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44)

2022. 5. 15. 10:56삼국지

삼국지(三國志) .. (344)

공명의 이간책(離間策)

 

유비가 세상을 떠난후, 제갈공명은 어린 황제를 모시고 조비의 사로군을 격퇴하고 형양의 정벌에 나섰던 조위(曺魏)군의 배후를 조운(趙雲)을 시켜 공격하게 함으로써 조비의 야심을 꺽어 촉오동맹(蜀吳同盟)을 굳건히 하는 등의 힘을 기울인 덕택에 이후로 삼 년간은 전쟁 없이 산업 진흥에 힘을 쓰니, 백성들은 배불리 먹고 평화롭게 살아가게 되었고 민심은 모두 천자를 앙모하게 되어, 성도(成都)에서는 밤에 대문을 잠그지 않아도 좋을 만큼 치안이 안정되었다.

게다가 삼 년간이나 풍년이 연속되어 촉국의 사정은 군량과 양식이 풍족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대가 시대인만큼 평화는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었다.

건흥(建興) 삼년 봄이었다.

익주(益州)로부터 급보가 날아들었다.

"남만왕 맹획(南蠻王 盟獲)이 건녕 태수 옹개(建寧 太守 雍開)와 함께 십만 대군을 거느리고 우리 국경을 침범해 왔습니다. 장가군(牂牁郡)과 월전군은 이미 적의 말발굽에 유린되었고, 영창군(永昌郡) 태수 왕항(王伉)만이 지금 결사적으로 대항하고 있으나 그 역시 언제까지나 버틸 수 있을지 매우 위급한 형편입니다.



*주..

여기서 남만이라는 곳은 중국과 접경한 북미안마, 북라오스, 북베트남 등의 중국의 현재 남부 도시 운남성,귀주성, 광시장족 자치구 등의 접경지역을 가리키는 것이다.



어린 천자는 그 소식을 듣고 크게 놀라며 즉석에서 공명을 불러들였다.

공명은 응당 올 것이 온 것 처럼 조금도 놀라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남만은 오래 전부터 우리를 엿보고 있어서 신은 항상 걱정하고 있었더니 기어코 일을 저질렀군요. 우리도 언젠가는 그들을 토벌해야 할 형편이니, 이번 기회에 신이 대군을 몸소 거느리고 나가, 정벌하고 오겠습니다."



"동쪽에는 손권이 있고, 북쪽에는 조비가 있어 항상 기회만 노리고 있는데 상부께서 성도를 비우시면 어쩝니까 ?"

후주 유선의 걱정은 대단하였다.

"손권은 우리와 동맹관계이니 딴 마음을 먹지 않을 것이고, 조비는 손권에게 크게 패한 터인지라 당분간은 우리를 침범할 여력이 없습니다. 다만 형주의 육손이 염려되나 그쪽은 이엄(李嚴)이 관장하고 있으니 설령 육손(陸遜)이 침범해 오더라도 별로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한중(漢中)은 마초(馬超)가 있어 걱정할 것이 없으나, 만에 하나라도 무슨 변고가 생긴다면 관흥(關興)과 장포(張苞)를 부르시면 됩니다. 신은 이번 기회에 만왕 맹획(盟獲)을 무찔러서 후환을 없애고자 합니다."

"사정이 그러면 어쩌겠습니까? 하지만 남만은 기후와 풍토가 좋지 못하다고 하니 걱정이 큽니다."



그러자 간의대부 왕련(諫議大夫 王連)이 간한다.

"승상의 말씀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으나 국가의 중책을 짊어진 승상께서 불모의 땅인 남만으로 친정(親征)을 떠나시는 것은 위험하오니 승상을 대신하여 어느 장군을 시켜서 그들을 토벌하게 하소서."

그러자 공명이 대번에 고개를 흔든다.

"남만의 무리들은 배운 것 없는 무지막지한 것들이니 무력만으로 정복할 것이 아니라 왕화(王化)를 시켜야 하오. 그 일은 어느 한 장수에게 시켜서 될 일이 아니니, 내가 가야만 하오."

