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常家飯(심상가반)

2025. 12. 28. 12:12좋은글

菜根譚
제 161장 : 尋常家飯(심상가반) :

학문은 늘 집에서 먹는 끼니와 같다.


道是一種公衆物事    當隨人而接引    
도시일종공중물사    당수인이접인   


學是一個尋常家飯    當隨事而警惕
학시일개심상가반    당수사이경척


도는 일종의 공중(公衆) 소유물과 같다.
마땅히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이끌어야 한다.


학문은 일종의 매일 먹는 끼니와 같다.
마땅히 사안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경계하며 깨우쳐야 한다.


공중(公衆)은 국가나 사회를

구성하는 일반인 대다수를 지칭한다.
일반 대중을 뜻하는 민중(民衆)과 같다.
물사(物事)는 2가지 뜻이 있다.


첫째. 사정(事情)이다.
『춘추공양전』 「노은공 원년」조의 점진(漸進)을

두고 후한의 하휴(何休)는 주석에서 ‘점(漸)은
어떤 사정의 단서를 말한다.’고 풀이했다.


둘째. 사물 내지 물건을 말한다.

여기서는 두 번째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심상가반(尋常家飯 )은 늘 집에서 먹는 밥을 말한다.
경척(警惕)은 위험한 상황에 대비해 경각심을 갖고 삼가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말하고자 한 것은 도가 특정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두루 사용하는 일종의 공공 소유물과
같다는 점이다.
사람을 가리지 말고 모두 바르게 이끌어 도를 이행토록 만들어야 한다는 게 요지이다.
학문도 이와 같다.
매 끼니 마다 먹는 밥처럼 통상적으로 접하는 모든 일을 통해 끊임없이 깨우침을 얻어야 한다고 주문한 이유다.


이모(李謨)는 당나라 초기에 활약한 전설적인 피리의 명인이다.
당 현종의 개원 연간 피리를 가잘 잘 부는 신적(神笛)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천보 원년(742) 시선(詩仙) 이백이 임성(任城)에 있을 때 이모가 태어난 지 한 달가량 된 외손자를 안고
하란씨(賀蘭氏)의 주루(酒樓)로 가 이백을 초청했다. 외손자의 이름을 짓고자 한 것이다.
이백이 허운봉(許雲封)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허운봉 역시 훗날 궁정 악대인 이원(梨園) 소속의 피리 명인으로 활약했다.
북송 태종 때 편찬된 역대 설화집인 『태평광기 太平廣記』에 따르면 달밝은 밤이면 이모는 늘 친구들과 함께
강가에서 뱃놀이를 하며 피리를 연주했다.
사람들 모두 그의 피리 소리가 아름답다고 칭송했다. 이모는 날이 갈수록 교만해졌다.


당시 월주(越州)의 진사 시험에 합격한 10명이 돈을 모아 소홍의 경호(鏡湖)로 놀러가면서 이모와 또 다른 피리
고수를 초청하기로 했다.
이모를 초청한 진사는 뒤늦게 또 다른 피리
고수를 초청하지 않은 사실을 생각해내고는 우선 급한 대로 이웃에 사는 독고생(獨孤生)을 초청했다.
독고생은 나이가 많은데다 오랫동안 혼자 살았기에 세상일을 잘 몰랐다.
사람들이 그를 독고장(獨孤丈)이라고 부른 이유다.
사람들이 회식 장소에 모였을 때 호수의 파도가 넘실거리며 주변 경관이 모두 기이하고 새로웠다.
이모가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그사이 배는 호수 가운데로 서서히 이동했다.
이생의 피리 소리에 사람들은 찬탄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오직 독고생만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
이모는 독고생이 자신을 얕본 것 같아서 이내 다시 한 곡을 연주했다.
앞서 연주한 것보다 더 절묘했다. 좌중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번에도 독고생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를 초청한 사람이 크게 무안해하며 좌중에 변명했다.


“독고생은 홀로 한적한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까닭에 성안에 들어가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어떤 음악이 있는지도 잘 모릅니다.”
좌중이 힐난하는데도 독고생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이모가 물었다. “공이 이처럼 나오니 이는 너무 경박한 게 아니오.
그러고서 어떻게 나의 적수가 될 수 있겠소?” 독고생이 반문했다.
“공은 내가 피리를 잘 불지 못하는지 어찌 아오?” 이모가 문득 말문이 막혔다.
독고생이 이모에게 청했다. “공은 한 번 「양주 涼州」를 연주해 보시오.”
이모가 연주를 마치자 독고생이 평했다. “당신의 연주는 실로 훌륭하오.
그러나 성조(聲調)가 너무 요란하고 시끄럽소. 서역 구자(龜茲)의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음조가 없소.”
이모가 크게 놀라 벌떡 일어나 절을 한 뒤 말했다.
“공은 참으로 신묘합니다. 본래 저의 스승은 구자 사람이었습니다.”
독고생이 물었다. ‘제13번의 수조(水調)가 잘못된 것을 그대는 아시오?“
이모가 대답했다. ”어리석은 저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독고생이 피리를 불려고 하자 이모가 또 다른 피리 하나를 깨끗이 닦아서 독고생에게 건네주었다.
독고생이 물었다.
”연주 도중 ’입파(立破)‘에 이르면 피리가 반드시 깨져 나갈 터인데 그래도 괜찮겠소?“
”괜찮습니다.“


당나라 때 연주된 대곡은 10여 편으로 구성돼 있었다.
크게 산(散), 서(序), 파(破)로 나눌 수 있다. 앞의 두 부분은 서서히 연주하고 춤을 추지 않는다.
’파‘의 제 1편이 바로 ’입파‘이다. ’입파‘ 이후 북과 거문고 등이 일시에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곡조가 급하게 빨라지고 무희들이 입장한다.
독고생이 이내 연주를 시작하자 그 소리가 구름까지 올라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이모는 감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제13번의 「수조」에 이르러 독고생이 어디가 잘못 되었는지 지적해 주었다. 이모가 거듭 절을 했다.
죄중 모두 숨을 죽이고 듣다가 마침내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한채 뿔뿔이 흩어졌다.
다음날 이모가 좌중과 함께 독고생을 찾아 나섰다.
독고생이 살던 오두막집은 그대로 있었으나 독고생은 없었다.
월주 사람들 가운데 독고생을 아는 사람들이 모두 그를 찾아 나섰으나 아무도 그가 간 곳을 알지 못했다.
당시 이모는 독고생을 만남으로써 자신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된 셈이다.
천하제일의 피리 명인을 자부했지만,
자신을 뛰어넘는 최고의 명인을 만남으로써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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