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중 지 와
2024. 11. 18. 07:17ㆍ좋은글
井 中 之 蛙
井: 우물 정
中: 가운데 중
之: 갈지
蛙: 개구리와
(우물 안 개구리란 뜻으로
식견이 매우 좁음을 비유)
가을 홍수로 황하에 물이 가득했다.
황하의 신 하백(河伯)은
천하를 얻은 듯 뿌듯했다.
한데 강을 따라가다 동해에 이른
하백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동해의 넓고 깊음은 황하에
비할 바가 못 됐다.
하백이 북해의 신 약(若)에게
한숨지으며 말했다.
“‘백 가지 도리를 들으면 저만한 사람이
없는 줄 안다’는 속담이 바로 저를
두고 한 말인 듯합니다.
공자의 지식이 작고 백이의 절개가
가볍다는 말은 들었지만
지금 까지 믿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바다의 끝없음을 보니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마터면 크게 깨달은 자들에게
오랫동안 비웃음을 당할 뻔했습니다.”
약(若)이 말했다.
“우물 안 개구리(井中之蛙)에게는
바다를 얘기해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평생을 우물에 갇힌 탓이지요.
여름벌레에게는 얼음을 말해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여름에만
매여 산 때문이지요.
세상에는 나보다 큰 물이 없습니다.
하지만 나 스스로는 크다고
여긴 적이 없습니다.
나 또한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것이니
조그마한 돌멩이나 작은 나무가
거대한 산에 있는 격이지요.
모든 것을 만물이라 부릅니다. 사람은
그 만물 중에 하나일 뿐이지요.”
장자 추수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우물 안
개구리(井中之蛙)’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주제는 잊은 채 강을
말하고, 바다를 논한다.
시냇물이 목소리를 키우면 강이 되고,
강이 목소리를 키우면 바다가
되는 줄 착각한다.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를 모른다
(井中之蛙 不知大海).
평생을 좁은 공간에 갇힌 탓이다.
여름철 매미는 겨울을 모른다.
사계(四季) 중 한 계절에만 매인 탓이다.
종지는 대야물을 담지 못한다.
그릇이 작은 탓이다.
세상이 안 보이면 둘 중 하나다.
어딘가에 갇혀 있거나,
조약돌을 바위로 착각하거나.
나를 가둔 허물을 벗어나자.
우물에서 나와 세상을 보자.
뒤뚱뒤뚱 걷지만 말고 날개를
활짝 펴는 ‘갈매기의 꿈’을 꾸자.
출처 : 장자(莊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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