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150. 편

2025. 1. 4. 08:23수호지


★ 수호지(水湖誌) - 150

수호지 제63회-2

한편, 이성과 삭초는 황망히 사람을 성중으로 보내 양중서에게 보고하였다.
그날 밤 문달이 본부군마를 거느리고 싸움을 도우러 왔다.

이성이 맞이하여 괴수파 영채 내에서 적병을 물리칠 계책을 상의하였다.
문달이 웃으며 말했다.

“피부병 정도밖에 안 되는 놈들을 뭐 그리 걱정하시오! 내가 내일 결전을 하여 전승을 올리겠소.”
그날 밤 상의가 정해지자 군사들에게 명령을 전했다.

다음 날 새벽에 밥을 지어 먹고 날이 밝자 진군했다.
북을 세 번 울리고 목책을 뽑고 유가까지 진군했다.

송강의 군마도 바람처럼 진격해 왔다.
문달은 군마를 벌려 세우고 강궁과 쇠뇌를 발사하여 적의 진격을 막았다.

송강의 진중에서 한 대장이 나오는데, 붉은 깃발에 ‘벽력화 진명’이라고 쓰여 있었다.
진명이 말을 세우고 소리쳤다.

“북경의 탐관오리들은 들어라! 오래 전부터 너희 성을 치려고 했었는데, 선량한 백성이 다칠까 염려되어 미루어왔다.
노준의와 석수를 보내주고 음부와 간부를 함께 끌고 오면, 우리는 퇴각하여 전쟁을 끝내고 다시 쳐들어오지 않겠다고 맹세하마! 하지만 만약 깨닫지 못하고 고집을 부리다가 언덕에 불길이 치솟으면 옥과 돌이 모두 불타게 될 것이다.
이미 눈앞에 다가왔으니 할 말이 있으면 빨리 하고 꾸물대지 마라!”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문달이 크게 노하여 장수들에게 물었다.

“누가 저 도적놈을 잡아 오겠느냐?”
이성의 등 뒤에서 말방울 소리가 울리면서 한 대장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북경의 상장 삭초였다.
그는 성질이 급해서 사람들이 ‘급선봉’이라 불렀다.
삭초가 진 앞으로 나와 큰 소리로 외쳤다.

“네놈은 원래 조정의 관리였는데, 국가가 네놈에게 뭔 해를 끼쳤다고 도적이 되었단 말이냐! 내 오늘 너를 붙잡아 만 조각으로 찢어 버릴 것이니 죽더라도 날 원망하지 마라!”
진명 또한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 삭초의 말을 듣자마자 마치 화롯불에 숯을 집어넣고 불 위에 기름을 끼얹은 것처럼 말을 박차고 낭아곤을 휘두르며 곧장 달려 나갔다.

삭초도 말을 몰고 나와 진명과 맞붙었다.
두 필의 사나운 말이 서로 뒤엉키고 두 무기가 서로 부딪치자 양군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20여 합을 싸웠는데 승부가 나지 않았다.
송강의 중군 선봉대 안에서 한도가 나와 말 위에서 활을 당겨 삭초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화살은 삭초의 왼쪽 팔에 명중했다.
삭초는 도끼를 내던지고 말을 돌려 본진으로 달아났다.

송강이 채찍으로 가리키자 삼군이 일제히 돌격했다.
시체가 들판에 깔리고 흐르는 피가 강을 이루었다.

관군은 대패하여 유가를 지나 괴수파 영채까지 빼앗겼다.
그날 저녁 문달은 비호욕까지 후퇴하여 군병을 점검해 보니 삼분지일을 잃었다.

송강은 괴수파 영채에 둔병하였다.
오용이 말했다.

“군병이 패주하게 되면 반드시 마음속에 겁이 생깁니다. 이런 기세를 타고 추격하지 않으면 적이 다시 용기를 기르게 될 겁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이기기 어렵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군사의 말이 옳습니다.”
송강은 즉시 명을 내려 정예병을 네 길로 나누어 밤을 새워 성으로 진격하게 하였다.

한편, 비호욕으로 후퇴한 문달은 마치 상갓집 개처럼 허둥지둥하고 마치 막 그물에서 벗어난 물고기 마냥 마음이 조급했다.
영채 안에서 계책을 상의하고 있는데 장교가 와서 보고했다.

“인근 산 위에 횃불이 올랐습니다!”
문달이 말에 올라 군병을 거느리고 나가 보니 동쪽 산 위에 횃불이 수없이 일어나면서 온 산과 들판을 붉게 밝혔다.

문달이 군병을 이끌고 적을 맞이하러 가는데, 산 뒤편에서 군마가 달려 나왔다.
앞장선 장수는 소이광 화영이었고, 부장 양춘과 진달을 이끌고 쳐들어왔다.

문달은 어찌할 바를 몰라 군병을 이끌고 비호욕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서쪽 산 위에서 횃불이 수없이 일어나면서 쌍편 호연작이 부장 구붕과 등비를 이끌고 공격해 왔다.

