끽 긴 유 한(喫緊悠閒)

2025. 2. 19. 11:01좋은글

菜   根   譚

제8장 : 끽긴유한(喫緊悠閒) : 한가할 때 위급함을, 바쁠 때 여유를 생각하라.

(喫 마실 끽,  緊 굳게얽을 긴,  悠 멀 유,  閒 틈 한/사이 간)

 

天地寂然不動 而氣機無息小停 日月晝夜奔馳 而貞明萬古不易 故君子閒時要有喫緊的心事

천지적연부동 이기기무식소정  일월주야분치 이정명만고불이 고군자한시요유끽긴적심사

忙處要有閒的趣味

망처요유한적취미

 

(천지는 적연(寂然) 히 움직이지 않는 듯 보이나 그 기운과 활동의 계기인 기기(氣機)는

조금도 쉬는 일이 없다. 

일월은 밤낮으로 바쁘게 달리건만 그 빛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군자는 한가로울 때 위급한 일에 대비하고, 바쁠 때 여유 있게 대응하는 멋을 지녀야 한다.)

 

적연(寂然)은 조용하며 고요하다는 뜻으로 적요(寂寥)와 통한다.

같은 ‘적연’이라도 적연(的然)은 틀림없이 그러하다는 뜻이고, 적연(適然)은 마침 공교롭다는 뜻이다.

기기(氣機)는 기운과 활동의 계기를 말하고,

끽긴(喫緊)은 매우 긴박하다는 뜻으로 여기의 끽(喫)은 ‘당하다’는  뜻의 피동사로 사용된 것이다.

‘끽긴’의 반대말은 유한(悠閒)이다. (悠멀 유)

 

통상 한가할 때 빈둥대며 시간을 보내기 쉽다.

바쁠 때는 일에 쫓겨 주변에 눈길조차 주지 못한다.

이런 식으로는 충실한 삶을 살기가 어렵다.

가을에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준비하듯 매사는 미리 대비해야 한다.

천지는 움직이지 않는 듯 보이나 그 작용은 조금도 쉬는 법이 없다.

세월은 밤낮으로 내달리건만 사계의 순환 법칙을 조금도 어기지 않는다.

평온하고 한가한 때 불시에 닥쳐올지도 모를 급변에 대비하고,

바쁠 때 오히려 차분한 마음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의 자세가 그것이다.

이는 전쟁과 평화의 논리에 그대로 적용된다.

 

병법서인 사마법(司馬法)은 ‘인본’(仁本)에서 이같이 말했다.

“천하가 비록 평안할지라도 전쟁을 잊으면 필히 위기가 닥친다.

원문은 ‘천하수안(天下雖安), 망전필위(忘戰必危)이다.

모든 나라가 유사시를 대비해 평소 훈련을 철저히 한 상비군을 두는 이유다.

고요함 속에 움직임이 있고, 변화 속에 불변의 이치가 담겨있다.

한가로울 때 위급한 일에 대비하고, 바쁠 때 여유를 가져야 하는 이유다.

 

여유로운 순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긴박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즐길 줄 알아야 삶의 예지를 얻을 수 있다.

21세기는 인문학에 기초한 ’ 지식창조‘가 더욱 강조되고 있는 까닭에 이런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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