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방랑기173화

2021. 2. 2. 08:40김삿갓 방랑기


★ 시인 김삿갓 방랑기 173화

[수수께끼 글자 풀이]

김삿갓은 웃으면서 말했다.

“너희들의 소원이라면 그러자꾸나.”
김삿갓은 옛날에 서당에서 글자풀이 장난을 많이 해보았기에 자신을 가지고 대답하였다.
한 아이가 물었다.

“소가 외나무다리를 건너가는 글자가 무슨 글자죠?”
“그것은 ‘날 생(生)’자로다. 소 우(牛)자 밑에 외나무다리 하나가 가로질러 있으니 날 생(生)자가 아니겠느냐?”
아이들은 그 대답을 듣고 방안이 시끄럽도록 떠들어댔다.

“아저씨는 보통 아저씨가 아니네요.”
이번에는 다른 아이가 앞으로 나앉으며 물었다.

“이번에는 내가 물어볼 게요. 새가 나뭇잎을 물고 날아가는 글자가 무슨 글자인지 아세요?”
김삿갓도 어렸을 때 서당에서 ‘글자 풀이 놀이’를 하도 많이 해 온 터라, 아이들의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새가 나뭇잎을 물고 날아가는 글자는 ‘아홉 구(九)〉’자 이니라. 왜냐하면 ‘새 을(乙)’자 왼편에 삐침이 하나 있는데, 그 삐침이 바로 새가 물고 날아가는 나뭇잎이 아니겠느냐?”
그러자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질러대었다.

“그럼, 눈에 발이 달린 글자는 무슨 글자에요?”
“눈에 발이 달린 글자는 ‘조개 패(貝)’자로다. ‘貝’자는 눈 목(目) 밑에 발 둘이 달려 있지 않더냐?”
“그럼 나무에 올라가 나팔을 불고 있는 글자는 무슨 글자에요?”
“그건 ‘뽕나무 상(桑)’자로다. 나무 목(木) 위에 또 우(又) 자가 셋이나 있어서 ‘또또또’ 나팔을 불고 있으니까 뽕나무 상(桑)자로다.”
김삿갓은 거기까지 말하고, 아이들에게 덧붙여 말했다.

“뽕나무 상(桑)자는 ‘방귀를 잘 뀌는 글자’라고도 하느니라.”
아이들은 ‘나무가 방귀를 잘 뀐다.’는 소리를 듣고 포복절도를 하며 물었다.

“아저씨! 뽕나무가 어째서 방귀를 잘 뀐다는 거예요?”
“생각해 보아라. ‘桑’자는 우리말로 ‘뽕나무’라 하지 않느냐? 이름부터가 ‘뽕뽕뽕’하니까, 방귀를 잘 뀌는 ‘방귀나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자 아이들은 ‘아~항~’하는 소리를 지르며 박장대소를 하였다.

“이번에는 내가 하나 물어 볼게요. 이 문제만은 아저씨도 잘 모르실 거예요. 꼬부랑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있는 글자가 무슨 글자죠?”
김삿갓은 그 글자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물어보는 대로 척척 알아맞혀 버리면 일방적인 승부가 되어 아이들의 흥미를 떨어트릴 것 같아 짐짓 모른 척하며, 아이들을 향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익살을 떨었다.

“그런 글자도 있었던가? 나는 도통 그런 글자는 모르겠는 걸!”
그러자 아이들은 김삿갓을 굴복시킨 것에 신바람을 내며,

“아저씨는 그런 것도 모르세요?”
하고 사뭇 어깨를 으쓱거려 보였다.

“너희들이 알고 있는 글자를 내가 죄다 알 수는 없는 일 아니냐? 꼬부랑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있는 글자가 도대체 무슨 글자냐?”
“잘 생각해 보시다가 정말로 모르시겠다면 손을 드세요. 그러면 그때 가르쳐 드릴게요.”
김삿갓은 아이들의 흥미를 북돋워 주기 위해 일부러 끙끙거리며 생각해 보는 척하다가,

“얘들아! 꼬부랑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가는 글자는 도대체 무슨 글자냐? 나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모르겠구나!”
하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승리감에 크게 웃어 쌓으며,

“아이 참! 아저씨는 ‘어조사 내(乃)’자도 모르세요? ‘乃’자의 오른편은 허리가 꼬부라진데다가 왼편에는 지팡이가 하나 있지 않아요? 그러니 꼬부랑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있는 글자는 어조사 내(乃) 자가 아니고 뭐겠어요!”
하고 자못 의기양양하게 말해 주는 것이었다.
김삿갓은 짐짓 크게 감탄해 보였다.