뒤편에서 또 함성이 일어나면서 벽력화 진명이 부장 한도와 팽기를 이끌고 추격해 왔다.
문달의 군마는 혼란에 빠져 목책을 뽑고 달아나는데, 앞쪽에서 함성이 또 일어나고 불빛이 환해졌다.

굉천뢰 능진이 조수들을 데리고 오솔길에서 비호욕을 향해 포를 발사한 것이었다.
문달은 군병을 이끌고 길을 뚫고 성을 향해 달아났다.

앞쪽에서 북소리가 울리면서 한 떼의 군마가 나타나 길을 가로막았다.
횃불이 환한 가운데 표자두 임충이 부장 마린과 등비를 이끌고 나타나 길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사방에서 북이 일제히 울리고 불길이 치솟자 관군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 어지럽게 달아났다.
문달은 대도를 휘두르며 길을 뚫고 달아나다가 마침 이성을 만나 병력을 합쳐 한편으로 싸우면서 한편으로는 달아났다.

날이 밝을 무렵 성 아래에 당도하였다.
양중서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놀라 혼이 달아날 지경이었다.

황급히 군사를 점검하여 성을 나가 패잔병을 접응하여 들어오게 하고, 성문을 닫아걸고 수비만 할 뿐 출전하지 않았다.

다음 날 송강의 군마가 동문 앞에 하채하고 성을 공격할 준비를 했다.
한편, 양중서는 유수사에서 사람들을 모아 상의했다.
이성이 말했다.

“적병이 성 앞에 당도했으니 일이 매우 급합니다. 지체하다간 필시 함락될 것입니다. 상공께서는 위급을 고하는 서신을 써서 심복을 경성으로 보내 채태사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리고 조정에 아뢰어 정병을 보내 구원하면 그것이 상책입니다. 두 번째로는 급히 공문을 작성하여 인근 고을로 보내 구원군을 보내 달라고 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는 북경성 안의 장정들을 성 위로 불러올려 동심으로 협력하여 성을 지켜야 합니다. 뇌목과 포석, 강궁과 쇠뇌, 재를 담은 병과 쇳물 등을 준비하여 밤낮으로 방비하면 성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양중서가 말했다.

“서신은 당장 쓸 수 있는데, 누가 가지고 가겠는가?”
그날 왕정이 밀서를 받아 갑옷을 입고 몇 명의 마군을 데리고 성문을 나가 동경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인근 고을에도 사람을 보내 구원병을 요청하였다.
왕태수는 장정을 모아 성 위에 올라가 지키게 하였다.

한편, 송강은 장수들을 배정하여 군사를 이끌고 성을 포위하고서 동·서·북 삼면에 하채하고 남문만 비워 두게 하였다.
매일 성을 공격하는 한편 산채에 군량을 재촉하여 장기적으로 둔병하면서 북경성을 격파하고 노준의와 석수를 구할 계책을 세웠다.

이성과 문달은 연일 병력을 이끌고 성을 나가 교전하였지만 승전하지 못했다.
삭초는 화살에 맞은 상처가 아직 낫지 않고 있었다.

한편, 왕정은 밀서를 가지고 동경 태사부에 당도하였다.
문지기가 알리자 채태사는 왕정을 불러들였다.

왕정이 후당으로 들어가서 절을 하고 밀서를 올렸다.
채태사는 서신을 읽고서 크게 놀라 자세한 것을 물었다.
왕정이 노준의 사건을 자세히 아뢰고 나서 말했다.

“지금 송강이 병력을 이끌고 와서 성을 포위했는데, 그 세력이 너무 커서 대적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유가·괴수파·비호욕 세 곳에서 벌어진 전투에 대해서도 자세히 애기했다.
채경이 말했다.

“피곤할 테니 자네는 역관에 가서 쉬고 있게. 내가 관원들을 모아 상의해 보겠네.”
왕정이 다시 아뢰었다.

“태사님! 지금 북경성은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해 있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만약 북경성이 무너지면 하북의 다른 고을들도 위험해집니다. 태사께서는 빨리 구원병을 보내 도적을 물리쳐 주십시오!”
채경이 말했다.

“여러 말할 필요 없네. 자네는 물러가게.”
왕정이 물러가자 채태사는 즉시 추밀원에게 사람을 보내 군사기밀을 상의할 일이 있으니 급히 모이라고 전하였다.

얼마 후 추밀사 동관을 비롯한 관원들이 절당에 모였다.
채경은 북경성의 위급을 자세히 설명하고 말했다.

“지금 어떤 계책으로 어떤 장수를 기용해야 적병을 물리치고 북경성을 지킬 수 있을까요?”
채경이 말을 마치자 관원들은 두려운 얼굴빛으로 서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때 병마를 관장하는 병마보의사 선찬(宣贊)이 앞으로 나섰다.
이 사람은 날 때부터 얼굴이 솥 밑바닥처럼 시커멓고 콧구멍은 하늘을 향하고 고수머리에 붉은 수염이 나 있었다.

