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국지 86

2023. 2. 21. 20:24열국지

列國誌 86: 楚漢誌 9 簫何의 勞苦



簫何는 韓信(한신)을 貴客(귀객)으로 모시며, 10 여일 간 그의
경륜과 포부를 다양하게 시험해 보았다.
그런데 한신의 경륜과 포부는 놀라울 만큼 크고 치밀하였다.
簫何는 너무도 놀라워 문득,
(일찍이 張良 선생은 大元帥(대원수)가 될 만한 인재를 求해 보내 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혹시 韓信 이 사람이 張良 선생께서 보내신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張良이 사람을 求해 보낼 때에는 반드시 자신과 나눈 半 조각의 證標(증표)를 주어 보내기로
약속한 바가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한신은 자신에게 증표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쪽에서 먼저 그런 문제를 물어볼 수도 없었다.

韓信은 張良으로부터 받은 증표를 간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남의 추천으로 登龍(등용)된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처럼 자신의 능력에 대하여 試驗(시험)을 거치고 있는 단계에서 증표를 내 보이기는 더욱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韓信이라는 인물이 大元帥 깜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한 簫何(소하)는 어느 날 궁중으로 漢王을 찾아가 稟(품)한다.
"大王 전하! 招賢館(초현관)의 榜文(방문)을 통해, 大 人材를 한 사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大元帥가 되고도 남을 재목이오니, 한 번 만나 보시도록 하시옵소서."

韓王은 즉석에서 반문한다.
"이름이 뭐라고 하는 사람이오?"
"이름은 <韓信>이라고 하는 사람이 온데, 일찍이 項羽의 그늘에서 <집극랑> 벼슬을 지냈다고 하옵니다. 그동안 항우에게 좋은 計略(계략)을 여러 번 제시하였다고 하오나, 항우가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아니하므로 마침내 항우를 등지고 대왕께 歸依(귀의)하고자 찾아온 사람이옵니다."

"丞相은 그 사람의 計略이나 포부 등을 직접 들어 보신 일이 계시오?"
"예, 10 여 일 동안 臣의 집에서 숙식을 같이하며 여러 모로 對談(대담) 해 보았사온데, 그의 지략은 孫子나 吳子에게도 뒤지지 않는 것 같사옵니다."
漢王은 그 말을 듣고, 크게 웃는다.

"나는 고향에 있을 때, 그 사람의 소문을 많이 들었소. 한신은 집이 가난하여, 어려서는 빨래하는 여인에게 밥을 빌어먹은 일도 있었고, 깡패에게 시달렸을 때는 겁에 질려 깡패의 사타구니 밑으로 기어가는 모욕을 당한 일도 있었다고 하오. 丞相은 한신을 대원수로 기용하고 싶겠지만, 그런 사람을 대원수로 등용시키면 남들이 나를 얼마나 비웃을 것이오? 애쓰셨지만, 승상은 사람을 잘못 보아도 크게 잘못 보신 것 같소이다."
漢王은 簫何의 청원을 더 이상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하는 단념하지 않았다.
"대왕 전하! 옛날부터 명장들 치고, 가난한 집 출신이 아닌 사람이 누가 있사옵니까. 李尹은 풀이나 깎아 먹던 草夫(초부)였사옵고, 太公望(태공망)은 위수에서 낚시질로 생계를 이어가던 漁夫(어부)였사옵고, 樂毅(악의)는 수레나 끌던 馬夫였사오나, 그들은 주인을 잘 만나 모두가 천하의 명장이 된 것이옵니다. 대왕께서는 그 점을 생각하시어, 한신을 등용해 주시기를 거듭 원하옵니다."

한 왕 유방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한다.
"승상의 말씀대로 伊尹이나 太公望(태공망) 등이 비천한 가문의 출신인 것은 사실이오. 그러나 韓信도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고 그들처럼 명장이 된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 아니오?"

簫何가 다시 말한다.
"臣은, 韓信을 가난한 집 출신이라는 이유로 천거하는 것은 아니옵니다. 한신은 천하 대사를 움직일 수 있는 雄志(웅지)를 가지고 있는 희대의 기재라고 봅니다. 대왕께서 그를 높이 써주지 않으시면, 그는 반드시 다른 나라를 찾아가고 말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 큰 손실이 있을 것이오니, 대왕께서는 韓信을 등용하시어, 楚나라를 정벌함으로써 천하를 도모하시옵소서."

