仇讐諂媚(구 수 첨 미)

2026. 3. 9. 04:59좋은글

菜根譚
제 189장 :

仇讐諂媚(구수첨미) 

소인과 원수를 맺지 말고,
군자에게 아첨을 말라.


休與小人仇讐    小人自有對頭   
休向君子諂媚    君子原無私惠
휴여소인구수    소인자유대두   

휴향군자첨미    군자원무사혜


소인과 함께 있을 때 원수를 맺지 말라.
소인은 나름 맞설 상대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군자와 함께 있을 때 아첨을 하지 말라.
군자는 본래 사사로운 은혜를 베풀지 않기 때문이다.




휴여소인구수(休與小人仇讐)의 휴(休)는

금지명령어로 물(勿)과 같다.
구수(仇讐)는 한이 맺힐 정도로 해를 끼친

사람이나 집단을 뜻하는 말로 원수(怨讐)와 같다.
대두(對頭)는 서로 맞서는 것을 말한다.
적이나 어떤 세력과 맞서 겨룬다는 듯의

대적(對敵)과 같은 의미이다.
첨미(諂媚)는 아첨하며 아양을 떠는 것을 말한다.
소인을 상대로 원수를 맺지 말고, 군자를 상대로

아첨을 하지 말라는 게 요지이다.
소인의 상대는 따로 있다. 군자가 직접 맞설 일이 아니다.
군자에게 아첨해서는 안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군자는 공평을 신조로 삼는 까닭에 아첨을 아무리

할지라도 사적인 은혜를 베풀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조 시대 남조 양나라 무제 소연(蕭衍)은

소인과 군자를 대하는 법을 잘 이해한 인물에 속한다.
그는 양나라를 세우기 전에 제(齊)나라의 장수로

있으면서 양양성(襄陽城)을 지켰다.
휘하에 충성심이 강한 정소숙(鄭紹叔)이 있었다.
하루는 정소숙의 형 정식(鄭植)이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불쑥 동생을 찾아왔다.
속셈은 동생 면회를 구실로

소연을 척살하려는 것이었다.
혈육지간의 정으로 인해 정소숙이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소연에 대한 충성심을

버릴 수 없어 자초지종을 고했다.
소연 역시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르는

척 내버려 두자니 자신이 위험하고,
정식(鄭植)을 제거하자니 자초지종을 고한

정소숙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나름 해법을 찾았다. 소연은 이내 정소숙

형제만을 위한 연회를 마련했다.
주흥이 어느 정도 무르익자 소연이 문득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정식에게 이같이 말했다.
“조정에서 나를 죽이려고 당신을 보냈다는데 그

렇다면 바로 지금이야말로 손을 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겠소? 오늘 연회에 우리 세 사람뿐이니 말이오.”
정식은 소연이 이미 자신의 목적을 알아차리고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고 생각해
부득불 당초의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연회가 끝난 후 소연이 정식을 이끌고

양양성의 군진을 시찰했다.
방비가 물샐 틈 하나 없이 탄탄했고, 병사들

역시 엄한 훈련을 마친 정예병이었다.
함선과 전차도 완비되어 있었고, 군량미 또한 풍족했다.
그야말로 금성탕지(金城湯池) 내비 철옹성(鐵甕城)이었다.
정식이 동생에게 말했다.
“지금의 군사력이라면 그 누가 공격해 올지라도

결코 함락시키지 못할 것이다.”


당시 소연이 자객으로 온 정식에게 연회를

베푼 것은 크게 3가지 취지를 갖고 있었다.
첫째, 척살이 어렵다는 것을 은밀히 드러냈다.
연회 와중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상대방의 흉계를 폭로한 게 그렇다.
이미 모든 대책이 마련됐음을 암시한 것이다.
객관적인 정황에 비춰 척살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정식을 죽일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정소숙의 형제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 정소숙은 이후 온몸을 내던져 충성했다.
셋째, 제나라 조정에 무력 시위를 한 셈이다.
정식이 척살을 포기한 것은 결과적으로 소연의

무력이 간단치 않았음을 반증한 셈이다.
실제로 제나라는 막강한 무력을 지닌

소연에 의해 이내 무너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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