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69)

2022. 6. 14. 21:10삼국지

삼국지(三國志) .. (369)

사마의의 묘수(妙手)

사마의에게 옹양 태수를 맡겨, 한중의 길목을 지키려했던 조예의 계획은 사마의의 고사(固辭)로 좌절되었다. 그러나 조예는 이에 연연하지 아니하고,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천거해 주시오."

하고, 말하였다.

"대장군 조진은 어떻습니까?"

사마의는 자나깨나 항상 자신을 견제하는 조진을 거론하였다.

그러자 딱하다는 듯이 조예가 대답한다.

"아... 숙부가 정무는 잘 보지만 전쟁은 영... 솔직히 숙부는 제갈양의 적수가 못 되오. 경, 또 누가 할 수있겠소?"

하고, 재차 묻는다.

"대장군의 장자(長子)인 조상은요?"

"아, 아직 미숙하오. 너무 어립니다."

"아니지요... 경험이 쌓이면 아버지인 조진처럼 매서워질 겁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사마의가 계속해 조예의 부탁을 빙빙 잡아 돌리자, 조예가 정색을 하면서 나무란다.

"이보시오, 중달. 그 오랜 세월동안 병권을 잡아놓고, 괜찮은 장수 하나 못 봤단 말이오?"

"말씀이 과하십니다. ​신이 병권을 쥔 것은 고작 이 년이 안 됩니다. 앞,뒤로 집에 처박혀 지낸 것이 도합 이십 년입니다. 신이 병권에 등용된 것은 토막토막 매우 짧은 기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조예가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마의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마의는 태조 무황제(조조)의 시절부터 선제(조비)에 이르기까지 항상 권력의 주변에서 책사(策士)와 모사(謀士)만을 지내왔을 뿐, 사실 그의 손에 병권이 있었던 기간은 그의 말대로 극히 짧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예는 다시 한번 사마의를 달아본다.

"허나, 마음은 항상 전장에 있었겠지... 더구나 언변에 능하니 그대의 문하생들이 조정에 넘쳐나오. 그대가 출정하면 휘하의 장수들이 목숨을 바쳐 싸워 백전 백승이지 않소?"

"말씀이 또 과하시군요. 장수들은 신 때문에 목숨을 바치는게 아니라 폐하 때문에 목숨을 바치는 겁니다. 게다가 신도 백전백승은 아닙니다. 서성에서의 일전은 신이 제갈양의 공성지계(空城之計)에 당한 거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수치스럽습니다."

"그것은 소소한 일인데... 왜 이 생각은 못 하시오? 천하에 누가, 제갈양을 낙화유수(落花流水)처럼 물리치며 부상병과 함께 서성으로 도망가도록 만들 수 있단 말이오?"

"영명하십니다!"

"음... 경! 그 일은 그대의 혁혁한 공에 비하면 아주 하찮은 실수라오. "

"정말, 하찮은 실수인가요?"

사마의는 조예의 의중을 듣고자 반문하였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지난번 자신을 쫒아낼 때의 조예는 서성에서 제갈양을 놓아줬다는 죄목을 달지 않았었던가? 그런데 오늘은 그때의 일을 소소한 일로 치부한다.

사마의의 반문으로 불신의 분위기를 감지한 조예가 힘주어 강조한다.

"정말이지, 앞으로 그 일로 문제 삼지 않겠소. 정말이오!"

사마의가 조예의 결심어린 소리를 듣자, 비로소 고개를 숙이며,

"흐, 흐흑...!"

하고, 천자의 아량에 감읍하는 듯이 흐느꼈다. 그런 뒤 잠시후,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하고, 감격에 겨운 듯이 거푸 아뢰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조예가 본격적으로 사마의를 다시 채근한다.

"중달! 출병을 앞둔 이때, 어찌하여 제대로 된 장수 하나를 천거하지 못 하시오!"

사마의가 고개를 천천히 들며 아뢴다.

"제갈양의 중원 진출을 저지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러려면 중원 진출의 요지인 진창(陳倉)만 잘 지키면 됩니다. 진창(陳倉)은 상장군 학소(上將軍 郝昭)가 맡을만 합니다. "

"학소?"

"그렇습니다. 어려서부터 전장을 누벼온 지라, 실전의 경험도 많고 병법에 능하며 무엇보다도 이런 장점이 있습니다."

"장점이라니?"

"황친인 조진과는 정 반대로 허풍을 떨지 않습니다. 입궁 욕심도 없지요."

그 말을 들은 조예가 분연히 자리를 떨치고 일어선다.

"좋소! 학소를 정서 대장군에 봉해서 진창의 수비를 맡기겠소!"

"영명하십니다!"

황궁에서 돌아온 사마의는 한가하게 연못에서 낚시를 하며 생각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때 둘째 아들 사마소가 다가와 말한다.

"아버님, 들리는 바로는 폐하께서 이십만 정병을 주며 옹양으로 가시라고 했는데 병 때문에 고사하셨다고요?"

"그래..."

"​출세가 싫으신가요? 아버님이 기다리시던 일이 아닙니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옹양에 가라는 데는 계책이 숨겨져 있으니..."

"계책이라뇨?"

"나에게 옹양의 대도독직을 맡으라는 것은, 천하 병권은 대장군 조진에게 내주겠다는 말이 아니고 무엇이냐? 결국 이 애비를 조진의 명령 아래로 놓아두려는 심사지."

"아...! 그래서 고사하신 게로군요. 아버님께는 제갈양을 상대하라고 하면서, 조진에게는 아버님을 상대하라... 이긴다면 공은 조진에게 가고, 패한다면 아버님 죄가 되겠군요."

"알았으면 됐다. 읏! 뭘 굳이 말로 되뇌어야겠냐."

하고, 물고기를 낚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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