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62)
2022. 6. 5. 07:41ㆍ삼국지
삼국지(三國志) .. (362)
가정(街亭)을 둘러싼 촉, 위의 대결 연이어 도착한 세 건의 보고 모두가 긴박한 것 뿐이었다. 공명의 얼굴이 금새 어두워졌다. 이어서 공명은 보고를 하러 들어온 병사들을 모두 내보낸 뒤, 자리에 앉으며 독백하듯 말한다. "맹달이 치밀하게 계획을 짜서 신속하게 움직였다면 화를 입지 않았을 터인데... 사마의는 지략이 뛰어나고 병법에도 능하기 때문에 무서운 적이 아닐 수가 없구려... 장군들이 보기에 사마의가 어디를 보고 군사들을 움직이는 것 같소?" 공명은 혼잣말처럼 시작해서 마지막 순간에는 장군, 조운, 위연과 참군 마속에게 물었다. 그러나 세 사람은 물론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장수들 중 어느 누구도 사마의의 진군 목표를 예상하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자 고개를 숙이며 생각에 잠겼던 공명이 문득 고개를 힘차게 들며 말한다. "가정? 그래. 군량을 차단하기 위해 가정을 공격할 거요. 아, 장군들중 누가 병력을 이끌고 가서 가정을 지키겠소?" 그 말에 자리에 함께한 장수 모두가 일시에 일어났다. 그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마속이었다. "승상, 제게 맡겨주십시오." 공명이 놀란 눈으로 마속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입을 열어 말한다. "가정은 비록 작은 곳이나, 우리로서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게다가 그곳은 성곽(城廓)도 없고 막힌 곳도 없어서 지켜내기가 매우 어려운 곳이다." 그러나 마속은 많은 장군들 앞에서 공명에게 그러한 말을 들은 것에 모욕감이 느껴져서 더욱 열을 내며 말한다. "소장도 어려서부터 병서를 많이 읽어 병법에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습니다. 꼭 보내주십시오. 만약 가정 하나를 제대로 못 지킨다면 무슨 장수라고 하겠습니까." "사마의는 지략가로 이름이 높고, 장합 또한 명장이거늘 그대가 어찌 그들을 당해낼 수 있겠나?" "소장은 자신이 있습니다. 하오니..." 공명은 그래도 허락을 아니하고 고개를 기울인다. 마속은 본시 마량(馬良)의 아우로서 공명은 마량을 무척 아끼고 사랑했었다. 마량이 전사하자, 공명은 그의 유족들을 각별히 챙겨주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공명은 마속의 뛰어난 재주를 특별히 사랑하였다. 그리고 마속 자신도 공명을 큰 스승으로 경모해 오고 있는 사이였다. 일찍이 유비도 마속의 재주를 무척 사랑했었다. 그러나 유비는 서거하기 직전에 그의 재주가 너무 지나침을 알고 공명에게, "유상(마속의 字)이 병법에는 능통하긴 하지만, 짐이 보기에는 심중보다는 말이 앞서니 중용해서는 안 될 것이오" 하고, 충고까지 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공명은 마속이 하도 조르는 바람에 고주(故主)의 충고를 깜빡 잊어버리고, "유상, 정말 적을 막아낼 수 있겠나?" 하고, 다시 한번 물었다. "승상 ! 어떠한 일이 있어도 막아내겠나이다. 만약 소장이 적을 막아내지 못하오면 목을 베실 것은 물론이고, 저의 가족까지 군율로 처벌해 주십시오." 공명이 그 소리를 듣고 정색을 하며 꾸짖는다. "진중(陳中)에는 허언(虛言)이 있을 수 없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그런 망언을 함부로 하느뇨?" "죄송하옵니다. 승상께서 정 못 믿으시겠다면 군령장(軍令狀)을 쓰겠습니다." "그러면 군령장을 써놓아라. 그리고 그대가 꼭 가려거든 부장(副將)으로 왕평 장군(王平 將軍)과 함께 가라." 