임하여 양민들을 해치고 있습니다.
장군께서 우리를 버리지 않으신다면 함께 하늘을 대신하여 도를 행하길 청합니다.”
양지도 앞으로 나와 인사를 하고 권하였다.
삭초 역시 본래 천강성의 일원이라 자연스럽게 뜻이 맞아 송강에게 투항하였다.
그날 밤 막사 안에서 술을 마시며 축하하였다.
다음 날 성을 공격하기로 상의하고, 며칠 동안 공격했지만 성을 깨뜨리지 못하였다.
송강은 근심하였다.
그날 밤 막사 안에서 베개를 베고 누워 있었는데, 홀연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차가운 기운이 엄습했다.
송강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조개가 나타났는데 막사 안으로 들어오려다가 들어오지 못하고 소리쳤다.
“아우! 자네는 돌아가지 않고 어느 때를 기다리고 있는가?”
송강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물었다.
“형님은 어디서 오십니까? 형님께서 억울하게 돌아가셨는데, 아직 원수도 갚지 못하고 있어 밤낮으로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지난번에는 제사도 지내지 못했는데, 이렇게 현성하신 것은 필시 질책하실 일이 있는 것 아닙니까?”
조개가 말했다.
“그 일 때문이 아니네. 아우의 등 뒤에서 양기가 나와 나를 핍박하고 있어 내가 감히 가까이 갈 수는 없네. 내가 지금 자네에게 특별히 알려줄 것이 있어 왔네.
아우에게 피 흘리는 재앙이 있을 것인데, 강남의 지령성(地靈星)이 아니고서는 치료할 수 없네. 자네는 빨리 병력을 철수하는 것이 상책일세.”
송강은 다시 자세히 묻기 위해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형님의 혼이 여기까지 오셨으니 진실을 말씀해 주십시오.”
조개가 확 떠밀어 문득 깨어보니, 남가일몽(南柯一夢)이었다.
송강이 오용을 불러 꿈을 얘기하자 오용이 말했다.
“조천왕께서 현성하셨으니 따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금 날씨도 춥고 땅도 얼어 군마가 오래 머물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산채로 돌아갔다가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와서 눈과 얼음이 녹으면 그때 다시 성을 공격하러 와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송강이 말했다.
“군사의 말씀이 옳습니다. 하지만 노원외와 석수 형제가 감옥에 갇혀 하루를 1년 같이 보내면서 우리가 구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대로 그냥 돌아가면 저놈들이 두 사람의 목숨을 해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참으로 진퇴양난(進退兩難)입니다.”
그날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
다음 날 송강이 일어나 보니 정신이 피로하고 몸도 욱신거리면서 머리는 마치 도끼로 쪼개듯 아프고 온몸에 열이 나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두령들이 모두 와서 바라보고 있으니 송강이 말했다.
“등에서 열이 나고 몹시 아프네.”
사람들이 살펴보니, 등에 번철 같은 붉은 종기가 나 있었다.
오용이 말했다.
“이것은 단순한 종기가 아니라 악성 종기입니다. 내가 의서를 보니 녹두가루가 심장을 보호하고 독기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한답니다. 빨리 녹두가루를 구해서 드시도록 해야 합니다.”
한편으로 사람을 구해 약을 구해 치료하였으나 호전되지 않았다.
낭리백조 장순이 말했다.
“제가 예전에 심양강에 있었을 때 모친이 등에 종기가 생겨서 어떤 약으로도 치료하지 못했는데, 건강부의 안도전(安道全)이란 의원이 와서 치료했습니다. 그 후로 은자가 좀 생기면 그에게 보내고는 했습니다.
지금 형님의 증세가 그와 같습니다. 동쪽으로 아주 먼 길이어서 급히 가더라도 제때 도착하지 못할까 염려됩니다만, 형님을 위한 일이니 밤을 새워서라도 달려가 그를 데려오겠습니다.”
오용이 말했다.
“형님의 꿈에 조천왕이 나타나 말씀하시기를 ‘재앙이 있는데 강남의 지령성이 아니면 치료할 수 없다.’고 하셨다는데, 바로 그 사람이 아닐까요?”
송강이 장순에게 말했다.
“아우! 그런 사람이 있다면, 고생스럽겠지만 빨리 가서 그 사람을 데려와 내 목숨을 구해 주게.”
오용은 의원에게 줄 황금 1백 냥과 노자로 쓸 은자 2,30냥을 주면서 장순에게 분부했다.
“지금 당장 출발하되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와 함께 돌아와야 하며, 절대 그르치지 말아야하네. 우리는 지금 영채를 거두어 산채로 돌아갈 것이니 자네는 그와 함께 산채로 오게. 빨리 갔다 오게.”
