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국지 88초한지11

2023. 3. 14. 19:27열국지

*列國誌 88 : 楚漢誌 11, 告天文 (간절히 바라는 것을 하늘에 호소하는 글)

다음날 아침. 簫何는 홀로 입궐하여 御殿(어전)에 엎드려, "大王 殿下! 알고 보니, 韓信은 張良(장량) 선생께서 보낸 사람이었습니다."하고 어젯밤에 있었던 이야기를 자세히 告하였다.

漢王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뭐요? 韓信이 張良 선생이 보내신 사람이 라구요? 그게 사실이오?" "예, 그러하옵니다. 그가 가져온 證標와 臣이 간직하고 있던 證標가 여기 있사온데, 증표를 맞춰보 니 조금도 틀림이 없사옵니다." 漢王은 簫何가 내놓은 두 개의 證標를 손수 맞춰보고 나서, "증표 가 이렇게도 꼭 들어맞으 니, 張良 선생께서 보내신 사람이 틀림없구려. 丞相 이나 張良 선생은 韓信이 란 사람을 한 번에 알아보셨는데, 나는 그를 끝내 몰라보았으니, 진실로 부끄럽기 짝이 없소. 두 분이 이미 천거하셨으니, 그렇다면 오늘이라도 韓信에게 大元帥(대원수)의 직책을 맡기도록 합시다."

그러나 簫何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韓信은 워낙 자존심이 강하고 禮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정중한 의식 절차를 밟지 않고 그냥 大元帥로 임명하시 면 그는 결코 오래 머물러 있지 아니할 것이옵니다." "大元帥로 임명하여 祿 (봉급)을 후하게 주면 돼 지, 그 이상 어떻게 하라는 말씀이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大王께서는 大將들 다루기를 어린 아 이들 다루듯이 해오셨습니다. 韓信을 그런 식으로 다른 대장들처럼 다루신 다면, 녹봉을 아무리 후하 게 주셔도 그는 결코 기뻐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음..... 나에게 그런 잘못 이 있었던가요? 그렇다면 丞相이 지적하신 잘못을 고치도록 하겠소. 그렇다 면, 어떤 절차를 밟아서 임명하면 좋을지, 기탄없 이 말씀해 주시오." 잘못을 알면 솔직히 인정하고, 그 자리에서 시정해 나가는 것이 漢王의 특징이었다. (그것은 '나'를 닮았구나.^^)

"大王 전하! 홍은이 망극하옵니다." 簫何는 세 번 肅拜(숙배)하고 나서, "韓信을 大元帥로 맞아들이시려 면, 大王께서 親히 沐浴 齋戒(목욕재계) 하시고, 마치 그 옛날 黃帝(古代 중국의 전설적인 제왕)가 風后를 맞아들인 것처럼, 祭壇(제단)을 쌓고, 吉日을 택하여, 성대한 의식을 통하여 임명하셔야 하옵니다." "丞相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韓信이 과연 거물은 틀림없는가 보오. 그렇다면 제단을 어떤 규모로 쌓는 것이 좋을지, 丞相이 설계도를 직접
만들어 보아 주시오." 그로부터 며칠 후, 簫何는 <祭壇 설계도>를 손수 그려 漢王을 찾아왔는데, 그 규모는 방대하면서도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우선, 제단의 높이는 30丈 <장> (1丈은 30척, 미터 법으로 환산하면 3.03m)에 그 넓이는 3千 평이나 되고, 祭床 좌우에는 精兵 50명이 각각 부월(斧鉞 : 도끼)을 들고 整列(정렬)하여 도열해 있고, 동서남북 사방으로는 푸른 옷에는 푸른 깃발을, 붉은 옷에는 붉은 깃발을, 흰 옷에는 하얀 깃발을, 검은 옷에는 검은 깃발을 각각 들고 서 있는 100명의 儀杖兵(의장병)을 배치하는 규모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韓王과 韓信 이 마주 서있는 龍床(용상) 좌우 에는 문무백관들이 엄숙 히 도열해 있는 가운데 三絃六角(삼현육각)을 은은히 연주하 게 하는 除授儀式 (제수의식)이 있었다.