공명은 이렇게 말하면서 장군 왕평을 불렀다. "예, 승상!" "그대를 부장군으로 삼을 테니 마속과 함께 이만 오천의 군사로써 가정을 지키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아, 이보게 왕평, 마속은 총명하고 자네는 신중하니, 서로 협력하면 성공할 수가 있을 거야. 명심하게. 가정에 도착하면 다섯 개의 길 입구에 각각 군영을 설치하고, 위군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주둔하는 대로 군영의 위치를 상세히 그려 내게 보내도록 하게. 그러면 내가 그 지도를 살피고 새 지시를 내리도록 하지. 성공하면 장안 공략의 발판이 되는 것이니, 그대들은 장안 함락의 일등 공신이 되는 것이네." "알겠습니다!" 마속과 왕평은 동시에 복명하고 출동 준비를 위해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을 보내 놓고, 불안한 표정의 공명이 잠시 잊었다는 듯이 장군 고상을 불렀다. "아, 고상?" "예!" "가정의 동북쪽으로 가면, 열류성(列柳城)이란 곳이 있다네. 만 명을 이끌고 그곳에 주둔한 후, 가정에 위급한 일이 생기면 즉각 출병하여 도와주게." "예!" "위 장군." "예." "부대를 이끌고 가정에 후방에 주둔해 있다가 가정에 위험이 닥치면 지원해 주시오." 그 소리를 듣고, 위연이 불만스러운 소리를 내뱉는다. "승상, 저는 선봉 장군인데 어찌 장안 공격을 맡기시지 아니하고 한 낱 후방 지원을 맡기십니까?" "가정의 후방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거요? 양평관이오! 가정을 아군의 급소라 치면, 양평관은 한중의 급소에 해당하오. 북벌의 성공을 좌우하는 곳인데 어찌 우습게 보는 것이오. 한 달간 양평관을 잘 지키면 마속보다 더 큰 공을 세우는 것이오. 상황이 허락하면 반드시 장안 공격도 맡길 테니 걱정 마시오." "알겠습니다!" 위연은 승상 공명의 설명을 듣고서야 흔쾌히 복명한다. 명을 받은 위연이 군막을 나가자 공명이 조운을 부른다. "조 장군." "예." "여전히 마음이 불안하구려." "승상, 오늘따라 근심이 지나치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승상과 함께 숱한 전쟁을 치뤘으나 오늘처럼 불안해 하시는 것은 처음 봅니다." "난 지금껏 사마의와 겨룬 적이 없었기 때문이오. 지금까지 오랫동안 그자의 진정한 실력이 드러나지 않았소. 그자는 나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반면, 나는 그자에 대해 아는 것이 극히 적기 때문이오. 조 장군, 그대와 등지가 기곡에서 위군을 향해 눈속임 작전을 수행해 주기 바라오. 사마의의 대군을 만나면 직접 교전하지는 말고 쫒아 보내기만 하시오. 나는 그동안 사곡으로 진군하여 미성을 취하겠소. 미성만 점령한다면 장안은 우리 손에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요." "알겠습니다." ... 마속은 왕평과 함께 이만 오천의 군사를 이끌고 가정을 방어하기 위해 가정 고을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이르러 행군을 멈추고 지세를 살폈다. "장군, 보십시오. 저 앞이 가정입니다." 부장 왕평이 손을 들어 멀리 가정 고을을 가리켰다. 마속이 눈 앞에 펼쳐진 가정 일대를 천천히 돌아보고 미소를 띠며 말한다, "흠, 승상의 걱정이 과하셨소. 넓은 곳도 아니고 손바닥 만한 곳을 지키는데 신중에 신중을 기하시다니... 그리고 이런 험한 산골짜기에 사마의가 대군을 몰아넣을리가 있겠소?" "어쨌든 승상이 명을 내리셨으니 그에 따라 움직이시죠. 병사들에게 길 입구마다 군영을 설치하라 명하시고 장기전에 대비하라 하시지요." "아니오. 길 입구는 위험한 곳이 없소이다. 위군이 산으로 올라가 아래로 우리를 내려다 보게 되면 아군은 훨씬 더 위험하게 될 것이오. " "그럼, 어찌 합니까?" "보시오. 