“너희들의 말을 들어 보니, ‘어조사 乃’자는 과연 꼬부랑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있는 글자임이 틀림없구나. 너희들은 이처럼 재미있는 글자 놀이를 도대체 누구한테서 배웠느냐?”
“..........”
아이들은 입을 다물고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아마 훈장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모양이지?”
그러자 아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우리 훈장 선생님은 그런 것도 모르세요.”
“그러면 누구에게 배웠느냐?”
“얼마 전에 선생님 댁 사모님이 오셨다가 웃음거리로 말해 주신 거예요.”
“뭐야? 선생님 댁 사모님이 말해 주신 거라고? 옛날에 기생이었다는 그 사모님 말이냐?”
“네, 그래요. 사모님은 옛날에는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었지만 글도 여간 많이 알고 계신대요. 그래서 선생님도 자기가 모르는 글을 마누라에게 물어가지고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시는 걸요.”
“그러면 사모님은 너희들에게는 선생님의 선생님인 셈이로구나?”
그러자 아이들은 고개를 흔들며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사모님도 글을 잘 아시지만 노인들의 말씀을 들어 보면, 진짜로 글을 잘하는 사람은 사모님의 동생인 ‘추월(秋月)’이라는 기생이라는 거예요.”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적이 놀랐다.

“뭐야? 이곳 강계에 그렇게나 글을 잘하는 기생이 있다고?”
“그럼요! 그러나 추월이라는 기생은 글을 잘해 그런지 워낙 콧대가 높아서 시시한 사내들은 돈을 아무리 많이 들이대도 상대를 안 한다는 거예요.”
“추월이라는 기생은 나이가 몇 살이나 되었는데, 콧대가 그리도 높다는 말이냐?”
“나이는 모르겠지만 풍류를 모르는 손님은 숫제 상대를 안 한다는 거예요.”
김삿갓은 아이들의 말을 모두 믿을 수는 없었지만 글을 잘한다는 ‘추월’이라는 기생은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

이렇게 아이들과 글자 놀이에 빠져 있는 동안 훈장은 날이 캄캄하게 어두워서야 돌아왔다.
그리하여 아이들을 보고,

“오늘은 날이 어두웠으니 그만들 돌아가거라.”
하고 아이들을 부랴부랴 집으로 보내 버렸다.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훈장을 마주하니 훈장은 어디서 술을 마시고 왔는지 아까보다도 술이 더 취해 있었다.
김삿갓은 손님을 내버려둔 채 자기만 혼자 술을 마시고 돌아온 훈장이 은근히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어디서 술대접을 받으신 모양입니다 그려.”
하고 약간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물어보았다.
훈장은 끄르륵 술 트림을 하며,

“강계 부사가 나에게 술을 꼭 대접하고 싶다기에 지금 동헌에 가서 술을 한 잔 대접받고 오는 길일세.”
하고 태연자약하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소리였다. 강계 부사가 무슨 할 일이 없어 훈장 나부랭이에게 술대접을 했을 것인가?

“강계 부사와 무척 가까우신 모양이죠?”
“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았는지 진작부터 나와 석양배(夕陽盃)를 꼭 한 잔 같이하고 싶다고 해왔거든!”
한다는 소리가 너무도 허무맹랑해 김삿갓은 혼자 생각에,
‘이자는 과대망상 병자인가 보구나.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나 허튼소리를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이윽고 저녁상이 겸상으로 들어왔다.
저녁상에는 생선 두 마리가 놓여 있었는데, 손님인 김삿갓 앞에는 큼직한 생선이 놓여 있었고, 훈장 앞에는 조그만 생선이 놓여 있었다.
별것도 아닌 일이었지만 김삿갓은 상을 차려놓은 여인의 세심한 배려에 내심 감탄해 마지않았다.

‘훈장 마누라는 유명한 기생 출신이라고 하더니 음식 차림새 하나만 보아도 예의범절이 분명한 여인임을 알 수 있구나. 그런 여인이 어째서 엉터리 같은 훈장과 결혼을 하게 되었을까?’
김삿갓은 저녁상을 차려놓은 훈장 마누라의 세심한 배려를 눈앞에 보면서 그런 의문을 갖게 되었다.

- 174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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