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방랑기149화
2021. 1. 9. 07:38ㆍ김삿갓 방랑기
★ 시인 김삿갓 방랑기 149화
[드디어 풀리는 方口月八三(방구월팔산) - 하]
다음 날 아침 김삿갓은 상금을 타기 위해 객줏집 아낙네와 함께 읍내로 들어갔다.
그리고 주인 아낙네는 동헌 바깥마당에서 기다리게 하고, 자신은 선화당(宣化堂)으로 사또를 만나기 위해 찾아 들어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문지기들은 김삿갓의 앞을 가로막으며, 밖으로 쫓아내려고 한다.
김삿갓은 화가 동해 문지기를 향해 호통을 질렀다.
“이 사람들아! 나는 사또께서 살인사건을 해결하지 못해 상금을 걸고 널리 해답을 구하신다 하기에 찾아온 사람일세. 그러한 나를 우격다짐으로 쫓아내면 중대한 살인 사건을 무슨 수로 해결하겠다는 말인가?”
문전에서 옥신각신하는 소리를 듣고, 사또가 몸소 마당으로 나오며 소리를 지른다.
“무슨 일로 소란을 떠느냐?”
사또는 나이가 오십 가량 되었을까, 키는 육척장신인데다가 몸집이 돼지처럼 비대한 것이 첫눈에 보아도 우둔하고 거만스러워 보였다.
김삿갓은 사또 앞으로 걸어 나와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시생은 남문 밖에 써 붙인 방문을 보고, 사또 전에 해답을 알려드리고자 찾아왔사옵니다.”
사또는 그 문제로 어지간히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지 기뻐하는 빛을 보이며,
“그래! 그것참 기쁜 소식일세 그려.”
그리고 김삿갓의 옷차림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다시 말한다.
“방문을 내붙인 지 십여 일이 지나도록 찾아오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는데, 자네는 ‘方口月八三’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는 말인가?”
“물론입니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기에 사또를 만나 뵈러 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또는 의심스러운 빛을 보이며,
“그러면 묻겠는데, ‘方口月八三’이라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대답을 드리기 전에 사또께 먼저 말씀드려야 할 일이 두 가지가 있사옵니다.”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그게 무슨 말인가?”
“첫째는 죽은 사람의 쌀가게에서 그가 쓰던 됫박을 증거품으로 미리 갖다 놓는 일이옵고, 둘째는 사또께서 죽은 사람의 시체를 직접 검증해주시는 일이옵니다.”
결말을 쉽게 내려면 사또에게 모든 증거품을 직접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그런 제안을 하였다.
사또는 시체를 보기가 끔찍스러운지 눈살을 찌푸리며 말한다.
“설명만 들었으면 그만이지 끔찍스러운 시체를 내가 직접 봐야 할 필요가 어디 있단 말인가?”
“아니옵니다. 누가 무슨 이유로 사람을 죽였는지 확실한 증거를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사또께서 꼭 현장까지 왕림해 주셔야 합니다.”
김삿갓은 사또에게 명확한 인식을 시켜주기 위해 자기 고집을 끝까지 우겨댔다.
사또는 김삿갓의 고집을 꺾기가 어렵다고 생각되었는지 통인(通人)을 시켜 전명헌네 쌀가게에서 쓰던 됫박을 즉시 현장으로 가져오게 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도 김삿갓과 함께 피살자의 시체가 있는 현장으로 직접 가게 되었다.
김삿갓이 거적을 들어 올리니 등골에 ‘方口月八三’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 시체가 나왔다.
김삿갓은 시체 옆에 놓여 있는 몽둥이와 종이쪽지를 사또에게 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 몽둥이는 범인이 전명헌을 때려죽일 때 사용한 몽둥이인가 봅니다. 그리고 ‘方口月八三이 무슨 뜻인지 알고 싶으면 이 몽둥이를 이용해 풀어 보라’고 하였습니다.”
“이 사람아! 쓸데없는 설명은 그만하고, ‘方口月八三’이 무슨 뜻인지 그것만 빨리 말해주게.”
사또는 썩어가는 시체를 보기가 끔찍스러운지 고개를 돌려 외면한 채 해답만 재촉했다.
그러나 김삿갓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문제의 몽둥이를 다섯 글자 위에 길게 올려놓으며,
“만약 이 몽둥이도 자획(字劃)의 하나라고 본다면 사또께서는 이 다섯 글자를 뭐라고 읽으시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사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글자와 몽둥이를 한동안 들여다보다가 별안간 놀라운 얼굴이 되면서,
“몽둥이도 자획으로 친다면 ‘方口月八三’은 ‘市中用小斗’라는 글자로 변해버리네 그려!”
하고 외치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렇습니다. 범인은 시체의 등골에 ‘方口月八三’이라는 글자를 써놓으면서 이 글이 무슨 뜻인지 알고 싶거든 이 몽둥이를 이용해 풀어 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몽둥이를 이용해 보니 사또께서 보신 바와 같이 ‘方口月八三’은 틀림없는 ‘市中用小斗’가 되었습니다.”
사또는 대번에 수긍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미심쩍은 데가 있는지,
“시중용소두라... 그것은 무얼 뜻하는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김삿갓이 대답한다.
“시중용소두란 전명헌이라는 자가 쌀장사를 해먹으면서 법규에 합당하지 않은 작은 됫박을 써왔다는 뜻이 되는 것이옵니다.”
“심증만 가지고 그렇게 판단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오판을 꺼리는 사또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질문이었다. 어쩌면 문제의 해답이 기상천외(奇想天外)한 것이어서 그런 줄도 모른다.
“사또께서 제 말씀에 의심을 품으시는 것은 당연한 일인 줄로 아옵니다. 제 말씀을 믿기 어려우시다면 확실한 증거품을 하나 보아주시옵소서!”
사또는 확실한 증거품을 보여 주겠다는 말에 적이 놀라는 빛을 보였다.
“확실한 증거품이 있다고? 도대체 그 증거품이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
- 150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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