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출장 기행 문 맺음말(후기) - 2부

2022. 6. 18. 06:44아프리카 출장 기행 문


★ 아프리카 출장 기행문 맺음말(후기) - 2부

근래에 이르러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끔 남수단을 방문해서 도움을 주는 모습을 TV 화면을 통해 보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에 방문했을 때 당시의 프로젝트 계획이 의지대로 이루어졌다면 엄청난 기획 프로 감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바,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나 세상사 모든 일이 그렇듯이 내 의지와 계획했던 대로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저 역시도 예외 없이 경험해야 했고, 기대했던 것만큼 실망이 안겨지고 말았습니다.

당시 우리와의 사업 파트너였던 현지인 무스타파가 돌연 배신을 하고, 에티오피아(Ethiopia)로 망명해버리면서 모든 프로젝트가 수포로 돌아가고 만 것입니다.

무스타파에 대해 잠시 언급하면, 처음부터 무스타파가 에리트레아 사람으로 사업가라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 그가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Eritrea) 간의 관계에 연루되어 있는 요주의(要注意) 인물이라는 것은 상상조차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었을 수도 있는 무스타파에 대한 정보는 나중에 알게 된 사실로서 그는 에리트레아 국적을 가진 사람이었으나 잠시 에리트레아에서 우간다로 피신 와서 사업을 했던 것입니다.

한편, 에리트레아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에티오피아와 함께 이태리의 침략에 의해 지배를 받아오다가 그들을 물리쳤으나 에리트레아는 에티오피아의 주정부(州政府)로 예속되어 지내게 됩니다.

그 후 에리트레아 해방전선(PLF)이 1991년 5월 에티오피아 인민혁명 민주전선(EPRDF)과 함께 멩기스투(Mengistu) 정권을 붕괴시키고 PLF가 일방적으로 독자 정부를 수립한 다음 주민투표를 통해 1993년 4월 독립을 선언한 국가입니다.

따라서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두 나라는 지배자와 피지배자였다는 적대 관계에 놓여 있으면서 미묘한 종교적 갈등까지 내재되어 있는 관계로 쉽게 표현하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므로 에리트레아는 이태리를 물리친 후부터 오랜 기간 동안 실질적인 에티오피아의 지배를 받아오다가 2002년 당시 기준으로 볼 때 독립한 지 9년, 2022년 기준으로도 19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국가에 불과한 나라입니다.

이와 같이 두 나라는 혈통적으로 형제국이긴 하지만 서로 반목하고 적대시하는 이유가 오랫동안 지배와 피지배자 관계에 놓여 있었고, 같은 무슬림 국가이면서도 종교지도자가 양국에 각각 있었습니다.

선진국에서도 종교지도자는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추앙을 받고 있지만, 후진국인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심화되어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사업 파트너인 무스타파는 에리트레아 인으로 에리트레아가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할 당시 반대편에 서서 에티오피아를 도왔던 인물(우리로 보면 친일파)이었습니다.

즉, 무스타파는 에리트레아 인이면서도 에리트레아의 독립을 저해했던 인물이었지만 에리트레아가 독립한 후에도 숙청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버지가 에리트레아의 종교지도자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랬던 무스타파는 자신의 아버지가 사망하게 되자, 즉시 에리트레아 정부로부터 자신의 모든 사업장은 물론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숙청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무스타파는 에리트레아의 수도 아스마라(Asmara)에서부터 자신과 K사장이 51 : 49의 지분을 나눠 갖고 동업을 이어오다가 K사장과 함께 에리트레아에서 우간다 캄팔라로 옮겨와 사업을 하기에 이릅니다.

K사장도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무스타파가 캄팔라로 옮겨온 것이 사업 확장이 주목적이 아니라 에리트레아로부터 숙청을 피하기 위함이었던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캄팔라에서 K사장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무스타파는 한편으로는 호시탐탐 에리트레아에 남아 있는데 명의 부인과 네 명의 자녀를 모두 외국으로 탈출시키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스타파는 그동안 한국을 두 차례나 방문하는 등 K사장과의 신뢰를 쌓으면서 동업을 이어오다가 에리트레아의 모든 가족을 에티오피아로 탈출시키는 데 성공하고, 급기야 자신도 에티오피아로 망명하면서 결국 K사장을 배신하고야 맙니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굳게 믿었던 현지인 사업 파트너 무스타파가 가족과 함께 에티오피아로 망명함으로써 동업자 K사장은 물론 아프리카 사업 진출에 대한 우리 일행의 모든 희망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전혀 예기치 못했던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외국에 가서 사업을 할 경우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련 법규 및 규정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모두 파악 한난 연후에 사업을 펼쳐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그러나 모든 걸 다 확인했다손 치더라도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사업을 같이 영위했던 파트너가 우리가 전혀 알 수 없는 국제 간의 미묘한 관계의 중심에 있었고, 종교지도자인 부친과 연관되어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까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입니다.

그렇다면 외국에 가서 투자를 하거나 동업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더 많은 인간적 미지의 정보까지 획득해야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3부로 이어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