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70)

2022. 6. 16. 19:41삼국지

삼국지(三國志) .. (370)

조자룡의 부음(訃音), 공명의 출사(出師)

손권은 조위를 크게 이기고 나자 촉에 사신을 보내 그 사실을 알렸다. 손권이 싸움에 이긴 것을 촉국에 굳이 알린 것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첫째는 자신들의 위세를 과시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촉과 오의 화친을 더욱 굳게 하자 것이었다.

공명은 손권에게 이같은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공명은 가정에서의 뼈아픈 패배를 극복하고자 군사를 재정비하여 머지않아 위를 다시 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오가 위를 유인하여 위의 대도독 조휴마저 죽이고 양주(揚州)를 점령하였다는 소식이 당도하자 공명은 기쁨을 금치 못하여 측근의 장수들을 불러 축하연을 베풀기까지 하였다.

술자리가 무르익어 갈 무렵이었다. 돌연 동북으로부터 불어온 일진 대풍이 뜰에 서있던 늙은 소나무 가지 하나를 와지끈 부러뜨린다.

많은 장수들은 주연에 흥이 겨워 아무도 그 일에 신경 쓰지 않았으나, 공명만은 불길한 기분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바로 그때 시중이 들어와 조자룡의 아들 조통(趙統)과 조광(趙廣)이 찾아왔다고 아뢴다.

공명은 그 소리를 듣고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무심중에 떨어뜨리며 소리쳤다.

"아아! 자룡이 세상을 떠났구나!"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공명 앞에 부복한 조통과 조광은 통곡을 하면서,

"자친께서 지난 밤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하고, 알리는 것이었다.

공명은 즉시 축하연을 파하고 소리내어 울면서,

"조운은 선제(先帝: 유비) 때부터 촉의 동량(棟樑)이었는데, 그가 세상을 떠나다니... 이는 국가의 큰 손실이오, 나로서는 나의 팔 하나가 떨어져 나간 것만 같구나!"

하고, 애달파한다. 축하연에 참석한 모든 장수들은 공명과 함께 마지막으로 남았던 오호 상장(五虎 上將) 조운의 죽음을 크게 슬퍼하였다.

그 사실은 곧장 후주에게도 알려져, 후주 유선도 대성통곡을 하면서,

"당양에서 전쟁통에 나를 품에 안아 구해 준 그 어른이 돌아가셨다니, 세상에 이렇게 슬플 수가 없구나!"

하고, 슬픔을 금치 못하였다.

후주 유선(後主 劉禪)은 조운을 순평후(順平侯)에 봉하여 국장(國葬)을 지내고 금병산(金屛山)에 사당을 지어 춘하추동 사철에 제사를 지내게 하였다.

그리고 그의 맏아들 조통을 호분중랑장(虎賁中郞將)으로 삼고, 둘째 아들 조광은 아문장(牙門將)으로 삼아서 분묘를 정중히 지키게 하였다.

*인물

조운(趙雲) ? ~ 229년

유비의 맹장, 자는 자룡(子龍)으로 진정(眞定) 출신이다.

처음에는 공손찬의 휘하에 있다가 나중에 유비의 측근이 되어 용맹을 떨쳤다. 유비가 장판(長板)에서 조조에게 쫒겨 아들 유선(劉禪)과 감 부인(甘 夫人)을 버리고 달아날 때에 조운은 단신으로 이를 구출했다. 214년에는 성도(成都) 공격의 일익을 담당하여 출전해 공을 세웠고, 219년에는 한중(漢中) 공방전에서 위(魏)의 주력부대를 물리쳐 유비의 찬탄을 받았다. 221년 유비가 손권을 공격할 때에 반대를 무릅쓰고 강주(江州) 수비를 하여 공을 세웠고, 228년에는 제갈양이 기산(祁山)으로 출전할 때 등지(鄧芝)와 함께 양동작전으로 기곡(箕谷)에 진출해 있다가 위의 대군을 만나 적은 수의 군사로 잘 싸웠다. 삼국지 연의에는 그는 충의(忠義)의 화신으로 기록되어 있다.

공명은 조운의 국장을 치르고 난 직후에 후주에게 두번째의 출사표를 쓰기 시작하였다.
두 번째 출사표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선제께서는 한나라 황실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신에게 역적 토벌을 명하셨습니다. 신의 보잘 것 없는 능력을 높게 평가하시어 강한 상대인 위(魏)를 능히 칠 것으로 여기신 것이지요. 신은 막중한 임무에 대한 부담감이 컸으나 속히 역적을 치지 아니하면 우리가 그들에게 멸망할 것은 자명한 일이기에 목숨을 걸고서라도 싸우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봄에 북정(北征)의 준비로 먼저 남만(南蠻)을 평정했던 것이옵니다.

