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37)
2022. 5. 9. 07:29ㆍ삼국지
삼국지(三國志) .. (337)
촉제(蜀帝) 유비의 승하(昇遐) "부왕, 승상이 왔습니다." "신, 폐하를 뵈옵니다." 공명은 유비에게 다가 가서 예를 표하였다. 그러자 병석에 누운 채로 가늘게 눈을 떠보인 유비가, "공명, 내 곁으로 오시오." 하고, 부르는 것이었다. 공명이 유비의 병상에 가까이 다가가 유비의 편안한 눈 높이에 맞추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유비가 공명을 올려다 보며 타는 듯한 입을 열어 쇠잔한 어조로 말을 한다. "공명, 그대도 반백이 다됐구려. 그대에게 짐이 삼고초려를 할 때에는 한참 젊은 나이였던 스물일곱이었는데.. 어느덧 순식간에 세월이 흘러, 이젠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렸구려..." "남양에 산 속에서 폐하의 부름을 받은 일은 신 평생 최고의 영광이었습니다." "아니오 ..영광인 건 나요. 선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내가 여기 이렇게 있지 못 했을 것이오. 선생의 조력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었던 것이오. 허나 애석하오. 짐이 제위에 오른 이후 지나친 자심감에 선생의 충고를 듣지 않아 이릉의 대패를 자초했소. 그로 인해 천촉의 세력이 쇠하고 수년간 쌓아온 군량과 군마 마저 한순간에 잃고 말았지..공명.. 실로 내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하오." "폐하, 자책하지 마십시오." "공명.. 그대가 융중해서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소 ? " "기억합니다. 조조가 백만 군을 거느리고 천자를 이용해 천하를 호령하니 대립은 피할 수가 없다고 했었지요," "그렇소, 그러면서 강동의 손씨 형제와는 적대시 하지 말고 동맹을 맺으라고 했었지..형주와 익주 두 지역을 아우러 천촉을 얻은 후에 밖으로 손권과 손잡고, 안으론 덕으로 정치하여 때를 기다렸다가 형주와 익주 군마로 조조를 멸하면 대업도 달성되고 한실도 부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벌써 스무 해가 지났는데, 어찌 이렇게 정확히 기억하고 계십니까 ?..." "그때 선생 책략은 천고의 진리로 귓가에 남아, 생각이 날 때마다 다시 되뇌고 있었소." "아 !..." "아두야 !..." "예 !" 유비가 공명과의 말을 끊고, 아들을 불렀다. 그리고 아들에게 말한다. "일어날테니 부축해 다오." "예 !" 공명과 유선이 유비를 부축하여 병상에서 일으켜 앉혔다. 누워 있던 병상에서 몸을 일으켜 앉은 유비의 얼굴은 초췌하고 창백했으며 입술은 부르터 있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승상 공명을 바라보며, "공명 !... 이 아이를 어찌 생각하시오." 하고, 말하면서 유선을 눈으로 가리키며 묻는데, 공명은 유선을 바라보며 이렇게 대답한다. "성군(聖君)의 후예이자 황실의 후손이죠." "공명, 아두는 어질기는 하나, 지나치게 유약하오. 이보오 공명... 난 갈 때가 되었으니, 부득이 대사를 부탁해야겠소." "폐하, 그건 아니 됩니다." "음 ... 들으시오. 경의 재능은 조비나 손권보다 백 배 뛰어나니, 경이 있는 한, 필시 나라를 안정시킬 수있고 대업을 이룰거요. 이 못난 아두는 선생이 보좌하고 싶다면 하고, 큰 그릇이 못 된다 생각되거든 선생이 이 아이를 대신해 제위에 올라 촉을 맡아 주시오." "폐하 ! 신은 평생토록 폐하와 세자께만 충성할 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경우가 있더라도 절대 분수에 넘치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한 공명이 유비의 앞에 절을 해보였다. 그러자 유비가 손수, 엎드려 부복한 공명을 일으키며 말한다. "공명, 염려하지 마시오. 나는 진심으로 하는 말이오." "폐하의 뜻은 잘 압니다. 허나 신은 분골쇄신하여 충절을 지킬지언정 다른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공명의 이같은 말에는 진심이 절절히 묻어있었다. 그런 것을 모르지 않는 유비가 아들을 부른다. "아두야 !..." "예, 부왕." "어서 절을 올려라. 오늘부터 공명선생은 네 아부(亞父)이시니, 선생을 군주처럼 아비처럼 섬기거라." "예, 예 !..." 유선은 그 즉석에서 공명을 향하여 엎드렸다. 그러자 공명이 이를 만류하며 유비에게 말한다. "폐하,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선생 !..이제 곧 세상을 떠날 이 사람의 부탁을 꼭 좀 들어주시오..." "아부(亞父) ! " "......" 그 순간 유선이 공명을 향해 엎드려 절을 해 보인다. 그 모습을 보고 공명이 고개를 연실 끄덕여 보이자, 유비가 안심한 듯이, "고맙소, 고마워... 이젠 편히 눈을 감을 수가 있겠소." 하고, 말을 한다. 그때 마속이 들어와 고한다. "폐하 ! 문무 대신들이 궁 밖에 대기중입니다." "알겠네. 잠시 기다리라고 하지..." 마속이 물러가자 유비는 공명에게 다시 묻는다. "공명, 마속의 재능을 어찌 보시오 ?" "당대의 인재지요. 강동의 육손에 버금갑니다." 그러자 유비는 고개를 천천히 흔들어 보인다. 그런 뒤에, "유상이 병법에 능통하긴 하지만, 짐이 보기에는 심중보다는 말이 앞서니 중용해서는 안 될 것이오. " 하고, 말한다. "아, 명심 하겠습니다." "난 이만 좀 눕겠소. 공명은 가서 문무 대신들을 모두 들라 하시오." "예." 공명이 명을 받고 문무 대신들을 부르려고 밖으로 나갔다. 다시 병상에 누운 유비가 아들을 부른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애야, 왜 아비가 승상을 군주처럼, 아비처럼 섬기라 한 줄 아느냐 ?" "모르겠습니다..." 유선은 고개를 흔들며 대답하였다. 그러자 병석의 유비가 괴로운 어조로 말한다. "그래야 네가 무사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유선이 울먹이며 대답하였다. 그리고 다시 유선이 아버지를 바라본다. 그 순간 촉제 유비는 더이상 말이 없었다. 아들을 걱정하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숨이 끊어졌던 것이다. "부왕 ! 부왕 ! .." 유선이 아무리 불렀지만 아버지는 대답이 없었다. 그때 공명과 함께 들어온 대신들이 사태를 알아채고 일제히 바닥에 엎드려 울부짖었다. "폐하 ! 어 흐흐흐흑 !..." ... 서기 223년, 당세의 영웅 유비 현덕이 광란하는 풍운 속에 파란중첩의 일생을 보내다가 백제성 영안궁에서 세상을 떠났으니, 때는 장무(章武) 삼년, 사월 이십사일이요. 향년 육십사세였다. 유비 현덕은 천하에 뜻을 두고 도원(桃園)에서 관우, 장비와 더불어 손을 마주잡고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아 보려고 했으나, 하늘도 무심하게 천추의 유한을 품은 채 만사를 제갈공명에게 맡기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영원의 길로 떠나고 만 것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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