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46)

2022. 5. 17. 17:36삼국지

삼국지(三國志) .. (346)

남만 대원정 (南蠻 大遠征) 하편

지난 밤 조운과 위연이 만병을 치고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공명이 조운과 위연을 찾아와 물었다.

"어젯밤 전공이 대단하였다고 들었소. 적의 장수들은 몇 놈이나 잡았소 ?"

그 말을 듣고 조운이 금환삼결의 수급을 보이며 말하였다.

"이 자만 죽이고 나머지 두 놈은 그대로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자 공명이 껄껄껄 웃으며 말한다.

"달아나던 두 놈은 내가 잡아놨소."

"에 엣 ? 승상께서 어떻게 그들을 ?..."

"하하하하 !... 내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말이오 ? 그렇다면 내가 놈들을 보여주겠소."



공명은 측근을 불러 포로로 붙잡힌 적장을 데려오게 하였다.

잠시 후, 결박을 진 채로 나타난 두 장수를 보니, 그들은 틀림없는 동도나와 아회남이 아니던가.

조운과 위연을 비롯한 장수들이 귀신에 홀린 듯이 어리둥절하였다.

"어, 엇 ? 도대체 승상께선 어떻게 이 자들을 잡아오셨습니까 ?"

공명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남만 출정전에 여개(呂凱)로 부터 지도를 받아 보고, 나는 적장 두 사람이 달아날 길을 짐작하고 있었소. 그래서 그 길목에 장의(張嶷)와 장익(張翼), 두 형제 장수를 매복시켜 두었다가 달아나던 저들을 힘 안들이고 잡은 것이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장수들은 하나같이,

"아,아 ! .. 과연 승상의 초인적인 지략에는 오직 감탄만이 있을 뿐입니다 !"

하고, 놀라 소리쳤다.

공명은 포로로 붙잡힌 동도나와 아회남 두 적장의 결박을 풀어주게 하고, 그들에게 술과 안주를 주어 후히 대접하였다. 이어서 생포한 적의 군졸들도 모두 풀어주면서 간곡한 어조로 말하였다.

"너희들을 모두 죽이지 않고 살려보낼 것인 즉, 앞으로는 못된 마음을 먹지 말고 맹획을 떠나, 고향에 돌아가서 부모 형제와 처자식을 돌보며 살아가도록 하라."​

공명은 이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난 뒤, 제장을 돌아보며 말한다.

"두고 보오. 내일은 만왕 맹획이 몸소 대군을 거느리고 우리를 공격해 올 것이오. 그러니 지금부터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오."



한편, 만왕 맹획은 자신의 삼 인방 장수들중 금환삼결은 전사하고 동도나와 아회남은 공명에게 붙들려 갔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리하여,

"이제는 내가 직접 대군을 이끌고 달려나가 원수를 갚고야 말리라 !"

하고, 이를 <부드득> 갈면서 적진을 향하여 말을 달려 나왔다.



맹획의 군사들은 공명의 군사 못지않은 정병이었다.

얼마를 나오다가 왕평의 군사들과 부딪쳤다.

왕평이 마상에서 칼을 뽑아 치켜들고 맹획을 향해 소리쳤다.

"만왕 맹획은 어디있느냐 ! 용기가 있거든 이리 나오라 !"

그러자 맹획이 앞으로 나서며 소리친다.

"망아장(忙牙長: 맹획의 장수)아 ! 벼락같이 나가서 번개같이 해치워라 !"

명을 받은 맹획의 장수 망아장이 번개같이 나왔다. 그리고 왕평과 맹렬히 싸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망아장은 십여 합을 싸우다가 벼락같이 내려치는 왕평의 칼에 몸이 두동강이 나고 말았다.

맹획은 망아장의 피를 보자, 눈 알이 뒤집히며 악을 쓰며 왕평을 향하여 말을 달려 나왔다.

왕평은 맹획과 두세 합을 싸우다가 힘에 밀린 듯이 말을 돌려 거짓으로 급히 쫒겼다.



"이 쥐새끼 같은 놈아 ! 어디로 도망치느냐 !"

