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 빗자루와 제설 작업의 추억
2024. 1. 23. 17:53ㆍ자유게시방
싸리 빗자루와 제설작업의 추억
70년대 초 중반 그 시절 군에선
9월쯤에 유격훈련이 끝나면 10월
중순 후부터는 월동준비에 들어갔다
각 포반별로는 혹한기 훈련대비
위장망 작업, 수송부에선 배터리
이송용 당가? (들것) 만들기 등
각 소속부서 별로 준비가 끝나면
포대 공동 준비에 들어간다.
볏짚으로 새끼를 꼬아 멍석모양으로
내무반 유리창 덮게를
만드는 걸 보고는 기가 막혔다
특히 지겹게도 내리는 눈 치우는
싸리 빗자루를 만들기에
매일 포대원이 동원된다
포대 인근 6-700 고지에는
싸리나무가 엄청 많았는데 각자가
싸리를 꺾어 칡으로 한 아름 묶어
양쪽 어깨에 걸고 내려와서
빗자루를 만들었다.
나는 고향이 제주도여서
싸리나무도 본 적이 없고 만들어
본 적도 없어 선임들에게
만드는 걸 배웠다
우선 싸리나무 밑동을 X 자로
놓아 아래쪽을 묶고 위로 칡으로
두세 번을 묶으니 빗자루가 완성되었다
영내 도로 제설용 빗자루는
할당량이 없어 부서별로 자기네가
쓸 만큼 만들고 공동 작업용 빗자루는
3월 말까지 써야 하니 전 포대원이
약 1,000 여자루를 만들어 당시에
결연을 맺었던 여의도의
고등학교에 보내고
일부는 월동 염장무 담그러 온
영외 거주 간부들
부인에게 나눠 주었다
이제 눈이 내린다
밤 낮이 없다
영내도로는 사람이 다닐
정도만 한차례 쓸고 각
포상에 우선 포 사격이 되게끔
눈을 털어내면 이제 영외도로
제설작업이 이다
우리 포대는 대대 끝자리에 있어
대대까지 약 1.5 Km 정도 되는데
우선 1 차로 5 명이 기러기 날아가는
대형으로 하여 맨 앞이 좌 우로 쓸면
좌 우 2 명이 옆으로 나머지 2 명이
길 옆으로 쓰는데 이 2명이 제일 힘든다
눈 쓸기를 약 50 여 m를 하다기
허리를 좀 펴서 뒤 돌아보면 눈은
다시 그만큼 쌓여 있고.....
그럼 온 만큼 눈 치우며 되돌아가면
2차로 다른 조들이 기러기 대형으로
제설작업이 반복된다
그러나 영외도로 제설 작업은
해야만 했다
지치고 힘들어도 해야 했다 언제
어떠한 비상사태가
일어나지 모르기 때문이다
제설작업으로 다 닳은 싸리빗자루는
잘 모아두는데 이게 화목으론 최고다
영외도로이고 보니 지치고 할 때
이 닳은 빗자루를 꺾어 라면을 끓이는데
연기도 안 나고 화력이 쌔어 최고였다
영외도로 제설작업 하면 포신 윤활유
1갤런 통을 잘 씻고 라면을 미리
준비하는 건 물론였다
라면 끓일 물이야 무공해 눈으로
하고... 덜어 먹을 그릇도 없어
젓가락은 빗자루 가지를 꺾으면 되었고
그냥 라면 끓인 통에서 두어
젓가락을 먹으면 춥고 힘들은 몸과
마음이 조금은 녹아내리고...
지금도 그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영외 도로에서 불 피우는 건
안 되지만 힘들고 지치니까
간부들도 유야 무야 넘어가 주었다
강원도 지방에 많은 눈이 내린다는데
그 시절 지치고 힘들었던 기억이 새삼
그리운 추억으로 다가온다
'자유게시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이를 주운 고려 문인 이규보 가 쓴시 (0) | 2024.01.24 |
---|---|
단상 (2) | 2024.01.24 |
"애비 에미 는"는 이렇게 살았다 (3) | 2024.01.22 |
태평양 전쟁 최고로 꿀 빨 은 일본 군 (0) | 2024.01.21 |
절대 도박 하지 마라 (0) | 2024.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