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소년 산이 되다 - 이시형
2024. 10. 24. 18:53ㆍ좋은글
허전한 삶 돌아볼
틈이나 있었던가
또 바람이 인다.
거친 바다 위를 낙엽
같은 배로 지나려면
다른 생각은
할 틈이 없습니다.
우리 세대의 지난
삶이 딱 그랬습니다.
거친 세파를
헤쳐가기에만 바빴지요.
얼마나 먼 길을 왔는지,
내가 있는 바다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다른 배들은
잘 가고 있는지,
우리에게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바다를 건너가고
있는 걸까.
그 순간 다시 바람이
일고 너울이 거세지면
급히 방향타를 다잡고
파도와 맞설
궁리로 바빠집니다.
삶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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