왕린은 거듭 말을 했으나 공명의 결심을 꺾을 수는 없었다.



공명은 어전을 물러나오는대로, 장완(葬琓)을 참군(參軍)으로 삼고, 조운(趙雲)과 위연(魏延)을 좌,우군 상장군으로, 왕평(王平), 장익(張翼)을 부장으로 삼아 십만 군사를 이끌고 익주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익주는 워낙 기후가 습하고 더운 지방인데다가, 산천이 험하여 행군하기가 여간 어려운 곳이 아니었다. 그렇게 어려운 길을 공명이 이끄는 군사들은 공명의 배려 하에 휴식과 진군을 반복하며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익주를 바라보게 되었다.



한편, 익주의 장가군과 월전군을 이미 점령한 건녕 태수 옹개는 공명이 대군을 이끌고 몸소 진격해 온다는 소리를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공명이 직접 우리를 공격해 온다니, 이것은 우리가 촉군을 격파하여 최후의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용감하기는 일등이지만, 단순, 무식한 옹개는 남만왕 맹획의 절대적인 지원을 약속받은 터였다.

그리하여 점령지 월전군 태수 고정(高定)과 장가군 태수 주포(朱褒)에게 공명과 맞서 싸울 장수와 군사를 차출하여 공명에 맞서게 하였다.



고정의 선봉대장은 악환(鄂煥)으로, 그는 키가 구 척에 이르고, 구렛나루 수염으로 얼굴이 덮이고 사납게 생겼으나 방천화극(方天畵戟) 하나는 기막히게 잘쓰는 장수였다.

드디어 촉군과 남군의 첫번째 싸움이 시작되었다.

서전(序戰) 첫날, 위연(魏延)이 나와, 마상에서 악환에게 큰소리로 꾸짖는다.

"야, 이 도둑놈아! 목숨이 아깝거든 곱게 항복하라! 그리하면 목숨만은 살려줄 것이다!"



그 소리를 들은 악환은,

"이런,主吉老美!"

콧김을 <씩씩> 내뿜으며 벼락같이 달려나와 위연에게 방천화극을 들이댄다.

"쓔~웅!"

"창! 창!"



위연은 악환을 맞아 싸움을 시작했다.

그러나 위연도 천하의 맹장임에 틀림없으나, 악환은 그보다도 힘센 장사라서 당해 낼 재주가 없었다.

그리하여 십여 합을 겨루던 위연은 거짓 패한 채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악환과 부딪쳐 보니 힘으로 그를 당하기 보다는 지략으로 제압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악환은 불을 뿜는 듯한 고함을 지르며 호랑이처럼 달려들었다. 그러나 채 십 리를 못가서, 좌우에 매복해 있던 장익(張翼)과 왕평(王平)의 군사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며 악환에게 공격을 가했다.



그와 동시에 위연이 말을 돌려 반격을 가하니, 악환은 죽을 힘을 다해 방어전을 펼쳤다. 그러나 제아무리 힘이 장사인 악환도 세 장수가 동시에 번개치듯 달려드는 공격을 혼자서 막아낼 재주는 없었다.

악환은 한동안 싸움을 계속하다가 장익과 왕평의 군사들이 내던지는 밧줄에 걸려 말이 고꾸라지는 바람에 마상에서 굴러떨어졌다.

"저놈을 잡아 묶어라 !"

순식간에 악환은 온몸에 결박이 지운 채 사로잡혀 공명 앞에 끌려나왔다.



공명이 손수 결박을 풀어주며 술과 안주를 주며 묻는다.

"너는 누구의 부장(副長)이냐?"

"나는 월전군 태수 고정의 부장이오."

"나는 월전 태수 고정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본시 충의지사(忠義之士)인데, 일시적으로 옹개의 속임수에 빠져서 우리에게 칼을 겨누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내 이제 너를 놓아 줄 것이니, 돌아가거든 고정더러 옹개와 결별하여 장차 큰 화를 면하도록 말해 주거라."