장순은 두령들을 작별하고, 보따리를 매고 떠났다.
오용은 장수들에게 군대를 철수하여 산채로 돌아간다는 명을 내렸다.
송강을 수레에 싣고 밤을 새워 철수하였다.
북경성에서는 한번 복병에 당했었기 때문에 또 유인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여 감히 추격하지 못했다.
다음 날 양중서가 보고를 받고 말했다.
“저들이 떠난 것이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네.”
이성과 문달이 말했다.
“오용이란 놈은 궤계가 많아, 굳게 지키기만 하고 추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장순은 송강을 구하기 위해 밤새워 길을 재촉했다.
때는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어서 비가 오지 않으면 눈이 내려 길을 걷기가 아주 고생스러웠다.
게다가 급히 서두르느라 비옷도 챙겨오지 않았었다.
10여 일을 걸어 양자강변에 당도하였다.
그날은 북풍이 몰아치고 눈구름이 낮게 깔리며 큰 눈이 내렸다.
장순은 눈바람을 무릅쓰고 강을 건너기 위해 사력을 다해 걸어갔다.
하지만 강변에는 배가 한 척도 보이지 않았다.
‘아이고’ 비명을 지르며 강변을 돌아다니다 보니 갈대가 쓰러져 있는 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장순이 소리쳤다.
“뱃사공! 빨리 나룻배를 가져와서 나를 태워주시오!”
갈대숲 속에서 ‘쏴쏴’ 하는 갈대 스치는 소리가 나더니 한 사람이 나왔는데, 머리에는 대껍질로 엮은 삿갓을 쓰고 몸에는 도롱이를 입고 있었다.
사공이 물었다.
“손님은 어디로 가려 하십니까?”
장순이 말했다.
“강을 건너려고 합니다. 긴급한 일이 있어 건강부로 가는 길인데, 뱃삯은 많이 드릴 테니 날 좀 건네주십시오.”
“손님을 태워 드리는 건 상관없지만 오늘은 너무 늦어서 강을 건너가도 쉴 곳이 없습니다. 오늘밤은 제 배에서 쉬시고 내일 새벽에 바람이 그치고 달이 밝을 때 건네 드리겠습니다. 뱃삯이나 많이 주십시오.”
“그렇게 합시다.”
장순이 사공과 함께 갈대숲으로 들어가 보니 물가에 작은 배 한 척이 묶여 있었다.
배 지붕 밑에는 비쩍 마른 청년 하나가 불을 쬐고 있었다.
사공은 장순을 부축해 배에 태우고, 선창에 들어가 입고 있는 젖은 옷을 벗게 하여 청년에게 불에 말리게 하였다.
장순은 옷 보따리를 풀어 솜이불을 꺼내 몸에 말고 선창에 누워 사공에게 말했다.
“여기 술을 파는 곳이 있습니까? 한 잔 마셨으면 좋겠는데.”
사공이 말했다.
“술을 파는 곳은 없고, 밥은 한 그릇 드릴 수 있습니다.”
장순은 밥을 한 그릇 얻어먹고 드러누워 잤다.
연일 걷느라 피곤한데다 긴장이 풀려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화로 앞에서 옷을 말리고 있던 청년이 장순이 잠든 것을 보고 사공에게 말했다.
“형님! 그거 보입니까?”
사공이 몸을 돌려 장순의 머리맡에 놓인 보따리를 한번 만져 보더니 재물이 든 것을 확인하고 손을 흔들며 말했다.
“넌 배를 띄워라. 강심에 가서 손을 써도 늦지 않다.”
청년이 지붕을 밀어 열고 언덕에 뛰어 올라가 밧줄을 풀고 다시 배에 올라와 배를 삿대로 밀었다.
그리고는 ‘삐걱삐걱’ 노를 저어 강심으로 나아갔다.
사공은 선창에서 닻줄을 꺼내 가만히 장순을 꽁꽁 묶고서 배 밑바닥에서 칼을 꺼냈다.
장순은 잠이 깼지만 두 손이 묶여 있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사공이 칼을 들고 장순의 몸에 걸터앉았다.
장순이 말했다.
“호걸! 돈은 다 줄 테니, 목숨만 살려 주시오!”
사공이 말했다.
“돈도 주고 목숨도 다오!”
장순이 소리쳤다.
“날 죽이더라도 몸만 온전하게 해 주면 원귀가 되어 당신을 괴롭히지는 않겠소.”
사공은 칼을 내려놓고 장순을 물속에 ‘풍덩’ 밀어 넣었다.
사공은 장순의 보따리를 열어 금은이 많은 것을 보고는 청년과 나눠가질 마음이 없어졌다.
사공이 청년을 불렀다.