漢王은 <제壇 설계도>를 자세히 보고 나서, 丞相 에게 묻는다. "大元帥를 임명하는 절차가 이토록 거창하고 복잡하게 해야 하오?" 簫何가 허리를 굽히며 아뢴다. "국가의 운명은 오로지 大元帥에 달려있사옵니다. 하오니 이런 의식은 장엄할수록 大王과 국가에 이익이 되는 것이옵니다." "丞相께서 그리 생각하신다 면 그대로 합시다."

漢王은 大將(대장) 관영을 축산 도감(築壇都監)에 임명하고 설계도를 주며 命한 다. "기한을 두 달 줄 것이니, 그동안 이 설계도 대로 제단을 築造하도록 하오." 관영이 명령을 받고 물러가자, 簫何가 韓王에 게 다시 아뢴다. "大王 전하! 아뢰옵기 항공 하오 나 祭壇(제단) 공사가 완공된 뒤, 大元帥의 임명식을 거행하기 직전까지는 韓信을 대원수로 임명한다 는 사실을 일체 비밀에 부쳐 두시옵소서." "알겠 소. 나도 진작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소이다."

그런데 대원수를 임명하 기 위해 제단을 築造(축조)한다 는 소문이 퍼지자, 大將(대장)들 간에는 下馬評(하마평)이 나돌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漢王 과 수많은 전투에서 생사 고락을 같이 해오며 많은 功을 세워 온 번쾌, 주발, 조참 等은 자신이 대원수로 승진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은근히 기대에 부풀 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漢나라의 兵權(병권)을 총지휘하는 大元帥의 자리를 설마 아무 연고도 없는 韓信에게 주리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築壇(축단) 공사가 끝나자, 漢王은 丞相을 불렀다. "제단이 완성되었으니, 이제는 임명식을 거행하도록
합시다." 簫何가 아뢴다. "날자는 이미 택일하였사 옵니다. 그날 아침은 백성들에게 官道(관도)를 깨끗하게 쓸게 하고, 兵士(병사)들도 한 치의 착오가 없도록 출동 준비를 완료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韓信은 지금 營內(영내)에 기거하고 있사오 니, 그날에는 大王께서 文武 百官들을 거느리시고 營內까지 韓信을 직접 영접하러 가 주시도록 하시옵소서."

漢王은 그 말을 듣자 얼굴에 怒氣(노기)를 띠며, "아니, 大王인 내가 韓信을 직접 영접하러 가야 한다는 말씀이오?" 漢王으로서는 있을 수 있는 노여움이었 다. 臣下를 大王이 직접 영접하러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리라...

그러나 簫何는 침착하게, "물론 大王께서 臣下를 親히 영접하러 가신다는 것은 禮節(예절)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옵니다. 그러나 옛날 의 聖君(현군)들도 賢人을 맞아 올 때는 모두들 그렇게 하셨습니다. 그 옛날 劉備가 諸葛亮(제갈량)을 맞아 올 때도 그리하였고, 武王이 太公望을 맞아 올 때도 渭水(위수)를 직접 건너가서 親히 영접해 오셨습니다. 賢士 들은, 그 氣槪가 실로 도도함으로 이처럼 禮遇(예우) 해주는 게 관례이옵니다."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고 려. 그러면 丞相의 말씀대로 내가 직접 영접하도록 하겠소." "聖恩(성은)이 망극하 옵나이다."

마침내 大元帥 임명식이 있는 날이 되자, 漢王은 禮服(예복)을 갖춘 뒤, 文武 百官(무무백관)들을 거느리고 韓信이 거처하는 營內까지 親히 영접하러 나왔다. 이리하 여 韓信을 수레에 태워 祭壇(제단)으로 향하니, 좌우 길가에서는 깃발이 펄럭이는 데, 文官들은 峨冠(아관 : 긴 모양의 머리에 쓰는 것)을 쓰고 두 손을 揖(읍) 하며 길가 좌측에 도열하 고, 武官들은 갑옷에 투구를 쓰고, 한 손에는 長槍(장창)을 움켜잡고 우측에 도열해 섰다.

