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소리!

2025. 9. 11. 08:28자유게시방

가을이 오는 소리!

무심코 던진  따뜻한 말!
-시골의사 박경철의 강연에서-

저는 우여곡절 끝에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는 한 환자가 있습니다. 40대 초반의 여자 였는데 위암이었죠. 하지만 이게 전이(轉移)가 된 것 같기도 하고,아닌 것 같기도 했어요.💚

그때만 해도 CT가 3cm 단위로 잘라져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암이 작으면 잘 보이지 않죠. 그러나 일단은 보고를 드려야 했죠.💚

아침에 주임과장에게
“이런 환자가 있었고, 전이가 확인이 안 됩니다.”하고 보고를 드렸더니 "배를 먼저 열어보고 전이가 되어있으면 닫고, 안 되어 있으면 수술을 하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환자 보호자 에게 동의(同意)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걸 환자에게 이야기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가족과 보호자에게 이야기해 봤더니 남편은 죽었고, 시댁 식구들은 연락이 끊어졌대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수 없어, 본인에게 직접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이 "고등학교 아들과 중학교 딸이 하나 있는데 내가 죽으면 아이들을 어떡합니까?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해야 합니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수술 날짜를 잡았죠.💚

헌데 배를 열고 보니 저희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가슴부터 배까지 서리가 내린 것처럼 하얗게 되어 있더군요. 작은 암세포로 전체가 퍼져 있었어요. 너무 심각했던 거죠.💚

바로 닫고 수술실을 나왔습니다.💚

그런 경우 대개는 급속도로 나빠집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하고 다시 환자에게 가려고 하는데 저는 그 장면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창밖엔 눈발이 날리고  있었고, 가습기에선 희뿌옇게 수증기가 나왔고, 침대 옆에 아이 둘이 검정색 교복을 입고 엄마 손 하나를 둘이 잡고, 서 있더군요.💚

처연하고도 아름다운 느낌, 뭐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눈이 마주치자 환자가 저를 보시더니 고개를 끄덕끄덕해요. 환자는 알고 있었던거죠.💚

수술을 했더라면 중환자실에 있었을 텐데 일반 병실이니까, 암이 전이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옆에는 애들이 있으니까 지금은 얘기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던 것 같아요.💚

아니나 다를까 수술 후 급속도로 나빠져서 퇴원도 못하고 바로 돌아가셨죠.💚

사망을 앞두고 며칠 동안은 아이들이 학교를 안가고 병원을 왔는데 항상 그 자세였어요.
손을 잡고 아이와 함께 셋이 서 있었죠. 결국 아이들의 엄마인 환자는 거의 임종이 다가왔습니다.💚

이때 의사가 할 일은 사망 시간이 임박하면 사망 확인하고, 시간 기록하고, 진단서 쓰는 게 다 입니다.💚

그런데 간호사한테서 위독하다는 연락이 와서 환자 곁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돌아가시는 걸 지켜보면서 저와 간호사는 서 있었죠.💚

두 세 차례 사인 곡선 을 그리다가 뚜뚜 하면서 심전도가 멈췄는데....! 아이들은 또 예의 그 모습으로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었죠.💚

저는 속으로 ‘이걸 어떻게 보지?’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울지 않고 가만히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아직 모르나 보다 해서 잠시 한 1분 정도 기다렸어요.💚

그러다 아이의 어깨를 눌렀더니 엄마 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요. 봤더니 눈물이 줄줄 흐르는데 옷의 절반이 눈물로 젖어 있더라고요. 돌아가신 것을 아는거 였어요.💚

저는 순간적으로 움찔 했습니다. 그리고 서 있는데, 그제서야 엄마에게 다가서서 왼팔로 목을 잡고, 오른팔로 어깨를 안아요. 그리고는 엄마 귀에 대고 뭐라고 말 했냐면요....!💚

"엄마 사랑해요" 하고 얘기 하더라고요.💚

저는 지금까지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지만, 떠나는 사람에게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그 "사랑해요"라는 말 안에는 떠나는 엄마에 대한 송별사일 수도 있고, 위로일 수도 있고, 남겨진 자의 각오일 수도 있죠.💚

저는 많은 죽음을 목격했습니다. 어떨 때는 제가 맡았던 환자가 하루에 5명이 돌아가신 적이 있었어요. 인간이 마지막 떠나는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직위?
돈?
그가 누구든,
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든,
그가 무엇을 가진 사람이든,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손'입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마지막에 하는 단어가 바로 ‘손’이라는 겁니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지나서 하루는 간호사가 "신부님이 오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놀라서, 제가 “누구십니까?” 했더니 대뜸 “저를 모르십니까?”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그때 그 고등학생 이었습니다."
참으로 감격스러 웠습니다. 그 때 그 고등학생이 신부님이 되어 찾아와주시다니~!💚

제가 '혹시나 잘못한 게 없었나' 하고 뜨끔 하더라고요.💚

이래저래 이야기를 나눠 보았더니 여동생은 교대를 가서 선생님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두 오누이가 곱게곱게 잘 자랐더군요.💚

그러면서 신부님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선생님은 기억못 하시 겠지만, 그 때 저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너희 입장에서는 가혹하고 힘들겠지만,
엄마는 남겨진 너희들이 혹시나 잘못될까봐 눈 감는 순간까지도 걱정했을 것이니 이런 엄마의 마음을 잊지말고 세상을 살아가거라.” 라고요.💚

저는 제가 그렇게 멋있는 말을 했는지도 몰랐어요. 그 말이 두 오누이가 살아가는데 버팀목이 된 가장 중요한 말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말을 듣는 순간 뒤통수에 벼락이 떨어진 느낌이었 습니다.💚

제가 멋있는 말을 했구나 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무심코 한 말이었는데....! 무심코 했던 작은 선의(善意)가 두 남매의 인생을 바꿨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찡합니다.💚

무심코 던진 말....! 기억조차 나지 않는 말로, 어떤 사람은 희망을 어떤 사람은 좌절을 겪게 됩니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일듯, 말의 파장이 운명을 결정 짓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애정과 사랑의 진심을 담은 착하고 유익한 말을 입에 담아야 하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