“다섯째야! 할 말이 있다.”
청년이 선창으로 들어오자 사공은 한손으로 멱살을 잡고 칼을 들어 목을 베어 버렸다.
그리고는 물속으로 집어넣고 배 안의 핏자국을 지우고 배를 저어 가 버렸다.
한편, 장순은 원래 물속에서 사나흘도 숨어 있을 수 있는 사람이라 한순간 물속으로 빠뜨려지기는 했으나 강 밑바닥에서 밧줄을 이빨로 물어뜯고 헤엄을 쳐서 남쪽 언덕으로 갔다.
물가에 올라와 보니 숲속에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장순이 몸에서 물을 뚝뚝 흘리면서 숲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시골 주점이 있었다.
주인이 밤중에 일어나 술을 짜느라 깨진 벽 틈으로 불빛이 새어나온 것이었다.
장순이 문을 열라고 소리치자 한 노인이 나왔다.
장순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노인이 말했다.
“당신은 혹시 강에서 재물을 빼앗기고 도망쳐 온 사람 아니오?”
장순이 말했다.
“어르신께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건강부에 일이 있어 가던 길이었는데, 날이 저물어 강가에서 배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악당 두 놈을 만나 의복과 금은을 모두 빼앗기고 물속에 던져졌습니다. 다행히 저는 물에 익숙하기 때문에 도망쳐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저 좀 살려주십시오.”
노인은 장순의 말을 듣고 뒷방으로 데리고 가 옷을 내주면서 젖은 옷을 갈아입고 말리게 해주었다.
따뜻한 술도 한 잔 주면서 노인이 말했다.
“이보게! 자네 이름은 뭔가? 산동 사람이 여기는 무슨 일로 왔는가?”
장순이 말했다.
“저는 장가입니다. 건강부의 안태의(安太醫)가 저의 형제인데, 그를 찾아보려고 왔습니다.”
“자네가 산동에서 왔다면 양산박을 지나왔는가?”
“예, 지나왔습니다.”
“그 산 위의 송두령은 왕래하는 길손을 약탈하지 않고 사람의 목숨을 해치지 않으며,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한다고 하던데...”
“송두령은 오로지 충의를 근본으로 하여 양민을 해치지 않습니다. 다만 탐관오리를 미워할 뿐입니다.”
“이 늙은이가 듣기에 송강이란 도적은 인의를 실천하여 가난한 자를 구제하고 노인을 돕는다고 하던데, 그가 이곳의 도적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만약 그가 이곳으로 온다면 백성들도 즐겁게 살면서 저 탐관오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도 않을 건데!”
장순이 그 말을 듣고서 말했다.
“어르신! 놀라지 마십시오. 저는 낭리백조 장순입니다. 우리 형님 송공명이 등에 종기가 생겨 저에게 황금 1백 냥을 주면서 안도전을 데려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방심하고서 배 안에서 잠이 들었다가 그 두 도적놈에게 두 손이 묶여 강물 속으로 내던져졌습니다. 이빨로 밧줄을 물어뜯고서 여기까지 헤엄쳐 왔습니다.”
“자네가 그런 호걸이라면, 우리 아들을 불러내 자네를 만나게 해야겠네.”
잠시 후 뒤편에서 한 청년이 나와 장순을 보고 절하며 말했다.
“형님의 큰 이름을 오래 전부터 들었지만 인연이 없어 만나 뵙지 못했습니다. 저는 성이 ‘왕’이고 항렬은 여섯째입니다. 달리기를 잘해서 사람들이 활섬파(活閃婆) 왕정륙(王定六)이라 부릅니다.
평소에 수영과 봉술을 좋아하여 여러 사부를 모셨으나 제대로 전수받지 못하고, 잠시 강변에서 술을 팔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좀 전에 형님을 약탈한 두 놈은 제가 아는 자들입니다. 한 놈은 ‘강에서 도적질 하는 귀신’ ‘절강귀(截江鬼)’ 장왕이고, 비쩍 마른 놈은 화정현 사람으로 ‘기름 속의 미꾸라지’ ‘유리추(油裏鰍)’ 손오입니다.
그 두 놈은 항상 강에서 사람들을 약탈하고 있습니다. 형님은 마음 놓으십시오. 여기 며칠 머물다 보면 그놈들이 술 마시러 올 겁니다. 그러면 제가 형님을 대신해 복수하겠습니다.“
장순이 말했다.
“아우의 호의는 고맙지만, 나는 송공명 형님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산채로 돌아가야 하네. 날이 밝으면 성으로 들어가서 안태의를 모시고 가야 하니 다음에 만나세.”
왕정륙은 자기 옷을 꺼내 장순이 갈아입게 하고, 술을 가져와 대접했다.
- 154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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