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두 번째 사랑
2025. 10. 3. 20:41ㆍ자유게시방
내인생의 두번째 사랑
.
지난5년 동안 아내 몫까지 하며
아들을 키우려니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많았지만 그런 대로
잘 지낸 편이었습니다.
.
그런데어느 날, 사촌 누님께서
전화를하셔서 '세월도
이만큼 흘렀고 하니
이제는재혼을 해야지.
떠나간 사람도
그걸 원할 거야.' 하며 사람을
소개하겠다고하셨습니다.
.
결국누님과 몇 번의 통화 끝에
저와동갑이고, 동생들과 어머님
뒷바라지하느라 시집을 못 갔다는
그녀를만나게 되었습니다.

맞선보러 나가던 날,
아침일찍 일어나 문갑에 놓인
아내 사진을 손으로쓰다듬으며
혼잣말로 사과했습니다.
.
'여보!미안해.
혼자 살기 참 힘드네.
이해해 줘….'
듣는지마는지 사진 속의 아내는
그저저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
그리곤약속 장소로 나갔습니다
그녀가 다가와 성규 씨인가요?'라고
물었습니다. 제가보기에
그녀의첫인상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
이런저런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저는문득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내를병으로 잃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상대방건강에
관심이 많다고요.

그녀역시 제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제마음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
6남매의맏딸인 그녀는
아버지께서 일찍돌아가셔서
어머니와 동생들 뒷바라지에,
또 동생들 시집 장가 보내느라
정작자신은 연애 한 번
해본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
어머니마저 돌아가셔서 늦었지만
자신의행복을 찾으려고
저를만나러 나왔다고 했습니다.
.
그후, 만나는 횟수가 거듭되자 저도
모르게제 황량했던 가슴속에서
점차 따뜻한 모닥불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3개월쯤 지난 어느 날,
그녀가자기 집으로
저를 초대했습니다.
그녀는거실은 춥다며
안방으로저를 안내했습니다.
.
미색벽지에
노란 장판이 깔린 그녀의 방.
그방에서 그녀는, '원래 엄마가
쓰시던방인데 이제는 제가 써요.
하고수줍게 웃으며 따뜻한
생강차를 따라왔습니다.
.
그날 저는 오래도록 그녀와
많은 얘기를 나눴고
그리고그녀에게 정식으로
청혼을했습니다.
.
"못난 사람이고 마음에 상처도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도괜찮다면 수진 씨,
사랑하고 싶습니다.

저와결혼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청혼에 그녀는 일 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
그리고초조한 일 주일을 보낸 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녀는뜻밖에도 너무도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
자기와 성격도 다르고,
취미도다르고, 종교도
달라서 안 되겠다고요.
인연이아닌 것 같으니
다음에 좋은 사람 만나라면서
참 매정하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
그동안 그녀가 제게 보여준
호의가 다 거짓이었을까요?
정말 견딜수없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상처를 다스리기까지
오래도록전 혼자 가슴앓이를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이듬해 가을,
어떤 집안 행사로 저는 사촌누님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촌 누님이
저를보자마자 대뜸 그랬습니다.
.
"동생,수진이 소식 못 들었지?
나도얼마 전에 같이 서예 하던
사람 만나서 소식 들었는데
수진이가 죽었다네.
위암으로….
.
동생이랑 결혼하려고 맘먹고
종합 검진받으러 갔다가
위암 진단을 받았나 봐.
7개월동안 혼자 투병하다가
석달 전에 세상 떠났대….
.
너무 안됐어….
착하고 젊은 사람이. 쯧쯧…."
순간저는 시야가 갑자기 뿌옇게
흐려지면서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무슨운명의 장난일까요?
왜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떠나야만 할까요? .

그후 저는 이리저리 수소문하여
그녀의유골이 안치되어 있다는
용미리 추모의집을 찾아갔습니다.
아들도함께 데려갔지요.
.
납골당….칸칸이 안치된 작은
사진속에 낯익은 그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여전히그 갈색 코트를 입고
.
희미하게 웃고 있는 청초한 그녀.
저는 아들과 함께 들고 간 꽃을
그녀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습니다.
"수진씨, 우리 아들이에요.
절 받아요…."
.
아들도 제 마음을 아는지 마치
자기엄마에게 하듯 깎듯이
절을 했습니다.
외롭게 앓다 혼자
그 먼 길 떠난 수진 씨,

부디 하늘
나라에서는 편히 쉬시길….
그날 아들과 손잡고 그곳을
내려오면서 저는마음속으로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
아들아!
아빠는 이제 다시는
사랑하지않으련다.
내인생의 사랑은
두여자로 충분히 족하니까….
.
-출처: 월간 낮은울타리(사랑하기에
아름다운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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