사로잡힌 몸으로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던 악환은 놓아 준다는 말에 크게 감격하였다. 게다가 그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술까지 푸짐하게 대접받고 보니 감격은 극도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본진으로 돌아오자, 공명의 뜻을 그대로 전하며 그의 덕을 칭찬하였다.

"승상이 나를 그렇게나 입이 닳토록 치하하더라구?"

고정 역시 감격해 마지 않았다.



마침 그때, 옹개가 싸움을 독려하기 위해 고정을 찾아와서 묻는다.

"어제 악환이 적에게 사로잡혔다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떻게 그가 살아 왔답디까?"

"제갈양이 의(義)로써 살려 주더랍니다."

"뭐요? 공명이 의로써 살려 주더라구? 그건 분명히 우리들에게 이간을 붙이려는 반간지계(反間之計)가 틀림없소. 우리는 그 자의 술책에 넘어가서는 안 되오."



그러나 고정은 옹개의 말에 반신반의(半信半疑)하였다.

그때, 병사가 급히 달려 들어와 고한다.

"촉장이 군사를 이끌고 와서 싸움을 걸어옵니다."

그 말을 듣고 옹개가 크게 분개하며 앞장서서 삼만군을 몰고 싸움터로 달려나갔다.



그러나 위연군의 공격이 불을 뿜는 듯이 맹렬하여 신통하게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십여 리를 쫒기며 많은 군사만 잃고 말았다.

옹개는 내심 크게 분개하였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고정, 주포 등과 다시 힘을 합쳐서 대군을 거느리고 촉군을 무찌르려고 출전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리 싸움을 걸어도 촉군은 일체의 반응이 없었다. 사흘을 내리 집적거리면서 <쌍욕>을 해댔지만 일체 반응이 없자,

"흥! 이놈들이 이번에는 단단히 겁을 집어먹은 모양이구나!"

옹개는 이렇게 생각하고 군사를 두 패로 갈라서 촉진을 본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 촉군은 무슨 이유로 옹개의 공격에 일체의 반응을 하지 않았던가?

그것은 공명의 계략이었다. 공명은 옹개가 월전군 태수, 고정의 군사를 동원하여 공격해 올 것을 예상했기에 모든 군사를 요처에 매복시켜 놓고, 적을 기다리게 했던 것이다.

옹개가 이끄는 군사들이 촉진 깊숙히 들어오자, 위연은 그때서야 매복시켰던 군사를 일으켜 총반격을 개시하였다.



이에 옹개의 군사들이 크게 당황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하여 옹개가 몰고 온 삼만군은 만여 명은 죽고, 만여 명은 포로가 된 뒤에 간신히 살아남은 옹개는 패잔병 만여 명을 수습하여 물러갔다.

위연은 공명의 명에 따라 그 많은 포로들을 두 패로 분류하여 옹개의 군사와 ​고정의 군사로 분리하여 수용하였다. 그러면서 포로를 분류하는 이유가 고정의 군사들은 살려 보내고, 옹개의 군사들은 모조리 죽여버리기 위해서라는 소문을 퍼뜨리게 하였다."

그런 소문이 완전히 퍼진 뒤, 며칠이 지난 후에 공명은 옹개의 부하들이 갇혀 있는 포로 수용소에 나타났다.

"너희들은 누구의 부하이냐?"

하고, 시치미를 떼고 물었다.

옹개의 부하들은 이미 불길한 소문을 들은지라, 제각기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거짓말로 대답하였다.

"저희들은 고정의 부하입니다."

"음... 고정의 부하가 틀림없느냐?"

"예! 저희 주인은 틀림없는 고정 장군 입니다."

"음... 그렇다면 죽이지 않고 그냥 돌려보내 주마. 너희 주인인 고정 장군의 충의(忠義)는 이 공명이 잘 알고 있다."

공명은 그렇게 말하면서 즉석에서 포로들을 죄다 돌려보내 주었다.

다음날에는 진짜 고정의 부하들이 갇혀 있는 포로수용소를 찾아갔다.

그리하여 그들에게도 어제와 꼭같은 말을 물어 보니, 그들 역시 고정의 부하임을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는 것이었다.