"승상이 한신을 그토록 그토록 칭찬하시니, 한번 만나 보고 적당히 쓰기로 합시다."
韓信은 王命에 의하여 入闕(입궐)하여, 漢王을 배알 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신을 대하는 한 왕의 태도가 너무나 소홀하므로 한신은,
(나를 對하는 예절이 이럴진대, 나를 등용해 주기는 틀렸구나.)
하고 내심으로 각오를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漢王은 韓信을 만나더니 대뜸 이렇게 말한다.
"그대가 만리 길을 멀다 않고 나를 찾아왔다니, 매우 기특하구려, 그러나 내가 아직은 그대의 재능을 몰라 높이 써주기는 어려워 우선 <連倉官, 연창관>에 임명할 것이니, 양곡 관리에 만전을 기해 주기 바라오."

연창관이란 창고지기들을 감독하는 직책이었다.
"대왕께서 벼슬을 제수해 주시니, 고맙게 받들겠습니다."
韓信은 불쾌한 기색을 보이지 않고 御殿(어전)을 물러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簫何는 韓信을 대하기가 민망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그러나 연창관에 임명된 한신은 그 길로 창고 안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곡식들은 한 바퀴 둘러보고 나더니, 대뜸 창고지기에게,
"10개의 창고에 쌓여 있는 쌀이 모두 합하면 15,672 섬이구려."
하고 창고지기에게 확인하는 것이 아닌가?

창고지기는 그 수효가 너무도 정확한 데 깜짝 놀랐다. 그리하여 韓信에게 경의를 표하며 묻는다.
"저는 여기서 창고지기를 10 년 넘도록 계속하여 옵니다만, 대인처럼 算法(산법)에 밝으신 분은 처음 보았습니다. 이 많은 곡식을 어느 틈에 그처럼 정확하게 세어 보셨습니까?"

韓信은 웃었다.
"이 사람아! 이 많은 곡식을 무슨 재주로 일일이 세어 본다는 말인가? 그러나 무슨 일이든 머리를 잘 쓰면 쉽게 답이 나올 수가 있는 법이네."
창고지기는 그저 놀랍기만 하였다.
丞相 소하가 그 소식을 전해 듣고, 한신을 급히 찾아왔다.
소하가 한신을 만나자 물었다.

"나는 귀공을 대원수로 발탁해 주시도록 천거했었소. 그러나 대왕께서는 귀공의 재능을 모르시는 까닭에, 하찮은 벼슬을 내려 주셔서 민망하기 짝이 없었소이다. 어쨌거나 貴公은 10개의 창고를 한 번 돌아보고 나서, 재고량을 한 섬도 틀리지 않게, 알아맞혔다고 하는데, 무슨 방법으로 이처럼 정확하게 알아내셨소?"

한신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算法(산법)에는 小九數法(소구수법)과 大九數法(대구수법)의 두 가지 算法(산법)이 있사옵니다. 그 산법에 능통하면, 四海九州 ( ~四方의 바다와 全國을 9개로 나눈 땅의 모양)의 運行(운행)도 쉽게 알아낼 수가 있사옵니다. 그 옛날 '伏羲氏, 복희 씨, ' ( 중국 古代 전설상의 제왕으로 팔괘를 처음 만들고, 그물을 처음 만들어 백성들에게 고기잡이의 방법을 가르친 위대한 제왕)는 그 算法(산법)에 의하여, 천하를 다스려 나갔던 것이옵니다."

소하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가운데, 한신이 다시 말한다.
"제가 창고를 돌아보오니, 쌀을 저장해 둔지 너무 오래되어, 일부의 쌀은 변질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저 장미는 햅쌀로 바꿔 두시고, 묵은쌀은 모두 救恤米(구휼미)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심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그리하면 一擧兩得(일거양득)이 될 것이옵고, 그렇게 하시는 것이 丞相의 직무이기도 하실 것이옵니다."

簫何는 그 말을 듣고 크게 탄복한다.
"참으로 좋은 말씀을 해 주셨소. 대왕의 허락을 받아 곧 그렇게 하도록 하겠소."
소하는 한신의 재능을 그대로 썩힐 수가 없어, 다음날 아침, 다시 입궐하였다.

漢王은 簫何를 보자, 대뜸 쓸쓸한 표정으로 말한다.
"승상! 나는 요즈음 부모님 생각이 간절하여 견딜 수가 없구려. 項羽에게 볼모로 잡혀 계시는 부모님은 잘들 계신지, 여간 걱정이 많구려."

"대왕께서 부모님을 뵙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옵니다. 楚나라를 쳐부술 대원수 한 사람만 얻으시면 언제든지 부모님을 뵈올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나도 그 점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오. 그러나 大元帥의 재목을 어디서 그리 쉽게 구하겠소?"