저 쪽에 산이 있소. 수풀이 우거졌으니 하늘이 내린 요지요. 저 산에 주둔하는게 좋겠소." 마속은 왕평에게 눈 앞의 산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그러자 왕평은, "승상께서는 길 입구에 방어진을 치라 하셨습니다. 그래야 적의 행로를 바로 가로 막을 수 있다 여기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게다가 저건 고립된 산입니다. 이어진 봉우리가 없으니 위군이 사방에서 공격해 오면 빠져나갈 곳이 없습니다. 재고하십시오." 왕평이 마속의 의견에 반박하고 나섰다. "하하하하! 그렇지가 않소이다. 승상은 이곳의 지형을 잘 모르셔서 그리 말씀하신 것이오. 병법에 이르길, 높은 곳에서 아래를 굽어보면 그 세(勢)가 파죽(破竹)이나 다름없다 하였소. 삼면이 절벽이고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곳은 오직 한 곳 뿐이니 아군이 산위에 있고 위군이 아래에 있다면 승리는 누구에게 있겠소? 우리는 그들에게 활을 쏘거나 돌을 굴려 아주 가볍게 격퇴시킬 수가 있단 말이오." "위군이 포위만 한다면 어쩝니까? 수 일 내에 군량이 바닥날 테니 아군은 자멸하고 말 겁니다." "손자병법에서는 자신을 사지(死地)에 두어야 살 수가 있다고 했소. 오랫동안 전장을 누볐으니 그 이치를 잘 알 것 아니오?" 마속은 이렇게 말을 하면서 오히려 실전 경험이 많은 왕평을 탓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군량이 바닥나면 군사들이 악이 바쳐 위군에게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울 것이니 필히 승리할 것이오." "장군, 병법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닙니다!" 왕평이 안타까운 마음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마속이 오히려 왕평을 나무란다. "왕 장군! 승상께서 출정하실 때마다 나를 데려 가셨고, 결단을 내리지 못할 때에는 내 의견을 들으셨소. 내 명을 거역할 셈이오?" "아... 저는... 장군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왕평은 마지 못해 마속의 명에 따르겠다는 말을 해보인다. "잘 생각했소. 그러면 산에 군영을 설치하라 하시오." "장군, 그럼 이렇게 하시지요. 장군께선 병사 이만과 함께 산에 주둔하십시오. 저는 오천 군사를 이끌고 산 아래에 영채를 세우겠습니다. 위군이 급습할 때 대비하기 위해서죠. " "그럼 뜻대로 산아래 영채를 세우구려." 마속은 길에 방어진을 치겠다는 왕평의 말이 매우 불쾌하였지만 공명이 특별히 딸려보낸 왕평을 끝까지 무시할 수는 없어서 마지 못해 허락을 하였다. 그러면서, "내가 위군을 격퇴시키면 장군의 공은 없는 거요. 그리 아시오." 하고, 말하기 까지 하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마속은 이만의 군사들과 함께, 가정과 떨어진 단봉우리 산위에 군영을 설치하고 왕평은 오천의 군사를 거느리고 가정으로 진입하는 다섯 개의 길 중에 한 곳을 막고 영채를 세우게 되었으니,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지 아직은 알 수가 없었다. ... |
'삼국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국지(三國志) .. (364) (0) | 2022.06.08 |
---|---|
삼국지(三國志) .. (363) (0) | 2022.06.07 |
삼국지 (三國志) .. (361) (0) | 2022.06.04 |
삼국지(三國志) .. (360) (0) | 2022.06.02 |
삼국지(三國志) .. (359) (0) | 2022.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