맹획은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하고 군사들을 뒤따르게 하고 왕평군의 뒤를 맹렬히 추격하였다.

그리하여 산골짜기에 다다랐을 때, 그곳에 매복해 있던 마충이 우레와 같이 들고 일어나며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좌에서는 장의가 덤벼들었고, 우에서는 장익이 달려나왔다.

기습을 당한 맹획과 그의 군사들은 크게 당황하였다.

그리하여 군사를 돌려 퇴각하려는데, 이번에는 뒤에서 일군이 다가오며 꽹과리와 북을 쳐대는데 그 기세가 사뭇 여닛 적들과는 달랐다.

"맹획은 어서 나와, 상산 조자룡의 창을 받아라 !"

맹획은 그 소리를 듣고 크게 놀랐다. 그리하여 혼비백산으로 말머리를 급히 돌려 산비탈로 기어올랐다.

그러나 적병은 거기에서도 들고 일어났다. 동서남북 어느 곳에서도 촉병이 출몰하는 것이었다.

맹획은 어쩔 수 없이, 말을 버리고 바위에 달라붙었다. 그리하여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원숭이처럼 기어올랐다. 그리하여 안도의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벼랑 위로 막 올라서니 그의 앞에는 맹장 위연이 우뚝 막아서 있고, 그 옆에는 밧줄을 손에 든 그의 병사들이 있는 것이 아닌가 ?

"저 자를 묶어라 !"

위연의 이 한마디로 맹획은 온몸이 밧줄에 <챙챙> 감기는 신세가 되었다.

맹획은 온몸이 묶이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큰소리를 외치며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그럴수록 결박은 자꾸만 몸에 조여들 뿐이었다.



드디어 맹획은 결박을 진 채 공명 앞에 끌려나왔다.

공명은 맹획을 굽어보며 준엄하게 꾸짖는다.

"선제(先帝: 유비를 칭함)께서 그대를 후히 대접해 주었거늘, 어찌하여 황은을 배반하고 말썽을 일으키느냐 ?"

그 소리를 듣고 맹획이 외친다.

"무슨 소리 ! 그대의 선주(先主)는 내 땅을 빼앗은 후에 스스로 천자라 칭했거늘, 내가 무슨 후대를 받았다는 것인가 ? 이곳은 내 왕국인데, 내 땅을 빼앗으려고 군사를 몰고온 것은 바로 그대가 아니냐 ?

적반하장(賊反荷杖)도 분수가 있지, 날 더러 배반이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



공명이 껄껄껄 웃었다.

"내, 너와 더불어 입씨름을 할 생각은 없노라. 누가 뭐래도 너는 이미 나의 포로다. 그렇게나 자신만만한 너는 어째서 나에게 사로잡혔느냐 ? 자고로 패자(敗者)는 승자(勝者)에 굴복하는 것이 순리이거늘."

"산골짜기가 너무 좁아서 분하게도 사로잡히고 말았다."

"음 ... 지리(地利)에 불리하여 붙잡히게 되었단 말인가 ?"

"그렇다, 내 비록 몸은 사로잡혔으나, 네가 내 마음까지는 결박 짓지 못하리라."



공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너를 이자리에서 놓아 준다면 심복(心服)하겠느냐 ?"

"그때에는 심복은 커녕 다시 군을 일으켜 이 원수를 갚고야 말겠다."​

"좋다 ! 그때에 다시 잡히면 어떡하겠느냐 ?"

"두번 다시 잡히면 군소리 없이 진심으로 항복하겠다."

공명은 그 소리를 듣고 껄껄껄 웃으며, 맹획의 결박을 풀어주라고 명했다.

그리고 나서 그에게 술과 고기를 주어 후한 대접을 해주었다.

맹획은 처음에는 경계하는 기색이 뚜렸했으나, 공명의 후대에 다른 뜻이 없음을 알자, 안심하고 술과 고기를 먹었다.

그런 뒤에 술이 거나하게 취하자 말을 잡아 타고 바람처럼 자기 진지로 달아나 버렸다.

맹획을 놓아 보내자 촉중 장수들이 은근히 걱정하며 말한다.

