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실 구서(掘室求鼠)

2024. 11. 18. 21:43좋은글

구실 구서(掘室求鼠)

掘 : 팔 굴
室 : 집 실
求 : 구할 구
鼠 : 쥐 서

집을 파 헤쳐 쥐를 잡는다는 뜻으로,
잘못을 고치려다 일을 키우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뒤에 손해가 나건 말건 눈앞에 닥친 것을 피하기 위해 그저 덤비기만 할 때 적합한 비유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란 속담이다.

이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예부터 많았는지,
비슷한 뜻을 가진 속담이나 성어가 많다.

잘못을 고치려다 더 망치는 '쇠뿔 잡다가 소 죽인다'가 교각살우(矯角殺牛)나 교왕과정(矯枉過正)이고,
가만히 두었으면 그대로 지날 일을 공연히 건드려 일을 키울 때는 '자는 호랑이 코 찌르기'를 번역한 숙호충비(宿虎衝鼻)가 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적은 이익을 얻으려다 훨씬 더 큰 손해를 보게 될 때 '쥐 잡으려다가 쌀독 깬다'와 같은 말이 집을 파 헤쳐(掘室) 쥐를 잡는다(求鼠)는 이 성어다.

이 말이 실려 있는 '회남자(淮南子)'에는 유난히 같은 비유의 말이 많이 나온다.

책을 편찬한 전한(前漢)의 유안(劉安)은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손자로 다스리는 지역의 이름을 따 회남왕(淮南王)이 됐다.

문학 애호가였던 그는 사상적으로 노장을 주축으로 여러 파의 사상을 통합하려 했고 문사와 방술가를 모아 그 수가 수천에 이를 정도였다고 한다.

형이상학부터 천문 지리나 병술과 처세훈까지 백과사전 격의 이 책 설산훈(說山訓) 편에 실려 있다.

설산훈은 세상의 복잡다단한 현상을 가상적인 비유를 통해 얽힌 것을 분명하게 풀어 설명하는 내용이라 밝히고 있다.

성어가 나오는 부분을 보자.

소문을 흘려 악평을 막으려는 일 등은 작은 것을 구하거나 고치려다 일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과 같다며 예를 든다.

그것은 "방죽을 무너뜨려서라도 거북을 잡으려 하고(壞塘以取龜/ 괴당 이취귀),
지붕을 걷고서라도 너구리를 잡으려 하며(發屋而求狸/ 발옥이구리),
방의 구들장을 뜯어내더라도 쥐를 잡으려 하며(掘室而求鼠/ 굴신이 구서),
입술을 찢더라도 충치를 치료하려고(割脣而治齲/ 할 순이치우)" 것과 같다고 했다.

주술훈(主術訓)에도 유사한 성어가 있다.

숲을 태우면서 짐승을 잡는다는 분림이렵(焚林而獵)이나 물고기를 잡으려 못의 물을 퍼내는 학택이어(涸澤而漁) 등은 모두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럴듯한 명분으로 일을 추진하다 더 크게 악화시키는 일은 일상에서 흔하다.

문제는 부작용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처음의 목적에는 맞는 일이라며 밀고 나가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때이다.

개인의 일이거나 작은 조직이면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국가의 정책이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까지 갈 수 있어 문제다.

쥐를 잡으려다 집을 부숴선 돌이킬 수 없다.

-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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