그런데 文武 百官(문무백관)들은 漢王이 대대적인 格式(격식)을 차려, 대원수로 모셔 오는 인물이 다른 사람이 아닌 韓信임을 보고, 모두들 기절초풍할 듯 놀랐다. 더구나 漢王을 陪行(배행 : 임금 뒤를 따라오며 수행함) 해 오던 번쾌는 新任 大元帥가 韓信임을 알자, 옆에 따라오는 주발에게 노골적으로 불평하기 시작한다. "우리들은 오늘날까지 목숨을 바쳐가며 大王을 받들어 모셔왔는 데, 저런 거지 같은 놈을 大元帥로 모셔오다니, 세상에 이런 모욕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나는 대장부로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번쾌는 이렇게 말하다가 별안간 말에서 뛰어내리 더니, 漢王과 韓信이 同乘(동승)하고 있는 御駕(어가) 앞으로 나가, 땅바닥에 엎드려 울분에 넘치는 어조로 외친다.

"大王 전하! 臣 번쾌는, 대왕 殿下께 긴히 여쭐 말씀이 있사옵니다. 대왕께서는 聽許(청허) 해 주시옵소 서." 이렇게 외치는 번쾌는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漢王은 예기치 못한 돌발 사태에 저어기 놀랐다. "번쾌 장군은 무슨 말씀을 하려고 그러시오. 어서 말씀을 해보시오." 번쾌는 수레 위에 앉아 있는 韓信을 노려보며 볼멘 목소리로 말한다.

"大王 전하께옵서 大元帥 로 발탁하시려는 韓信이 라는 者는, 어려서는 거지였을 뿐만 아니라, 楚나라에서는 겨우 執戟郞(:집 극랑~오늘날의 계급으로 치면 大尉, 중대장 級) 밖에 되지 못한 보잘것없는 위인이옵니다. 그런 者가 우리나라에 와서 甘言利說(감언이설)로 大王을 현혹시켰기로, 아무런 공도 없는 자를 大王께서 親히 모셔다 가 大元帥로 登龍(등용)하신다 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그렇게 되면, 대왕 전하와 生死 苦樂(생사고락)을 같이 해오던 功臣(공신)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질 것은 말할 것도 없사옵 고, 項羽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우리를 얼마나 업신여길 것이옵니까?! 이 일은 국가의 흥망과도 직결되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오니, 대왕께서는 부디 통촉해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그것은 누가 들어도 나올 만한 불평이었다. 그러나 성토의 대상이 된 韓信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수레 위에 의연히 앉아 있었다. 漢王은 창졸간에 무어라 답변해야 좋을지 몰라 잠시 어벙하게 앉아 있는데, 바로 그때 丞相 簫何가 앞으로 달려 나와, 번쾌를 향하여 큰소리로 꾸짖는다. "번쾌 장군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소? 그대들은 槍劍(창검)으로 敵을 찔러 죽이는 재주는 있을지 몰라도, 韓信 장군처럼 智略(지략)으로써 敵을 섬멸시킬 사람이 누가 있다는 말이오. 쓸데없는 불평으로 儀式(의식)을 문란하 게 하지 말고, 이제부터는 韓 장군의 명령에 절대복종해야 하오. 丞相인 내가 韓 將軍을 大元帥로 천거하여 결정한 일인데, 그대는 자신의 작은 功勞 만 믿고, 大王 殿下께 경거망동을 하였으니, 이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오."

그리고 簫何는 즉시 漢王 에게 稟(품)한다. "大王 殿下! 번쾌를 포박하여 下獄(하옥) 시 킨 뒤, 儀式(의식)이 끝나는 대 로 斬刑(참형)에 처하여 국법의 지엄함을 보여 주시옵소 서." 옆에 있던 하후영도 이어서 아뢴다. "대왕 전하! 번쾌는 대왕의 행차를 문란케 했으므로, 마땅 히 罰을 내리셔야 옳을 줄로 아뢰옵니다. 번쾌를 아끼시는 마음에서 罰하 지 않으시면, 軍律(군률)이 문란 해져서, 장차 項羽와 싸울 수가 없게 될 것이옵니다."