"음... 너희들의 주인 고정은 정직하기 이를 데 없는 장군이다. 그 사람은 자기 생각으로 우리를 배반할 사람이 아니다. 다만 일시적으로 옹개와 주포에게 속아서 우리을 적대시 하고 있을 뿐이란 말이다. 그런데 조금 전에 옹개가 나한테 밀사(密使)를 보내왔는데, 천자께서 용서해 주시면 옹개가 고정과 주포의 수급(首級)을 가지고 항복해 오겠다고 하는구나. 이제 내가 너희를 죽이지 않고 살려 보낼 것이니, 너희 주인이 옹개에게 속아서 우리를 배반했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거라!"

공명은 이말을 끝으로 포로들을 모조리 돌려보내 버렸다.

풀려나온 군사들은 곧 진지로 돌아와, 고정에게 공명의 말을 전한다.

"태수께서는 옹개를 경계하셔야 합니다."

고정은 풀려나온 군사들 마다 백이면 백, 한 가지로 말하므로 비밀리에 사람을 옹개의 진지로 보내 내정을 염탐해 보았다.

옹개의 진지에서는 살아 돌아온 포로들이 공명의 덕을 저마다 칭찬하고 있었다.

밀사가 그 사실을 보고 돌아와서 고정에게 보고한다.

"옹개의 군사들이 공명의 덕을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더이다. 그들은 공명을 적으로 알지 아니하고 숭배하는 성인으로 여기더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옹개가 공명과 내통하고 있단 말인가?)

그 말을 듣고 고정은 마음이 더욱 흔들렸다.

고정은 점점 옹개를 의심스러워 하면서 이번에는 공명의 진지에 첩자를 보내 보았다.

공명은 첩자가 올 것을 짐작하고 군사를 매복시켜 두었다가, 그 첩자를 쉽게 붙잡아 들였다.

첩자가 공명 앞에 끌려나오자, 공명은 짐짓 기쁜 얼굴로 이렇게 말하였다.

"아니 그대는 전일 옹개의 밀사로 나를 찾아왔던 젊은이가 아닌가? 그후에 나는 약속을 이행해 주길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으니 웬일인가? 지금 곧 돌려보낼 것이니 속히 돌아가서 옹개 장군에게 내 뜻을 전하라!"

공명은 그렇게 말하면서 즉석에서 친서를 써 주면서, 부하들을 시켜 경계선까지 무사히 안내해 주는 것이었다

밀사는 크게 놀라면서 살아 돌아온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고정에게 붙잡혔던 경위를 낱낱히 고해 바치며,

"공명이 나를 옹개의 밀사로 잘못 알고 비밀 편지까지 주어 보내주더이다. 이걸 한번 읽어 보십시오."

하고, 공명의 친서를 내주는 것이었다.



친서의 내용은 이러했다.

<옹 장군이 고정과 주포의 수급을 가지고 항복하겠다는 일은 그후에 어찌 되었소? 만약 장군이 그렇게만 한다면 나는 장군에게 큰 상과 작위를 하사하도록 황제의 윤허까지 받아놓고 기다리는 중이오. 부디 시일을 지연하지 말고 속히 실행에 옮기길 바라오.>



그 편지를 읽고난 고정은 울그락불그락 거리며 부장 악환을 불러 물었다.

"그대는 이 편지의 사연을 어떻게 생각하오?"

악환은 워낙 성미가 급한 장수인지라, 편지를 보고 대뜸 눈알을 부라린다.

"이처럼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주공은 이제 무엇을 의심하십니까? 그래도 그를 한번 더 시험해 보시려면 주연을 베풀고 옹개를 초대해 보십시오. 만약 그가 그런 간계를 품고 있다면 핑계를 대고 오지 않을 것이니, 그때는 야음을 틈타 옹개의 진지를 급습해서 몰살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고정은 악환의 말을 옳게 여겨, 주연을 베풀 것이니 옹개가 초대에 응할 것을 청하였다.

그러나 옹개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초대를 거절하였다.

그 주된 이유는 전일 촉진에서 풀려 돌아온 포로들의 말에 의하면 고정이 배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고정은 옹개의 변심(變心)을 의심할 여지가 없으므로, 애초 계획한대로 그날 밤 옹개의 진지를 급습하였다.

