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방랑기131화

2020. 12. 20. 09:04김삿갓 방랑기


★ 시인 김삿갓 방랑기 131화

[夜月三更呼夫能(달밤에 서방을 불러들이는 것)]

김삿갓은 이날부터 임진사댁 별당에서 귀객 대접을 받으며, 평양 구경을 맘 놓고 다닐 수 있었다.
임진사는 워낙 시를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김삿갓과 어울려 술을 나누고, 시를 짓는 것을 무엇보다도 즐거워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임진사는 김삿갓의 수발을 들기 위해 ‘산월’이라는 애송이 기생까지 딸려 주어 김삿갓은 돈 한 푼 안 들이고 객고도 맘대로 풀 수 있게 되었다.

기생 산월이는 나이가 17세가량 되었을까, 비록 나이는 어려도 성품조차 서글서글하고, 무슨 일이든지 막힘이 없어 재주가 뛰어나 보였다.
첫날밤 잠자리를 같이하게 되자, 김삿갓은 희롱의 말로 수작을 걸어 보았다.

“平壤妓生何所能(평양기생하소능 : 평양 기생은 어떤 재주를 가졌는가)?”
산월은 미소를 머금고 대답한다.

“能歌能舞雙能詩(능가능무쌍능시 :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고, 두 가지와 함께 시도 잘 짓는다오).”
산전수전 다 겪은 노기(老妓) 뺨칠 정도의 멋진 화답을 한다.
김삿갓은 빙그레 웃으며 다시 물어보았다.

“能能其中別何能(능능기중별하능 : 모두 잘한다지만, 그중에 특별히 잘하는 재주는 무엇이냐)?”
그러자 이번에는 산월이 호호호 소리 내 웃으며,

“夜月三更呼夫能(야월삼경호부능 : 특별한 재주라면, 달밤에 서방을 불러들이는 것이라오)!”
산월의 대답을 들은 김삿갓이 하하하 소리 내 웃자 산월은,

“희롱의 말씀은 그만 하시고, 이제는 술이나 드사이다.”
하고 옆에 마련된 소반을 끌어당겨 술을 따라 주는 것이다.

“자네가 모든 재주에 능하다고 하니 내가 술을 마시는 동안에 춤이나 한 곡 추어 보이게!”
“어렵지 않은 말씀이시옵니다.”
산월은 바시시 일어나더니 스란치마의 옷매무시를 바로잡고 나서 바라춤을 나비처럼 나풀나풀 추기 시작하였는데, 몸놀림과 손놀림이 그렇게도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장단이 없어 어색하지 않사오니까?”
“아니다! 더할 나위 없는 천상선녀의 유희(遊戱)를 보는 것 같았다.”
김삿갓은 춤추기를 끝낸 산월을 와락 끌어당겨 가슴 그득히 품에 안았다.
열일곱 산월의 봉긋한 유방은 풋 익은 두 알의 복숭아처럼 탱탱하고 야무졌다.
유취(乳臭)가 나는 듯 한 몽롱한 체취는 어떤 향기보다 더 정신을 취하게 하였다.

김삿갓은 그녀가 편안하게 드러눕도록 해 주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 육체의 앞부분을 내놓았다.
그러자 그녀는 그것을 자신의 속으로 끌어당겼다.

그가 자기 속으로 들어오자, 그녀는 살에 닿는 맨살을 느꼈는지 가만히 있었다.
그녀의 엉덩이는 그의 손바닥 크기였다.
그가 그녀의 보드랍고 매끄러운 엉덩이를 양손으로 감싸 안고 자신의 앞쪽으로 끌어당겼다 놓아 주기를 반복했다.

그러자 좀체 움쩍도 하지 않던 그녀의 숨소리가 점차 뜨겁고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의 움직임에 따라 부드러운 불길이 깃털처럼 날리듯 자신의 몸속에서 퍼져나가는 것을 느끼는지 눈을 감은 채 그에게 모든 것을 맡겨놓고 있었다.
그도 그녀의 활짝 열린 자궁 속으로 조수에 밀리는 해초처럼 물결 따라 너풀거렸다.

이윽고 그가 그녀의 귓가에 거친 신음을 토해내며 불덩이를 쏟아내자, 그녀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힘차게 껴안았다.
두 사람은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
“.......”
서로 놓아 주기가 싫었던 것이었다.

창가에는 달빛이 환히 비치고 있었다.
담 밖에서는 오경(五更)을 알리는 순라군의 딱따기 소리가 들려왔다.
평양에 와서 처음으로 즐겨보는 기생 외도가 너무도 즐거웠던 김삿갓은 하도 흥에 겨워 용만곡(龍灣曲)이라는 옛 시 한 수를 읊었다.

舞妓腰肢白雪輕(무기요지백설경)
華筵對酒月盈盈(화연대주월영영)
與君歡笑行人醉(여군환소행인취)
無事巡軍報五更(무사순군보오경)

(해설)
춤추는 기생의 몸매는 흰 눈처럼 가볍고,
좋은 자리에서 술을 마시는데, 달빛은 휘영청 밝구나.
그대와 함께 즐기는 가운데 행인들도 술이 취했는지
순라군은 무사히 날이 밝았다고 오경을 알리는구나.

- 132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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