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학자 우장 춘 박사 업적
2022. 10. 9. 18:39ㆍ자유게시방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농어민신문]
현대 농업기술의 시작인 우장춘 박사
눈부신 업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국민 눈높이서 농업과학기술·역사 알려
농업에 대한 국민 공감대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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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춘은 일본 도쿄 태생의 대한민국 농학자이자 육종학자로, 한국인 2호 농학 박사다. 우장춘의 개인사는 한국의 근현대사와 맞물린 한 편의 비운의 드라마다. 일본에서 태어나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고, 평생을 행동하는 애국자로 살았지만, 막상 한국에서는 을미사변에 가담했던 아버지 우범선의 행적과 한국말에 어눌하고 한일 혼혈이라는 이유로 평생 동안 정치적 냉대를 받았다.
일본은 우장춘을 대마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는 설이 돌 정도로 우장춘의 업적과 능력을 인정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농학자로 성장한 우장춘은 자신의 학문적 업적 쌓기를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의 육종학과 농업 발전의 기틀을 다졌다.
우장춘이 한국으로 돌아와 1959년 사망할 때까지 한국에서 활동했던 기간은 10년 남짓이지만, 우장춘의 업적은 실로 놀랍다. 농가수익이 큰 벼와 감자, 무와 배추를 개량했고, 배추와 양배추를 교배해 한국 토양에 맞는 배추를 개발했다. 제주도와 거제도 등 남부지역에서의 귤 재배 가능성을 시험하고 제주도에 감귤 농업을 제안해 우리나라 감귤산업의 시초가 된 사람도 바로 우장춘 박사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농림부 장관에도 내정됐으나 거절하고, 평생을 묵묵히 농업과학자로 헌신했다. 우장춘의 헌신으로 대한민국에 현대 농업기술이 시작됐고, 피폐해진 한국 국토에도 원예와 농업발전이 탄력을 받았으며, 국민들은 기아에서 점차적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도 그의 업적을 기려 사망 직전에 대한민국 문화포장을 수여했고, 그의 장례는 정부 수립 이래 최초의 대한민국 사회장으로 엄수됐다.
국민들에게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장춘이 이룬 학문적 업적도 가히 압도적이다. 우장춘은 1935년 ‘배추 속 식물에 관한 게놈 분석’이라는 박사 학위 청구 논문을 통해 ‘종의 합성’ 이론을 제시했는데, 배추와 양배추의 교잡을 통해 유채를 만들고, 그 과정을 유전학적으로 규명함으로써 종간 잡종과 종의 합성이 실제적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밝혔다. 이는 그때까지 유전학 이론을 지배했던 다윈의 진화론과 유전학의 아버지 그레고리 멘델의 ‘종의 기원’을 수정하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인의 이름으로 알려진 과학 이론으로는 아직까지 국외 과학 교과서에 사실상 유일무이한 이론의 창시자로 실린 인물이 바로 우장춘 박사다. 그의 학문적 업적의 수준으로는 아마도 좀 더 오래 살았다면 노벨상도 탈 수 있었을지 모른다.
빛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장춘의 업적은 일반국민에게 거의 알려지지 못했거나 잘 못 알려져 있어 매우 안타깝다. 대표적인 것이 ‘씨 없는 수박을 처음 만든 사람’이 우장춘 박사라고 알려져 있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는 잘못된 정보다. 우장춘은 일본인 키하라 히토시 박사가 개발한 ‘씨 없는 수박’을 한국에 처음 소개했고, 이를 통해 농업생명공학의 개념을 일반 대중에게 쉽게 알리고 싶어 했을 뿐이다. 아울러 ‘씨 없는 수박’은 그의 업적 중 극히 일부일 뿐이고, 그가 한국 농업과학기술에 미친 영향은 훨씬 더 위대하다.
이제는 우장춘 박사를 포함해 세계적 수준의 한국 농업 과학기술의 업적과 역사를 국민들에게 더 바르게,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때다. 농업과학기술과 관련한 대중의 잘못된 상식과 편견을 바로잡고, 진정한 의미를 잘 정리해서 전달해야 한다. 지상파와 종편방송의 수많은 채널에서 대중 학습용 프로그램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 유독 우리 농업 과학기술의 발전사와 관련된 콘텐츠가 부족한 것은 특히 아쉬운 대목이다. 쉽고 재미있게 잘 정립된 농업과학기술 발전의 의미와 역사를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전달하고, 이를 통해 우리 국민들로부터 농업에 대한 바른 선택과 호응을 구할 수 있도록, 농업 부분의 지혜와 노력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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