옹개로서는 자다가 벼락을 맞은 격이었다. 게다가 옹개의 군사들은 공명의 인덕에 탄복한 이후로 사기가 위축되어 제대로 싸우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옹개의 부하들은 저마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였고, 이에 놀란 옹개는 단기필마로 후문으로 달아나다가 그곳을 지키고 있던 악환의 방천화극에 목이 달아나고 말았다.

싸움은 완전히 고정의 승리로 끝났다.

고정은 날이 밝기를 기다려 옹개의 수급을 높이 받들고, 많은 군사와 함께 공명에게 투항하였다.

공명은 옹개의 수급을 확인하고 나서 좌우의 군사에게 명한다.

"저놈을 당장 끌어내어 목을 베어라!"

고정은 공명의 서릿발 같은 명령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소장은 승상의 은총에 감격하여 옹개의 수급을 가지고 투항해 왔사온데, 소장을 참하라니 웬일이시옵니까?"

공명이 코웃음을 치며 말한다.

"너 이놈! 네가 어찌 나를 속이려 하느냐?"

"소장이 승상을 속이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옵니까?"

"네가 나를 속이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마!"

그러면서 공명이 문갑 속에서 한 통의 서신을 꺼내서 보여주는데,

그 서신은 틀림없는 장가군 태수 주포의 친필 필체로 공명에게 보낸 것이었다.

"그 편지에 보면, 너와 옹개는 절대로 배반할 수었는 사이라는 것이 쓰여있다. 주포는 나와 일찍부터 소통하고 있던 사이였다. 그런데 네가 지금 옹개의 목을 가지고 왔다니, 내가 그 수급이 진짜 옹개의 것임을 어찌 믿을 수가 있으며, 너의 투항도 어찌 진심이라 볼 수가 있겠느냐 !"

고정은 그 소리를 듣고 이를 악다물며 주포에게 분개하였다.

"승상! 원컨데 며칠만 소장의 목숨을 살려주소서, 그러면 소장이 주포에게 반드시 원수를 갚겠나이다. 저가 나를 배반하고 그 죄를 내게 뒤집어 씌우다니, 그런 놈을 어찌 그냥 둘 수가 있겠나이까?"

"며칠 살려 주면 어찌하겠다는 것이냐?"

"소장이 죽을 때 죽더라도 누명만은 벗고 죽겠나이다."

"너의 소원이 그렇다면 내 어찌 그 소원을 들어 주지 않겠는가, 그러면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

공명은 그 자리에서 흔쾌히 고정을 놓아 주었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뒤에 고정은 주포의 수급을 가지고 공명을 찾아왔다.

"승상! 소장이 주포의 수급을 가져왔습니다. 이래도 소장의 진심을 의심하시겠나이까?"

공명은 그 수급이 주포가 들림없음을 확인하였다. 그러자,

"하하하하!"

하고, 웃으니

"승상 어째서 웃으시나이까?"

고정이 영문을 몰라 물었다.

"하하하! 이 수급이 주포의 것임이 틀림없지만, 지난 번 옹개의 수급도 틀림없었소. 그러나 나는 그대가 좀더 큰 공을 세우게 하기 위해서 그런 방법을 써보였던 것이오. 그러면 그대는 차후로 천명에 어김없는 복종을 하겠소?"

"승상께서 용서해 주신다면 목숨을 바쳐 오늘의 맹세를 지키오리다!"

공명은 그 맹세를 받고 흔쾌히 웃으며, 고정을 즉석에서 익주 태수(益州 太守)로 봉하였다.

이리하여 공명은 큰 힘들이지 아니하고 삼로(三路)의 반란군을 평정하였다.

'삼국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국지(三國志) .. (346)  (0) 2022.05.17
삼국지(三國志) .. (345)  (0) 2022.05.16
삼국지(三國志) .. (343)  (0) 2022.05.15
삼국지(三國志) .. (342)  (0) 2022.05.12
삼국지(三國志) .. (341)  (0) 2022.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