신장은 8척에 표범 같은 체격을 지녔으며, 강철 칼인 강도(鋼刀)를 사용하는데 무예가 출중했다.
이전에 왕부(王府)의 사위인 군마(郡馬)였으므로 사람들이 ‘못 생긴 왕의 사위’ ‘추군마(醜郡馬)’라 불렀다.

화살로 이민족 장수와 싸워 이기자 군왕(郡王)이 그의 무예를 총애하여 사위가 삼았었는데, 군왕의 딸이 그의 추한 외모에 한을 품고 죽었다.

그래서 다시 중용되지 못하고 병마보의사에 머물러 있었다.
동관은 아첨하는 무리라 자신의 능력이 선찬에 미치지 못하므로 항상 그를 시기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선찬이 채태사에게 아뢰었다.

“소장이 고향에 있을 때 알던 사람이 있는데, 한나라 말기 삼국시대 관우의 적파자손으로 관승(關勝)이라 합니다. 생김새가 조상인 관운장과 비슷하고 청룡언월도를 사용하므로 사람들이 대도(大刀) 관승이라 부릅니다.
현재는 포동의 순검으로 말단관료에 불과하지만, 어릴 때부터 병서를 읽고 무예에도 정통하며, 만 사람도 당할 수 없는 용맹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사람을 예로써 초빙하여 상장을 삼는다면 양산박을 청소하고, 미친 무리들을 전멸시켜 보국안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채경은 그 말을 듣고서 크게 기뻐하며, 선찬을 사자로 삼아 공문과 예물, 말을 가지고 가서 예로써 관승을 불러오게 하였다.

선찬은 공문을 받고 수행원 서너 명을 데리고 말에 올라 출발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포동의 순검사에 당도하였다.

그날 관승은 마침 관아에서 학사문(郝思文)과 고금의 흥망성쇠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동경에서 사자가 왔다는 말을 듣고 관승은 황망히 학사문과 함께 나와 영접하였다.
인사를 나눈 다음 대청에 올라가 좌정하고 관승이 물었다.

“오랫동안 자네를 보지 못했는데, 오늘은 무슨 일로 이렇게 멀리까지 친히 왔는가?”
선찬이 말했다.

“양산박 도적들이 북경을 공격하고 있는데, 제가 태사의 면전에서 형님은 나라를 안정시킬 계책과 적병을 항복시키고 적장을 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극력 천거했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조정의 칙령과 태사의 명을 받들어 예물과 말을 가지고 형님을 초청하러 왔습니다. 형님께서는 물리치지 마시고 행장을 수습하여 함께 경성으로 가시지요.”
관승은 듣고서 크게 기뻐하며 선찬에게 말했다.

“여기 이 아우는 학사문으로 나의 의형제일세. 그의 모친께서 정목안(井木犴)이라는 별자리가 모태로 들어오는 꿈을 꾸고 잉태하여, 사람들이 정목안이라 부르네.
이 아우는 18반 무예를 못하는 것이 없네. 이제 태사의 부르심을 받았으니 이 아우도 함께 가서 힘을 합쳐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선찬은 흔쾌히 응낙하고 출발을 재촉했다.

관승은 가족들에게 뒷일을 분부하고, 학사문과 함께 관서의 호걸 10여 명을 거느리고 선찬을 따라 출발했다.
동경에 당도하여 곧장 태사부로 가서 말에서 내렸다.
문지기가 채태사에게 알리자 들어오라고 하였다.

선찬이 관승과 학사문을 절당으로 인도하여 절을 하고 계단 아래 시립하였다.
채경이 관승을 보니 키는 8척 5~6촌에 위풍당당한 체격이었다.

세 가닥의 수염을 길렀고, 양 눈썹이 귀밑머리까지 뻗었으며, 봉의 눈을 지녔고, 대춧빛 같은 검붉은 얼굴에 입술은 주사(朱砂)를 바른 듯 붉었다.
채태사는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장군의 나이는 몇이오?”
관승이 대답했다.

“소장은 32살입니다.”
“양산박 도적들이 북경성을 포위 공격하고 있는데, 장군은 어떤 계책으로 그 포위를 풀 수 있겠소?”
“오래 전부터 도적들이 양산박을 점거하여 백성을 놀라게 한다는 것을 들어 왔습니다. 지금 그놈들이 함부로 소굴을 벗어났으니, 그건 화를 자초한 것입니다.
하지만 북경을 직접 구원하는 것은 인력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정병 수만 명을 내주시면, 먼저 양산박을 취한 다음에 도적놈들을 잡음으로써 머리와 꼬리가 서로 돌아보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채태사는 듣고 나서 크게 기뻐하며 선찬에게 말했다.

“위나라를 포위함으로써 조나라를 구하는 계책이오. 내 뜻과 합치되오.”
즉시 추밀원 관원을 불러 산동과 하북의 정예병 1만5천을 동원하게 하고, 학사문을 선봉으로, 선찬을 합후(合後)로 관승을 지휘사로 임명하였다.

보군태위 단상은 군량을 접응하게 하였다.
상을 내려 삼군을 위로하고 날을 정해 출발하게 하였다.

- 151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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