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방랑기116화

2020. 12. 5. 09:17김삿갓 방랑기


★ 시인 김삿갓 방랑기 116화

[유종(乳腫)을 치료하는 민간 요법(下)]

“죄송합니다. 꼭 선생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똥 가루를 꿀에 개어 붙이는 곳은 어디에 붙여야 하는 것이옵니까?”
“유종이 처음 시작될 때 젖 속에 밤알만한 응어리가 생겼다가 그것이 곪고 곪아서 지금처럼 전체가 부어올랐을 것이야. 어때? 내 말이 맞지?”
그러자 환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예, 그러하옵니다. 처음에는 젖 속에 밤알 같은 응어리가 생기더니 그것이 점점 곪아서 이렇게 되었사옵니다.”
“물론 그랬을 것이야. 그러니까 그 약은 그 응어리가 처음 생겼던 자리에 붙이면 되는 것이야.”
“곪았던 고름이 터져 나오면 그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고름을 깨끗이 짜고 나거든 그때에는 찰밥을 소금에 개어 그 자리에 발라 두도록 하게. 농액(膿液)을 계속해서 빨아내는 데는 찰밥 이상으로 좋은 약이 없기 때문이네. 찰밥은 하루에도 네댓 번 갈아대고, 이렇게 10여 일이 지나면 고름이 마르면서 속에서 새살이 돋아나올 것이야, 그때에는 내가 고약을 줄 테니 그것을 찰밥 대신 붙이도록 하게. 그러면 앞으로 보름쯤 지나게 되면 완전히 낳게 될 걸세.”
필봉은 자신만만한 어조로 이렇게 말을 한 후 서랍 속에서 고약 다섯 봉지를 꺼내 주는 것이었다.
환자의 남편은 고약을 두 손으로 받아 들며 말한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 사람아! 자네는 내가 아니었으면 틀림없이 홀아비가 되고 말았을 걸세. 마누라 유종이 깨끗이 낫거든 내 덕택인 줄로 알게!”
“그야 물론이죠. 약값은 얼마를 드리면 되겠습니까?”
김삿갓은 약값을 얼마나 받으려는지가 무척 궁금하였다.

“약값 말인가?”
필봉은 말을 함과 동시에 김삿갓을 쳐다보고 싱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을 한다.

“죽을 사람을 살려주는 셈이니까 약값을 제대로 받으려면 천 냥은 받아야 할 것이야. 그러나 자네 마누라가 워낙 미인이라, 내가 특별히 깎아줄 테니 한 냥만 내게!”
환자의 남편은 천 냥이라는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가 한 냥이라는 소리에 크게 기뻐하며,

“약값을 싸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즉석에서 돈을 내놓자 필봉은 서슴없이 받아 넣으며,

“약값을 특별히 싸게 해주었으니까 마누라 병이 다 낫거든 술이나 한 병 들고 찾아오게. 그것은 의원에 대한 환자의 예의라는 것이야. 삿갓 선생! 안 그렇소이까? 하하하.”
필봉은 또 한 번 호탕하게 웃으며, 환자더러 어서 가보라고 손짓을 해 보인다.
환자가 가고 나자, 김삿갓은 아랫목으로 내려와 필봉과 마주 앉으며 물었다.

“필봉 선생! 그 여인의 젖이 무섭게 곪은 것 같은데, 똥 가루를 발라서 치료가 되겠습니까?”
치료 방법이 너무도 불결하고 유치해 보여서 솔직한 심경으로 물었던 것이다.
그러자 필봉은 정색을 하며 김삿갓을 나무란다.

“삿갓 선생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오. 유종을 낫게 하는데 그것 외에 또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이오? 그 방법은 우리네 조상들이 수백 년 두고 써 내려오는 방법이란 것을 모르시오?”
“똥 가루를 꿀에 개어 바르면 유종이 틀림없이 낫는다는 말씀입니까?”
“내 말대로 해서 유종이 낫지 않는다면 내가 환자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말씀이오?”
필봉은 따지고 드는 자세로 반문한다.

“필봉 선생이 설마 환자에게 거짓말을 하셨을 리는 없겠지요. 그러나 저로서는 얼른 믿어지지 않아 한 번 물어보았을 뿐입니다.”
“허어... 학문에 있어서는 난다긴다하는 삿갓 선생도 의술에 있어서는 판무식이구려. 그야 물론 쇠꼬치를 시뻘겋게 달궈가지고 젖을 직접 찔러서 고름을 뽑아내는 방법도 없지는 않아요. 그러나 그렇게 하면 흉터가 남아서 못 쓰는 법이에요. 그러나 내가 일러준 방법대로 하게 되면 흉터가 안 생긴다는 사실을 아셔야 해요.”
“정말 그렇다면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내가 동의보감은 못 배웠지만 민간요법에 있어서는 나를 당할 자가 없어요. 천하의 명의였다는 화타나 편작인들 별사람인 줄 아시오? 두고 보시오. 오늘 왔던 그 사람이 한 달쯤 후에는 병을 낫게 해주어 고맙다고 하면서 술을 한 병 가지고 나를 반드시 찾아오게 될 것이오. 그때에는 그 술도 삿갓 선생과 함께 나눠 먹겠지만 우선 오늘은 집에 있는 술이라도 한 잔씩 나누기로 합시다.”
필봉은 그렇게 말하며, 부엌에다 대고 술상을 빨리 차려오라고 호령을 지르는 것이다.

- 117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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