漢王은 그 말을 듣자, 크게 怒하며 즉석에서 명령을 내린다. "번쾌를 당장 포박하여 하옥시키 라. 그의 罪는 後에 엄중 히 다스리도록 하겠다." 번쾌는 그 자리에서 포박 을 당하여 下獄(하옥)되었고, 일행은 제단을 향하여 다시 나아간다.

번쾌를 하옥시키자 의식 은 더욱 엄숙해졌다. 이윽고 일행이 祭壇(제단)에 당도하니, 左右에 文武 百官들이 도열하여 漢王과 韓信을 정중하게 맞이하 고, 東西南北 四方에 늘어서있던 의장병들은 鐵砲(철포)를 세 번 쏘아 禮를 갖춘다. 漢王은 龍床 앞에 서고, 韓信은 王을 향하여 揖(읍)하고 마주 서자, 三絃 六角(옛날 악기의 이름)이 울려 퍼지며 大元帥의 임명식은 시작되었 다. 太史官(태사관)이 漢王을 대신하여, <告天文, 고천문>을 낭독한다.

"大 漢 元年 仲秋 戊寅朔 丙子日, 漢王 劉邦은 天神께 삼가 告하오니, 굽어 살펴주옵소서.

嗚呼(오호)!, 하늘은 衆生(중생)을 낳게 해 주시돼 牧者(목자)로 하여금 다스려 나가게 해 주셨습니다. 하온데 목자가 善政(선정)을 베풀지 아
이하여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허덕이고 있사옵니 다. 楚覇王 항우는 秦帝 를 정벌한 後, 왕위를 찬탈함은 물론, 楚懷王을 시해하고, 罪없는 군사들을 무수히 살육하여 진실로 천인공노할 重罪(중죄)를 저질렀사옵니다. 이에 漢王 劉邦은 하늘의 뜻을 받들고자, 正義로운 깃발을 높이 들었습니다. 이에, 韓信을 巴蜀 大元帥로 삼아 項羽를 懲罰(징벌)함으로 써, 도탄에서 신음하는 만백성을 구하고, 천하의 기틀을 바로잡고자 하나이다. 天地 神明(천지신명)이시여! 이러한 결정을 굽어 실피 시사 저 漢王 劉邦, 삼가 엎드려 큰 절을 올리오니 많은 보우(保佑 : 보호하 고 도와줌)를 내려주시옵 기 바라나이다."

漢王의 告天文 代讀(고천문 대독)이 끝나자, 하후영은 韓信에 게 大元帥의 印綏(인수)를 비롯하여, 활과 화살 등을 내리며 말한다.

"大王의 御命(어명)에 의하여, 大元帥의 인수를 내리오. 弓矢(궁시)도 아울러 하사하는 바이니, 이것으로써 不義(불의)를 정벌함에 추호의 빈틈 이 없도록 하시오." 韓信 은 무릎을 꿇고 세 번 절한 뒤에, 인수와 궁시를 우러 러 받들고 맹세한다. "臣 韓信은, 大王 殿下께 충성을 다할 것을 천지신 명께 굳게 맹세하옵나이 다."

그러나 대원수의 임명식 이 그것만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장소를 달리해서, 丞相 簫何에 대한 誓約式(서약식)이 있었다. 韓信은 인례관(引禮官)의 인도로 서약식장에 도착하자, 丞相 簫何는 西쪽을 향하여 서고, 韓信은 簫何 를 향하여 서서, 서약문을 韓信 자신이 직접 낭독한 다. 서약문 낭독이 끝나자, 丞相 簫何가 韓信에게 철부(鐵斧 : 쇠도끼)를 내려주며, "御命(어명)에 의하여 장군에게 <정의의 鐵斧>를 내리오. 이제부터는 天意(천의)로써 잔학무도한 무리 들을 가차 없이 정벌하여, 천하 만민이 고루 홍복을 누릴 수 있도록 身命(신명)을 다해 노력하시오."

