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방랑기(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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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방랑기 188화
★ 시인 김삿갓 방랑기 188화 [몽중몽 주모 연월이 - 下] 김삿갓은 술을 마셔가며 연월에게 우스갯소리를 하였다. “시를 잘 짓는 여자는 공교롭게도 자네처럼 이름에 ‘월’자가 들어간다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시를 잘 짓는 기생 중에 개성 기생 명월(明月)이가 있었고, 평양 기생 계월(桂月)이가 있다네, 게다가 얼마 전에는 강계에서 시를 잘 짓는 추월(秋月)이라는 기생을 만난 일이 있었는데, 지금 자네도 ‘연월’이란 이름으로 시를 잘 짓고 있으니 이름 자에 달 월(月) 자가 들어 있는 기생은 시를 잘 짓는다고 봐야 할 게 아닌가?” “아이, 선생님도! 명월과 계월은 소문난 시인이었지요. 저 같은 게 어찌 감히 그들 속에 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강계에서는 ‘추월’이라는 기생을 직접 만나셨..
2021.02.18 -
김삿갓 방랑기188화
★ 시인 김삿갓 방랑기 188화 [몽중몽 주모 연월이 - 上] “그 어른은 5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나셨답니다.” “저런... 5년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그렇다면 자네에게 술집을 차릴 수 있는 돈을 내어주신 그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그 노인이 돌아가셨을 때, 상(喪)을 입어 드리는 것이 도리였을 텐데 자네는 어찌하였나?” “그야 물론이죠. 그 어른은 양기가 워낙 신통치 않으셔서 우리가 육체관계를 가진 것은 단 한 번뿐이었지요. 그러나 제게는 바깥어른이나 다름없는 어른이셨기 때문에 돌아가신 뒤에는 3년 상을 치르느라고 저는 술장사도 하지 않았답니다.” 화류계 여성으로 일을 하면서도 노인에 대한 은혜와 도리를 생각해 3년 동안이나 절개를 지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음, 요즘 세상에 자네..
2021.02.17 -
김삿갓 방랑기187화
★ 시인 김삿갓 방랑기 187화 [술집 몽중몽(夢中夢)] 부슬부슬 내리는 가랑비와 함께 자욱한 물안개를 뚫고 나룻배가 ‘구두레’ 나루터에 도착하자, 김삿갓은 ‘몽중몽’이라는 술집을 찾아 나섰다. 퇴물 기생이 운영한다는 몽중몽이라는 술집은 노인산(老人山) 기슭에 있었다. 뜰에는 조그만 연못이 있고, 주위에는 복숭아나무도 몇 그루 있어서 제법 운치가 있는 술집이었다. 40 가까이 되어 보이는 주모는 성품이 서글서글하여서 김삿갓에게 술을 따라주며 익살까지 부렸다. “옛날부터 ‘못난 색시가 달밤에 삿갓을 쓰고 다닌다.’는 속담이 있는데, 손님은 멀쩡한 양반이 어째서 삿갓을 쓰고 다니신 다요?” 그러자 김삿갓은 술을 마셔가며 주모를 이렇게 나무라 주었다. “이 사람아! 이 삿갓은 내게는 둘도 없는 소중한 물건이네..
2021.02.16 -
김삿갓 방랑기 186화
★ 시인 김삿갓 방랑기 186화 [백마강에 얽힌 전설] 낙화암에서 비탈길을 북쪽으로 걸어 내려오면 강물이 눈앞에 굽어보이는 절벽을 배경으로 고란사(皐蘭寺)라는 절이 있다. 백제 때 창건된 절로서 원래는 高蘭寺(고란사)라고 불렀는데, 절 뒤의 절벽 바위틈에 고란초(皐蘭草)가 있다고 해서 절의 이름이 숫제 皐蘭寺(고란사)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란초는 난초의 일종이나 잎이 적은 기이한 난초이다. 포자(胞子)가 1년에 하나밖에 생겨나지 않아 번식하기가 매우 어려운 음화(陰花) 식물이라는 것이다. 양지도 음지도 아닌 바위틈의 습지에서만 자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고란사 뒤의 절벽에서만 있다는 것이다. 김삿갓은 고란사 주지 스님으로부터 이와 같은 설명을 듣고, “그렇다면 고란초는 삼천궁녀의 원한이 식물로..
2021.02.15 -
김삿갓방랑기185화
★ 시인 김삿갓 방랑기 185화 [홍성 땅을 떠나며] 김삿갓은 외가댁에는 찾아가지도 않고, 날마다 객줏집에서 술만 마시고 있었다. 외가에 가지도 않을 것이었다면 차라리 홍성 땅을 떠나는 편이 좋으련만 무엇인가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이 있어 홍성 땅을 쉽게 떠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로부터 4, 5일을 보낸 뒤, 김삿갓은 취중에 문득,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홍성을 떠나기 전에 어머니 무덤이라도 한 번 찾아보고 떠나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어느 날 술을 한 병 들고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 나섰다. 고암리의 공동묘지를 찾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묘지기에게 물어보니, “이길원 노인의 누님 무덤은 바로 이 무덤이라오.” 하고 말하며, 산기슭에 있는 조그만 무덤을 가리켜 주었다. 아직 흙도 마르지..
2021.02.14 -
김삿갓 방랑기184화
★ 시인김삿갓 -184화 [萬事皆有定 浮生空自忙(만사개유정 부생공자망)] 김삿갓은 독로강을 건너자, 홍성으로, 홍성으로 걸음을 재촉하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만나 뵙고 용서를 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꿈을 꾸기 전까지는 어머니를 완전히 잊고 있었던 김삿갓이었다. 영월에서 어머니께 작별을 고하고, 다시 방랑의 길에 오른 지 어언 20년이 다 되었다. 그런 어머니가 꿈속에 소복 차림을 나타나 ‘내가 죽기 전에 너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였으니 제아무리 몰인정한 김삿갓이라 하더라도 이번만은 어머니를 찾아가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전에는 꿈에 나타나는 일이 한 번도 없었던 어머니가 이번에는 하필 소복을 입고 나를 만나자고 하셨을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불길하기 짝이 없는 꿈이었다. 소복을..
2021.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