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2025. 12. 14. 12:45자유게시방

 

유통 기한

 

말로는 무엇을 못하나?

유난히 우울해 보이는

지인에게 생색내는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혹시나 눈물이라도 터질까

싶어 그냥 삼켜버렸다. 

시간이 흐른 뒤의 위로는

효력을 다한 감기약 같다.

적당한 때를 놓쳐버린 위로와

질문은 엉뚱한 뒷북이 되고

오해의 불씨가 된다. 말에도

'유효기간'이 '유통기한'이 있다.

어린 시절 죽고 못 살던 친구도

자주 안 보니 차츰 멀어진다.

몇 해를 동고동락했던 지인도

가끔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된다.

평생 이어질 것 같던 인연도

세월의 흐름 앞에서는 빛이 바랜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마음이

더 이상 서로를 찾지 않게 되면

관계는 끝을 맺는다. 물론 오래 입은

옷처럼 꾸밈없이 편안한 관계도 있다.

그런 인연은 유효기간을 넘어선

선물 같은 존재다. 그것은 흔치 않은 일.

그 시절, 그 순간에 끈끈했다가도,

각자의 형편과 삶의 변화 속에서

속절없이 흩어져 버린다.

시절인연이라고 했던가?

삶은 결국 수많은 유효기간 속에서

빛나는 순간들을 건져 올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제 억지로 인연의

기한을 늘리지 않으려 한다"는

어느 지인의 말처럼 '흐름에 따라

흘려보내는 법'을 배워보려 한다.

이미 상한 음식을 냉장고에 모셔두지 않듯,

철 지난 옷을 억지로 입지 않듯,

힘을 잃어버린 옛 말을 되뇌지 않듯.

그 순간에 주어진 인연도 끝무렵이 있다.

제철 과일의 맛을 음미하듯, 화려하게

빛나는 한때를 충분히 즐기듯

끝이 와도 아쉬움보다 서로 고마움이

남을 수 있도록 자위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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