위가 동오에게 크게 패했다고 하니 이는 우리에게 큰 기회가 아닌가 하옵니다. 우리의 약한 힘으로 강한 군대를 깨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겠으나, 선제의 뜻을 이루는 것이 사명일진데, 어찌 안위만을 바라고 있겠사옵니까. 백성과 군사가 고달프나 대사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일이옵기에 신은 이제 북벌에 나서려 하오니 바라옵건데 폐하께서는 이를 허락해 주소서.

공명은 직접 두번째 출사표를 후주에게 바쳤다.

유선이 공명의 출사표를 모두 읽어 보고, 시선이 공명에게 향하자, 공명이,

"폐하, 위의 대도독 조휴가 석정에서 대패하여 위의 손실이 크옵니다. 문무백관들과 병사들이 겁을 먹었으니 북벌을 시도하기 가장 좋은 기회이옵니다."

하고, 아뢰니, 후주 유선이 한숨을 쉬면서 걱정을 앞세운다.

"아... 자룡 장군마저 세상을 떠나 나라의 큰 기둥 하나를 잃어 마음이 아프오. 이것이 혹여라도 북벌의 흉조가 아닐 지 걱정이 되오."

공명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흔들며 대답한다.

"심려치 마십시오. 제가 밤에 천문을 살펴 보았는데 제왕의 기운이 남으로 이동하여 북극성이 어두웠으니 이것은 우리가 위를 칠 수 있는 좋은 때가 도래했다는 것입니다."

공명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출사를 굽힐 기세가 아니었다.

유선이 그런 분위기를 느끼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 승상, 한마디 하겠으니 듣고 혹시라도 노여워 하지 마시오."

"말씀하십시오."

"우리 촉이 개국한 뒤 지금까지 위는 우리를 먼저 공격한 적이 없으나 승상은 계속해 위를 공격해 왔소. 승상이 거병하지 않으면 촉,위,오가 싸울 일이 없으니 천하가 태평하지 않겠소?"

후주 유선은 이렇게 말하면서 공명의 대답을 기다렸다.

공명이 적이 걱정스러운 웃음을 웃어 보이며 대답한다.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폐하께서는 올해 춘추가 어떻게 되시지요?"

공명이 느닷없이 유선의 나이를 물었다.

"열 일곱이오."

유선은 의문의 눈을 뜨며 즉시 대답하였다.

"폐하께서는 촉,위,오 중에 가장 젊은 군주이십니다. 앞으로 남은 날이 제일 많지요. 그럼 혹시 신의 나이를 아십니까?"

"승상께선 쉰이 다 되시지 않으셨소?"

"그렇습니다. 신이 안일함을 탐한다면 위를 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편안히 조회만 들락거리며 태평히 지낼 수 있겠지요. 촉은 천연요새이니 앞으로 이십 년은 걱정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십년 후에는요? 분명 위가 촉을 치려 할 것인데 그때가 되면 신은 저세상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고 폐하께서는 겨우 서른 일곱이 되겠지요. 우리 촉은 한쪽으로 치우쳐 있으니 오래가지 못합니다.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는 지리적 위치를 가지고 있지요. 그렇기에 신이 살아있는 동안 중원을 손에 넣고 천하를 차지하기 위해 다시 북벌을 감행하려는 것입니다. 성공하기만 한다면 폐하께서는 남은 날들을 편안하게 보내실 수가 있게 됩니다."

후주 유선은 공명의 이같은 말을 듣자 더이상 그의 뜻을 꺾을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2차 북벌을 윤허하는 칙령을 내렸다.

이리하여 공명은 가정에서 패한지 반 년 만에 다시 정예부대 삼십만을 거느리고 위연을 선봉장으로, 강유를 후군으로 삼아 진창으로 진격하기 시작하였다.

공명의 2차 북벌의 출병 소식은 은밀히 성도(成都)에 잠입해 있던 조위(曹魏)의 세작(細作)에 의해 즉각 보고되었다. 조예는 비밀리에 대장군 조진(曺眞)을 불러들였다.

조진은 지난번 사마의가 불려 들어오던 천자의 비밀 전용도로에서 중상시(中常侍)의 영접을 받았다.

"아, 오셨습니까? 폐하께서 아까부터 대장군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중상시가 앞장서 길을 안내하며 말했다.

그러자 조진이 중상시의 뒤를 따라가며,

"며칠 전 폐하께서 사마의를 불렀다고 들었는데 정말인가?"

하고, 불만 어린 소리로 물었다.

"아, 네. 그랬습죠."

