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장 : 甁鉢中花(병발중화)

2025. 6. 3. 07:20좋은글

菜 根 譚

제 59장 : 甁鉢中花(병발중화) : 권력으로 얻은 부귀영화는 화병의 꽃과 같다.

 

富貴名譽   自道德來者   如山林中花   自是舒徐繁衍   自功業來者   如盆檻中花   便有遷徙廢興

부귀명예   자도덕래자   여산림중화   자시서서번연   자공업래자   여분함중화   변유천사폐흥

 

若以權力得者   如甁鉢中花   其根不植   其萎可立而待矣

약이권력득자   여병발중화   기근불식   기위가립이대의

 

부귀와 명예를 도덕을 통해 얻는 것은 숲속의 꽃과 같다.

절로 자라나 크게 번성할 것이다.

공을 세워 얻는 것은 화분이나 화단 속의 꽃과 같다.

이리저리 옮겨지는 까닭에 흥폐(興廢)가 있을 것이다.

권력을 배경으로 얻은 것은 화병이나 꽃 접시 속의 꽃과 같다.

뿌리를 내리지 못한 까닭에 시드는 것이 가히 서서 기다릴 수 있을 정도로 빠를 것이다.

 

서서번연(舒徐繁衍)은 서서히 줄기와 뿌리를 뻗어 크게 번성하는 것을 말한다.

분함중화(盆檻中花 )의 ‘분함‘은 화분과 울타리를 친 화단을 말한다.

병발중화(甁鉢中花)의 ’병발‘은 화병이나 꽃 접시를 지칭한 것이다.

가립이대(可立而待)는 서서 기다려도 가할 정도로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일이 이루어 지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부귀공명일지라도 얻게 된 연유에 따라 커다란 차이가 있다.

 

꽃에 비유하면 도덕으로 얻은 것은 가장 오래간다.

자연에 뿌리를 박은 덕분이다.

그게 바로 산림중화(山林中花)이다.

 

공을 세워 얻은 것이 그 다음이다.

이는 인공으로 가꾼 것이다.

그게 바로 ’분함중화‘이다.

 

마지막으로 권력으로 얻은 것은 가장 일찍 시든다.

관상을 위해 잠시 꺾어다가 꽂은 결과이다. 그게 바로 ’병발중화‘이다.

객관적으로 볼지라도 들에 심은 꽃과 화단에 심은 꽃, 꽃병에 심은 꽃은 생명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도(道)는 모든 사람을 두루 감싸는 어머니 같은 존재이고,

덕(德)은 그 어머니의 품안에 해당한다.

도덕으로 얻은 부귀공명은 마치 숲 속의 꽃처럼 생명력이 길다.

 

공적을 통해 얻은 부귀영화는 당대에만 효력이 있다.

마치 정원에 피는 꽃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처럼 흥폐(興廢)가 어지럽다.

 

최악의 상황은 권력을 배경으로 얻은 경우다.

권력의 부침이 무상하듯 이내 얼마 못가 시들기 마련이다.

화병의 꽃에 비유한 이유다.

 

 

“춘추좌전” 「노양공 15년」조에 유사한 사례를 보여주는 일화가 나온다.

기원전 558년 가을, 춘추시대 송나라의 어떤 사람이 보석을 주워 집정으로 있던 자한(子罕) 에게 바치자

자한이 이를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옥을 바친 사람이 이같이 말했다.

“이를 옥을 다루는 장인에게 보였더니 보배라고 했습니다. 이에 감히 드리는 것입니다.”

자한이 사양했다.

“나는 탐람하지 않은 것을 보배로 삼고 그대는 옥을 보배로 삼고 있소.

만일 이를 나에게 주면 나와 그대는 다 보배를 잃게 되는 것이오.

그러니 나와 그대가 각기 자신의 보배를 지니고 있느니만 못하오.”

옥을 바치는 사람이 머리를 조아리며 간청했다.

“소인은 이 구슬을 지니고는 도적들 때문에 고향으로 갈 수 없습니다.

제가 이를 드리려는 것은 죽음을 면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자 자한이 그를 자신의 마을에 머물게 하고는 옥장(玉匠)을 시켜 옥을 잘 다듬게 했다.

이어 옥을 바친 자에게 이를 팔아 부자가 되게 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게 했다.

자한의 이러한 행보야말로 ’산림중화‘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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