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41회

2025. 5. 7. 08:17수호지


★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41회

제41회 비몽사몽

김 선비는 이런 뜻밖의 우연에 기가 막힌 인연도 다 있구나 싶어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순간 ‘아!’하고 탄성을 지를 뻔했다.

​세상에 살다 보니 기생에게 글이 합격하는 행운도 다 있더란 말인가! 어허허허!
그러고 보면 이 야밤에 남의 집 헛간 신세를 지며 거지처럼 맨 흙바닥에 뒹굴며 묵어갈 신세는 면한 것이 아닌가!

​김 선비는 아낙을 따라 ‘어흠! 어흠!’ 낮게 헛기침을 하며 이게 꿈이냐? 생시냐? 비몽사몽(非夢似夢) 가느다란 정신 줄을 겨우 붙잡고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김 선비가 일하는 아낙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가 앉자 큰방 옆으로 긴 대발이 쳐져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인생의 장난인가! 김 선비는 정신을 가누며 방바닥에 점잖게 앉아 ‘어흠!’하고 헛기침을 했다.

“선비님! 시를 잘 읽었습니다. 문재(文才)가 뛰어난 진솔한 선비님을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순간 낭랑한 여인의 목소리가 대발 쳐진 저쪽에서 김 선비의 귀 고막을 치며 들려왔다.
분명 소백주의 목소리였다.

그 소리는 봄날 꽃잎에 앉은 벌의 날갯짓이나 나비의 소리 없는 펄럭임처럼 투명하고 맑아 그 목소리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 여인인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김 선비는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허! 허흠! 그대의 혜안이 각별하여 마음에 들었다면 그게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김 선비는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두르고 겸양을 갖춰 말했다.

​“그래요, 선비님, 감사합니다. 주제넘게 제가 한마디 묻겠습니다. 그래도 될까요?”
소백주가 김 선비를 이제 면접시험을 치르려는 것일까?

김 선비는 그 말에 저 기생 소백주가 무슨 뚱딴지같은 질문을 하려나 하고 당황했으나 예서 멈칫거릴 수는 없었다,

​“어, 허흠! 내 비록 견문이 짧다고는 하나 어찌 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 선비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좋아요! 선비님, 기꺼이 받아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그럼, 질문을 드리지요. 세상을 살아가는 인생들에게는 네 가지 삶의 유형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을 아시는지요?”

​김 선비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당황했다.
네 가지 삶이라, 그게 무엇일까?

도대체 저 기생 소백주가 무슨 답을 원하는 것일까?
도무지 그 마음을 김 선비는 헤아릴 길 없었다.

​그렇다고 입을 다물고 있을 수도 없었다,
김 선비는 속으로 ‘끙!’하고 신음을 토했다.

기생 소백주의 질문이 여러 인생살이의 유형을 물을 만큼 심오할 줄이야 꿈에나 생각했겠는가?
김 선비는 저 여인이 참으로 특별한 여인은 여인이구나 생각하고는 이윽고 입을 열었다.

- 42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