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121회

2025. 9. 2. 08:56ㆍ수호지


★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121회

제121회 상주목사(尙州牧使)

사연 많은 밤이 지나가고 새날이 밝자 김 선비는 소백주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나들이옷으로 차려입었다.
소백주가 오늘 아침 사시에 이 정승이 집으로 오라고 했으니 어서 가라고 김 선비의 등을 떠밀기 때문이었다.

김 선비가 이 정승 집으로 들어가니 마침 이 정승이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밤 모진 수모를 당해 입술이 불어 터지고 새하얗게 뜬 얼굴의 이 정승이 꾀죄죄한 얼굴로 김 선비를 맞았다.

이 정승의 야윈 얼굴표정 속에는 자칫 잘못했다가는 지난밤에 생으로 화장을 당하거나 수장을 당할 뻔했던 위급한 지경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온 안도의 한숨이 깊게 서려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목숨은 용케 부지하였다손 치더라도 그 추저분한 치욕에 창피한 일이 저들 부부의 입  밖으로 새어 나갔다가는 무슨 일거리가 없을까 하고 항상 범(虎) 눈으로 꼬나보고 있는 드세고 거친 푸른 청죽 같은 카랑카랑한 선비들에다가 진기한 굿 만난 양 참지 못하고, 불개미 떼처럼 찢고 부수고 덤빌 무지렁이 백성들의 사나운 입까지 더해져 온 세상 가득 눈덩이처럼 불어나 무수히 쏟아질 온갖 추악한 악소문과 맹렬한 비난에 휩싸여 종국에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수치를 당할 것을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지고 등줄기가 서늘하게 한기가 들솟는 것이었다.

​“으 으음! 어 어서 이리와 앉으시게!”
이 정승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마른 입술을 달싹거리며 더듬더듬 말했다.

“예! 정승 나리.”
김 선비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어 어흠! 자 자네 무슨 벼슬이 하고 싶은가? 허심탄회하게 말해보시게나?”
이 정승이 김 선비가 자리에 앉자마자 몹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무턱대고 말했다.

당장에 저 입에다가 한번 물면 절대로 열리지 못할 커다란 떡을 얼른 물려주어야겠다고 이 정승은 생각했던 것이다.

“아이고 정승 나리! 학식도 변변찮은 제가 무슨 벼슬 따위를 다 바라겠습니까!”
김 선비가 이 정승의 눈치를 살피며 정색을 하며 말했다.

“이 사람아! 전에 내게 와서 벼슬자리 하나 봐달라고 삼천 냥이나 주었지 않은가! 내 이번 기회에 그 소원을 들어줄 것이니 마다하지 말고 얼른 말하시게!”
이 정승이 다그쳤다.

저 입에 반드시 크나큰 떡을 물려주어야 안심이 될 듯싶었다.
물끄러미 이 정승을 바라보고 있던 김 선비가 말했다.

​“정승 나리, 정 그러시다면 저에게 상주목사 자리나 하나 내려주십시오. 제가 상주 사람이니 상주 백성을 위한 정의롭고 참된 목민관이 되어 제 고향을 한번 온 힘을 다해 잘 다스려 보겠습니다.”

- 122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