"승상 ! 맹획은 남만의 괴수인데, 어쩌러고 그를 살려 보내셨습니까 ?"

공명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맹획을 사로잡기는 어려운 일이 아닌데 무슨 걱정을 하오. 그가 진심으로 항복해야만 남만이 절로 평정될 것이오."



한편, 만진(蠻陳 : 오랑캐 무리)에서는 맹획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보고 크게 놀라며 기뻐하였다.

"대왕이 무사히 돌아오셨다 !"

만장, 만졸(蠻卒)들이 달려나오며,

"대왕께서는 어떻게 적의 손에서 탈출하셨나이까 ?"

하고, 묻는 것이었다.



맹획은 대답하기가 거북하였다. 그리하여 이렇게 거짓말로 꾸며대었다.

"내가 잠깐 실수로 놈들에게 일시적으로 붙잡히기는 하였으나, 저놈 들이 감히 나를 어쩌겠느냐. 군졸 십여 명이 나를 결박지어 가지고 본진으로 끌고 가는 도중에 나는 그 결박을 끊어 내는 동시에 군졸들도 한주먹으로 때려 뉘이고 돌아오는 길이다."

만장과 만졸들은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제각기,

"대왕 만세 !"

하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맹획이 돌아오자 사기를 상실했던 만장과 만졸들은 다시 생기가 돌았다.

이때, 촉군에게 참패를 당한 뒤에 사로 잡혔다가 공명의 배려로 무사히 살아 돌아온 동도나와 아회남은 자기 집에서 한숨만 쉬고 있었다. 막상 겪어 보니, 촉군의 지략이 월등함으로 자신들이 당해낼 자신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이다.



만왕 맹획은 본진으로 돌아오자 수하의 장수인 동도나와 아회남을 불렀다.

두 대장은 패전의 책임을 추궁 당할 것을 두려워하며 맹획 앞에 경황없이 나타났다.

그러나 맹획은 그들을 꾸짖지 않았다. 오히려 위로의 말을 이렇게 하며 묻는 것이었다.

"옛날부터 한 번의 실수는 병가의 상사(兵家之常事)라 하오. 과거는 묻지 않을 것이니, 우리는 다시 힘을 합쳐서 적을 막아야 하지 않겠소 ?... 두 사람은 촉병과 직접 싸워 보아서 저들의 전략을 잘 알고 있을 터인데, 저들의 실력은 우리와 어떠합디까 ?"

"죄송하오나, 저희들의 전략과 실력으로는 그들을 도저히 당해내기가 어렵겠더이다."

동도나와 아회남은 입을 모아서 꼭같이 대답하는 것이었다.

"음 ... 그들이 그렇게도 강하던가 ?"

맹획은 속으로 거듭 인정하고 나서,

"그러나 우리가 힘을 다하면 저들을 못 맊아 낼 이유가 없소. 후방에 대기하고 있는 병사들을 최대한 동원하여 최후까지 저들을 막아내야 하겠소."

맹획이 이렇게 나서면서 군을 새로 정비하는데, 이러구려니 십만에 이르는 무리가 소집되는 것이었다.

이처럼 남만에서의 맹획의 위풍은 위대했던 것이다.

맹획은 몰려든 군사들을 향하여, 금후의 작전 계획을 이렇게 말하였다.

"촉군을 굴복시키려면 직접 싸우지 아니하고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이 가장 유리한 전법이라고 생각한다. 공명은 기만술(欺瞞術)에 능통하기 때문에 그와 정면으로 싸우다가는 그의 속임수에 넘어가게 된다. 촉군은 대군을 이끌고 멀리 와 있는데다가 우리 풍토와 기후에 익숙치 않아, 한 달만 그냥 내버려두면 병들어 굶어 죽고 남은 군사들 조차 지리멸렬 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노수(江의 이름)를 사이에 두고 강변에 토성(土城)을 쌓아 적의 접근을 막고, 험산에 성을 쌓아 산성 속에서 시간만 보내면 지략이 탁원한 공명도 제풀에 지쳐 철수를 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때 그들의 뒤를 공격하면 힘들이지 않고 공명이 이끌고 온 촉군을 무찔러 버릴 수가 있는 것이다."