중상시는 조진의 물음에 즉각 대답했다.

"폐하의 부름을 받고 입궁한 사마의가 천자의 수레를 타고 이 전용도로로 들어와서 옥계단으로 올라갔다고 하던데 맞는가?"

"아, 그러하옵니다."

중상시는 조진이 지난번 사마의가 불려올 때의 상황을 소상히 알고 묻는 바람에 사실을 감추지 못하고 그대로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진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그자리에 우뚝 서버렸다.

앞서가던 중상시는 뒤에서 따라오던 조진의 동향이 멈춘 것을 느끼고 뒤로 돌아섰다.

"아니? 대장군. 어서 가시지요."

중상시는 불만어린 얼굴로 뒷짐을 지고 그 자리에 서있는 조진에게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조진은,

"음! 나는 천자의 황숙이자, 병권을 쥐고 있는 대장군인데! 그런데 나는 여기까지 걸어와야 하는 것이냐!"

하고, 사마의와는 전혀 딴판인 영접에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화를 내는 것이었다.

"아이고... 대장군 고정하십시오. 대장군처럼 고귀하고 대범하신 분이 어찌 그런 사소한 일로 이처럼 역정을 내십니까? 대장군 가시지요..."

중상시는 조진의 노여움을 진정시키려고 그의 비위를 맞춰주는 소리를 이뢰었다. 그러나 조진은,

"고귀한 사람이라...?"

하고, 말을 내뱉고는 못이기는 척 중상시를 따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진이 들어선 황제의 내실 바닥에는 많은 죽간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조진은 문득 사태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불려왔다는 판단이 들어 바닥에 엎드리며 입시를 고하였다.

"폐하! 찾으셨습니까?"

그러자 황제 조예는 화가 동한 쌀쌀맞은 어조로 대꾸한다.

"숙부, 옹양에 대도독으로 임명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습니다. 헌데 어찌 아직까지 임지로 떠나지 않은 것입니까?"

조진은 채근을 받자 두 손을 맞잡아 올려 보이며,

"고정하십시오. 집안 일만 처리되면 바로 떠나겠습니다."

하고, 옹색한 말로 둘러대었다.

"처첩을 맞이하거나 가무를 즐기는 것 말입니까?"

조예는 조진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 보고 있는 듯이 반문했다. 그러면서 조진이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하는 사이에 조진을 향해 돌아서며,

"숙부가 즐기는 사이에 변장에 큰 일이 났습니다."

하고, 노기 띤 소리를 내뱉었다.

"엇? 무슨 일이옵니까?"

조진은 금시초문인 듯이 반문하였다. 그러자 조예가 죽간 하나를 조진의 앞에 내던졌다.

"직접 보십시오."

조진은 즉시로 죽간을 펴 보았다. 그러자 조예가 문밖을 가리키며 말한다.

"촉의 제갈양이 삼십만 대군을 이끌고 진창으로 가고 있습니다."

"제갈양이 미쳤군...!"

죽간을 손에 든 조진이 놀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어서,

"정말 미쳤어. 가정에서 대패한 지가 얼마나 됐다고 다시 공격해 온단 말인가?"

하고, 주절대자 자리에 좌정한 조예가 정색을 하며 말한다.

"사실 가정 전투는 사마의가 공을 세운 것이지, 숙부와는 무관한 일이 아닙니까?"

조예는 이어서,

"숙부는 사마 가문을 경계하라고 말만 했지 뭐 하신 것이 있습니까?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사마 가문을 저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천하는 제갈양에게 넘겨주게 생겼습니다. 숙부, 옹양이 척박한 곳이라서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을 잘 압니다. 알겠습니다. 안 가시겠다면 숙부의 모든 권한을 사마의에게 넘기겠습니다."

하고, 벼락같은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이에 조진의 눈이 커지면서.

"폐하!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지금 당장 옹양으로 가겠습니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촉군을 몰아내 공을 세우겠습니다."

하고, 놀란 소리로 부르짖었다.

"좋습니다. 사흘 안으로 옹양에 당도하여 촉군과 맞서 싸우십시오. 그리고 또 다시 패한다면 이번에는 돌아올 생각은 하지도 마십시오."

조예의 말은 그야말로 폭탄 주문이었다.

"예! 그리 하겠습니다."

조진은 마지 못해 머리를 조아리며 명을 받잡았다.

"아들 조상도 데려 가십시오. 이제 전장을 누비면서 경험을 쌓아야지요."

조예는 한 술 더 뜬 주문을 하였다.

"따르겠습니다...."

조진은 더 이상의 말문을 닫고 황제 조예를 향하여 머리를 조아려 승복의 절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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