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圓執拗(허원집요)

2026. 4. 5. 11:06좋은글

菜根譚
제 197장 : 虛圓執拗(허원집요)

원만하면 공업을 이루고, 집요하면 일을 그르친다.


建功立業者    多虛圓之士 

  憤事失機者    必執拗之人
건공입업자    다허원지사   

분사실기자     필집요지인


공을 세우고 사업을 이룬 자는

대게 허심탄회 하고 원만한 선비이다.
일을 그르치고 기회를 놓치는 자는

틀림없이 집요하고 고집이 센 사람일 것이다.




공공입업(建功立業)은 건립공업(建立功業)의 강조 용법이다.
허원지사(虛圓之士)는 마음을 비우고 원만한 선비를 말한다.
분사실기(憤事失機)는 일을 그르치고 기회를 놓쳤다는 뜻이다.
분(憤)은 넘어지거나 실패했다는 의미이다.
집요지인(執拗之人)은 몹시 고집스럽고 끈질기다는 의미로,
여기의 요(拗)는 마음이 삐뚤어졌음을 뜻한다.


대공을 세우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사물을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성패를 미리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승산을 헤아리지 않은 채 달려드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마음을 비우면 사물을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집착하는 마음과 간절히 바라는

욕망을 누구러뜨린 덕분이다.
실제로 큰 사업을 성취하는 사람은 대개

성격이 원만하고 사욕이 없다.
정반대로 사업에 실패하고 좋은 기회를 놓치는 사람은

비현실적인 헛된 욕망에 매달린 경우가 많다.
생각대로만 하려고 한다.
뜻이 깊을수록 몸가짐을 낮게 하고,

마음가짐을 느긋하게 할 필요가 있다.
큰 물고기를 잡을 때처럼 준비를 차분히 하고

인내하며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도덕경』 제35장에서 이같이 갈파한 바 있다.
“큰 나라를 다스림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것과 같다!”
치국은 큰 틀에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진시황 치세 때 왕릉(王陵)은 원래 초나라에서

활동하던 호족이었다.
유방도 기의(起義)하기 이전에 그의 휘하에

있으면서 친형처럼 모셨다.
왕릉의 재력과 영향력에 기대고자 한 것이다.
『사기』 「고조본기」에 따르면 유방이

패현에서 일어났을 때

왕릉은 유방의 반군에 가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천 명에 달하는 휘하를 이끌고 반기를 들었다.
유방에게 기대려 하지 않은 것이다.
유방이 항우를 공격한 후에야 비로소 유방에게 의탁했다.
이후 유방과 함께하기로 맹서하고 많은 공을 세웠으나

도중에 배신한 옹치와 친하다는 이유로
유방은 그를 크게 쓰지 않았다.
유방은 임종을 앞두고서야 왕릉을 신임했다.
당초 유방은 천하를 통일한 직후

공신들을 모아 커다란 연회를 열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문득 공신들에게 물었다.
“내가 천하를 얻은 까닭이 무엇인지 제후와

장군들은 숨기지 말고 솔직히 말하시오.
또 항우가 천하를 잃은 까닭이 무엇이라 생각하오?”
왕릉이 대답했다.
“폐하는 교만하고 남을 업신여기지만,

항우는 인자하고 남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폐하는 타인에게 성을 공격하고

땅을 공략하게 하고,
함락시킨 곳을 나눠주어 천하와 더불어 이익을 나눕니다.
항우는 현명한 이를 시기하고 능력 있는

자를 질시해, 공이 있는

자를 해치고 현자를 의심하며 싸움에 이겨도
남에게 공로를 넘기지 않고, 땅을 얻어도

다른 이에게 주지 않습니다.
이것이 천하를 잃은 까닭입니다.
유방이 말했다.
”공은 하나만 알고 둘은 아직 모르는구려.
무릇 막사에서 군사를 운용하며 천리 바깥의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것은 내가 ‘장량’만 못하오.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어루만지며, 군량을 마련해 

보급이 끊이지 않도록 하는 것은 내가 ‘소하’만 못하오.
백만대군을 이끌고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고

공격하면 기필코 취함은 내가 ‘한신’만 못하오.
이 셋은 모두 뛰어난 인재인데 내가 그들을 기용했으니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은 까닭이오.
항우는 ‘범증’ 한 사람도 제대로 쓰지 못했소.

그가 나에게 사로잡힌 이유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이다’라는 말은 진리이다.
그러나 사람을 볼 줄 아는 사람에게만 통용 되는 말이다.
허접한 인간을 인재로 착각하면 오히려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평소 사람을 단박에 알아보는

지인지감(知人知鑑)을 길러야 하는 이유다.
고전을 깊이 연구해 인간을 폭넓게 이해하는 수밖에 없다.
유방은 부하들이 제기하는 건설적인 의견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참모들 내에서 늘 참신하고도 창의적인 계책이

샘물이 솟듯 끊임없이 흘러나온 이유다.
『채근담』에서 말하는 ‘허원지사(虛圓之士)’의

모습을 보인 게 천하를 거머쥔 비결이다.


이에 반해 항우는 자기 힘만 믿다가

패망한 대표적인 경우에 속한다.
”하늘이 나를 패망하게 한 것이지, 내가 싸움을

잘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자위한 게 그렇다.
사마천이 질타했듯이 그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왜 실패했는지 깨닫지 못했다.
집요지인(執拗之人)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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