듣고 보니, 당연히 맞는 소리였다. 만장, 만졸(蠻將, 蠻卒)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왕의 말씀이 맞소이다 !"

하고, 감탄하였다.

그리하여 그날부터 만군은 노수 강변에 타고 오르기 힘든 토성을 쌓기 시작하였다. 십만에 이르는 군사가 동원되고 보니, 만리 토성을 쌓기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토송 작업이 얼추 마무리 되자, 그들은 험한 산속으로 들어가 성벽을 높이 쌓아 올리고, 그 속으로 숨어들었다.

이때, 공명은 맹획을 공격하기 위해서 대군을 거느리고 다시 전진하였다.

그리하여 노수에 당도해 보니, 강 건너에는 수십 길이나 되는 토성이 끝없이 앃여 있을 뿐, 만병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것이아닌가.

공교롭게도 그 무렵에는 남만 지역은 장마가 들어서 비가 몹시 내려 강물이 불어났고, 강변에는 모기를 비롯한 해충이 많아서 병사들이 견뎌낼 수가 없었다.



공명도 이때만은 곤혹스러웠다.

그러려니 계속 그 곳에 있을 수는 없어 공명은 전군에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모든 군대는 강안에서 백 리를 후퇴하라. 그리하여 산 위에 진을 치고, 나무 숲속에서 편히 쉬도록 하라. 당분간은 싸우지 않을 것이니, 모두 잘 먹고 쉬면서 건강관리에 힘을 기울이라."

이럴 때에는 여개가 제공한 지도가 크게 도움이 되었다. 각 부대는 그 지도에 의하여 산 속으로 들어가 진을 치고, 숲속에 정자를 만들어 더위를 피하였다.

참군 장완(參軍 蔣琬)이 진지들을 돌아보고 나서 공명에게 말한다.

"승상 ! 제가 진지를 돌아보온즉, 대단히 위험하옵니다. 이것은 마치 선제께서 육손에게 크게 패하시던 때의 진형과 매우 흡사합니다. 만약 적들이 노수를 건너와 불로써 공격해 온다면 막아낼 방도가 없지 않을까 싶나이다."

"음 ...아마도 그럴지도 모르겠소."

공명은 그의 말을 시인하면서도,

"그러나 내게 계책이 있으니, 공은 너무 염려하지 마시오."

하고, 장완을 안심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뜻을 헤아릴 길이 없어 오직 불안하기만 하였다.

그무렵 성도에서는 많은 군량과 마초(馬草)를 비롯한 군수품을 보내왔다. 가지고 온 수송부대의 책임자는 장군 마대(馬垈)였다.

공명이 마대에게 묻는다.

"군사는 몇 명이나 데리고 왔나 ?"

"삼천 명이 왔습니다."

"나는 그 군사들을 일선에 배치하고 싶은데, 장군의 생각은 어떠하오 ?"

"모두가 조정의 군사들이온데, 어찌 승상의 명을 따르지 않겠습니까 ? 군령을 내리시면 수하를 가리지 않고 싸움에 전력하겠습니다."

"고마운 말이오. 그러면 군령을 내리겠소. 노수에서 백 리쯤 하류로 내려가면 사구(沙口)라는 곳이 있소. 그곳은 물이 얕고 흐름이 느려서 강을 건너기가 쉬울 것이오. 밤중에 뗏목을 이용하여 강을 건너면 산중으로 이어지는 소로(小路)가 보일 것이오. 그 길은 작지만 만군들이 군량을 수송하는 유일한 도로요. 만일 그 길을 끊어 놓으면 만군은 군량 부족으로 곤경에 처할 것이니, 장군이 그 임무를 수행해 주시오."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나이다 !"

마대는 흔연히 군사를 이끌고 임무에 올랐다. 그리하여 공명의 계략대로 뗏목을 엮어 무사히 강을 건너고, 산중의 소로를 일거에 점령하여 그곳을 따라 운반해 오는 만군의 군량을 속속 탈취하여 강 건너 공명에게 보내어 촉군의 군량으로 사용하게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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