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22회
2025. 4. 8. 07:35ㆍ수호지
★ 기생(妓生) 소백주(小柏舟) - 22회
제22회 나무꾼 총각
세상일이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그 오묘한 그 무엇이 있기라도 한단 말인가?
김 선비는 문득 사랑방에서 식객으로 함께 있었던 어느 선비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터덜터덜 홀로 길을 재촉하는 것이었다.
풍수지리에 도통한 지관(地官) 도선이 어느 가을날 높은 산 고갯길을 넘어가는데, 배가 고파 한 발짝도 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머리가 하얗게 새고 다리근육에 힘이 풀리는 노인의 몸으로 이 산 저 산 산 구경을 재미 삼아 다니는 도선도 쇠약해져가는 몸에 더구나 끼니를 때우지 못하고, 허기가 지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던 것이다.
“아이구~ 배도 고프고 힘들다. 예서 좀 쉬었다 가자!”
산 고개를 넘어오던 도선이 기진맥진하여 크게 혼잣말로 소리치며, 산마루 아래 개울가에 앉아 지친 두 다리를 잠시 멈추고는 바위 위에 턱 걸터앉았다.
눈앞에 들어오는 불붙는 단풍이며 형형색색 물들어 가는 산야가 따가운 가을볕에 하염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때 바로 옆에서 쿵쿵 나무 찍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선이 소리 나는 쪽을 보니 웬 젊은이가 지게를 받쳐 놓고 도끼질을 하며 나무를 하고 있었는데, 도끼질을 그만두더니 도선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가까이 오는 것을 자세히 보니 머리에 노란 끈 댕기를 묶은 순박하게 생긴 나무꾼 총각이 한 손에 작은 보자기를 들고 있었다.
“아이구! 어르신, 많이 시장하신 모양이시네요. 이 누룽지라도 요기하고 산을 내려가시면 좀 수월하실 겁니다.”
나무꾼 총각이 작은 보자기를 도선 앞으로 쓱 내밀면서 말했다.
누룽지를 싸 와서 배고프면 먹으려고 나무 위에 걸어 둔 것을 내려다 주는 것이었다.
“어허! 늙은이가 배고프다고 망령이 나서 혼자 소리를 하던 것을 들었던 모양이로구나! 그렇다고 젊은이가 나무하다가 먹으려고 가져온 것을 나를 주면 어떻게 하느냐?”
도선이 선뜻 내미는 누룽지를 바로 받지 못하고 말했다.
“어르신, 저야 저 아랫동네에 내려가면 밥을 먹을 수 있으니 염려 마시고 드십시오.”
나무꾼 총각이 말했다.
“허허! 그래, 고맙네.”
도선은 하얀 수염을 쓸어내리며 배가 고픈 터라 더는 거절하지 못하고, 그 누룽지를 받아 맛있게 먹었다.
산 개울물을 마셔가며 누룽지를 다 먹고 난 도선은 한껏 기운이 돋아 힘이 나고 살 것 같았다.
고마운 마음으로 도선이 다시 나무꾼 총각을 눈여겨 보니 머리에 노란 끈 댕기를 묶은 것이 아무래도 상(喪)을 당한 모양이었다.
“자네 요 근래에 상을 당했는가 보네?”
- 23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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