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 벙 주 초
2024. 6. 22. 13:55ㆍ좋은글
★ 덤벙 주초(柱礎)
둥글넓적한 자연 그대로의 돌을 다듬지 않고 건물의
기둥 밑에 놓은 주춧돌을 덤벙 주초(株礎)라고 부른다.
어느 날 오랜만에 내 얼굴을 본 할머니가 물으셨다.
“얼굴이 왜 그렇게 어둡냐?”
할머니는 한쪽 눈을 실명하셨고, 목소리를 통해
사람을 분간하실 정도로 다른 한쪽 시력도 안 좋은 상태였다.
그런 할머니의 눈에 손자의 힘든 얼굴이 비친 모양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때가 되면 다 잘
풀릴 거니께, 세상은 덤벙덤벙 사는 거니라.”
어떤 위로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지치고 힘든 나였다.
하지만 덤벙덤벙 살라는 말은
꽤 인상적으로 마음에 꽂혔다.
물론 그게 어떤 삶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책을 읽다가 우연히 ‘덤벙
주초(柱礎)’란 것을 알았다.
강원도 삼척에 <죽서루(竹西樓)>
라는 누각(樓閣)이 있다.
특이한 것은 그 누각의 기둥이다.
터를 반반하게 고르는 대신 터에
맞게 기둥의 길이를 달리 한 것이다.
길이가 다른 17개의 기둥으로 만들어졌다.
숏(shpt) 다리도 있고, 롱(long) 다리도 있다.
이렇게 초석(礎石)을 덤벙덤벙
놓았다 해서 <덤벙 주초(柱礎)>라 불린다.
순간 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세상은 덤벙덤벙 사는 거야!”
터를 반반하게 고르는 대신 터에 맞게
기둥의 길이를 달리 놓을 줄 아는 여유가 놀랍다.
그래서 할머니의 말뜻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세상은 평탄하지 않다.
반반하게 고르려고만 하지 마라 ‘덤벙
주초’처럼 그때그때 네
기둥을 똑바로 세우면 그만이다.
그렇습니다.
세상은 언제나 가만있지 않고 흔들거립니다.
흔들리는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마음의 기둥을 잘 세워야 합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서둘지 말고, 조급하지 말고, 욕심부리지
말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만의 삶을 살아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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