임명식이 끝난 그날 밤, 韓王은 韓信을 따로 불러 축하연을 베풀며, "오늘 장군을 大元帥로 임명하였으니, 이제부터는 巴蜀 大元帥(파촉 대원수)로서 막중한 임무를 유감없이 수행하기 바라오. 모든 통수권을 장군에게 맡길 터인즉, 허를 보거든 지체 없이 찌르고, 실을 보거든 신중 히 머무르며, 군사가 많음 을 믿고 함부로 공격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해 주기 바라오." 韓信은 허리를 굽혀 아뢴다. "臣 韓信, 御意(어의)를 받들어 忠誠(충성)을 다하겠사옵나이다." "고마우신 말씀이오. 授命(수명)을 무겁게 생각하되, 몸이 귀하다고 남을 업신여기지 말 것이며, 매사를 독단으로 처리하지 말고, 衆智(중지)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시오. 특별히 부탁할 것은 고통과 즐거움은 언제든지 병사들과 같이 해주기 바라오. 최고 지휘자가 솔선수범 한다
면, 그 군사들은 生死를 초월한 强軍(강군)이 될 것이오."

"大王 殿下의 지우(知遇 : 남이 지신의 능력이나 재능을 알아 잘 대우하는 것)를 받았사온데 臣이 충성을 바치는데 어찌 신명을 아끼오리까?!" 漢王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丞相은 장군의 경륜을 극구 칭찬하셨는데, 나 또한 장군의 경륜을 직접 한번 들어보고 싶소이다." 하고 말했다.

韓信은 자세를 바로잡고 아뢴다. "大王께서는 어차 피 한 번은 項羽와 자웅 (雌雄 : 숫곰과 암곰의 대결)을 겨루셔야 하실 것이 온데, 대왕 전하의 智, 仁, 勇에 비하면 項羽 는 결코 두려워할 상대가 못 되옵니다." "세상에서 는 項羽를 천하제일의 장사라고 하는데, 장군은 項羽를 두려워할 상대가 아니라고 하니, 그것은 무슨 말씀이오?" 韓信이 대답한다. "물론 대왕 께오 서 항우와 1 : 1로 힘으로 겨루신다면, 죄송한 말씀 이오나 대왕께서는 項羽 를 당해 내시기가 매우 어려우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臣은 일찍이 項羽 를 섬겨보았던 관계로, 그의 됨됨이를 잘 알고 있사옵니다. 항우가 한번 호령하면 만인이 떠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오나 그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가려 쓸 줄 모르기 때문에, 그의 용기는 자신만의 匹夫之勇(필부지용)에 불과한 것이옵니다. 뿐만 아니라 項羽는 부하를 사랑할 줄도, 論功行賞도 제대로 행할 줄 모르니, 그의 사랑이란 부인지인(婦人之仁 : 제 마누라만 사랑할 줄 앎)에 불과하다 할 것이옵니다. 더욱이 항우는 천혜의 요새인 咸陽을 버리고 彭城에 도읍한 점, 義帝(의제를 弑害(시해)함으로써, 천하의 인심을 잃어버린 점 等,... 어느 하나도 존경받을만한 인물이 되지 못하옵니다.

그와는 반대로 大王께오 서는 咸陽에 入城하셨을 때, <約法三章, 약법삼장>을 공포하 사 民心을 수습하시어 간단히 백성의 우러름을 한 몸에 받으셨으니, 어느 누가 대왕을 환영하지 않겠사옵니까? 게다가 우리 군사들은 하나같이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熱望(열망)에 차 있으니, 그 누가 우리의 앞길을 막을 수가 있겠사옵니까?!."

韓信의 경륜이 녹아 넘치는 雄辯(웅변)을 듣고 난 漢王은 그동안 韓信을 너무도 몰라본 자신이 실로 부끄럽고 후회스러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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