그러자 簫何는 다시 한번 韓信을 천거하였다.
"한신을 대원수로 등용하시면, 楚(초) 나라를 정벌하고 천하까지 도모할 수가 있을 것이오니, 바라옵건대 한신을 대원수로 기용해 주시옵소서."
그러나 한 왕은 또다시 고개를 가로젓는다,.

"한신은 가난한 집에 태어나, 자기 몸 하나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위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사람이 어떻게 항우를 쳐부술 수가 있단 말이오?"
소하는 하도 안타까워 한신의 재능을 입이 닳도록 설명했다.
그러나 벽창호 같은 漢王은 여전히 도리질만 할 뿐이었다.

"한 두 가지 재주만 보아 가지고, 어찌 大元帥로 쓸 수 있단 말이오?"
"韓信은 어느 모로 보아도 대원수의 재목입니다. 대왕께서는 그르침이 없으시도록 하시옵소서."
"卿(경)이 그렇게까지 칭찬하시니, 그러면 한신을 <치속 도위(治粟都尉)>로 승격시켜 주도록 하겠소."
연창관이 창고지기의 감독관이라면, <치속 도위>는 국가의 양곡 정책을 좌우하는 要職(요직)이었다. 따라서 한신의 영전은 파격적인 승진인 셈이었다.

그러나 韓信이 보통 인물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는 소하는, 한신에게 승진 사실을 알려 주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귀공을 대원수로 등용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볼 테니, 당분간만 참고 기다려 주기를 바라오."
하고 애원하듯 말했다.

한신이 대답한다.
"저는 丞相만 믿고, 새로운 직무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한신은 <치속 도위>에 취임하고 나자, 국가의 양곡 정책에 일대 혁신을 기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양곡의 헌납이 있을 때마다, 관리들은 賂物米(뇌물미)까지 얹어서 받아 왔었는데, 한신이 부임해 온 그날부터 <뇌물미>라는 것을 일체 없애 버리는 동시에 부정 축재를 해오던 汚吏(오리)들을 그날로 깨끗이 잘라 버렸다. 그로 인하여 백성들의 헌납미는 대폭 줄어들게 되니...

백성들은 한신의 이러한 과감한 처사에 너무도 감격한 나머지, 그 後부터는 앞 다투어 곡식을 자진 헌납하는 것이었다. 백성들은 그것만으로 부족하여, 반년쯤 지났을 무렵에는 떼를 지어 丞相府(승상부)로 소하를 찾아와,
"새로 부임해 오신 도위께서 양곡 정책을 너무도 공평하게 처리해 주셔서, 저희들은 오랬만에 가난을 면하게 되었습니다. 바라옵건대, 한신 도위을 그 자리에 오래 머물러 계시게 해 주시옵소서."
하는 진정서까지 올렸다.

소하는 한신의 탁월한 수완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그를 大元帥로 다시 한번 천거하기 위하여 대궐로 한 왕을 배알 하고자 찾아갔다.
한 왕은 소하를 보자, 또다시 탄식하듯 말한다.
"나는 요즘에는 밤마다 꿈자리가 사나워, 부모님 생각이 더욱 간절해 못 견디겠구려. 언제쯤이나 부모님을 뵈올 수가 있겠소?"

소하가 대답한다.
"그 옛날 齊나라의 景公(경공)은 사냥에서 돌아와, 名 재상 안자(晏子)에게 <나는 요사이 꿈자리가 사나워 기분이 매우 좋지 않구려.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하고 물으신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자가 <무슨 꿈을 꾸셨기에 그러시옵니까?> 하고 물었더니, 景公께서는 <산에 올라가서는 호랑이를 만나는 꿈을 꾸었고, 늪 (沼)에 들어가서는 뱀을 만나는 꿈을 꾸니, 그게 흉몽이 아니고 뭐겠소> 하고 대답하더랍니다."

漢王은 꿈에 대한 해몽이 더욱 궁금하여, 다시 묻는다.
"그래서 재상 晏子(안자)는 해몽을 어떻게 했다고 합디까?"
"晏子가 대답하기를 <호랑이는 산에서 사는 짐승이고, 뱀은 늪에서 사는 동물입니다. 산에 가서 호랑이를 보시고, 늪에서 뱀을 만나신 것이 무슨 흉몽이겠습니까? 진실로 나라에 상서롭지 못한 일이 있다면, 오직 세 가지의 불상사가 있을 뿐입니다> 하고 대답했다 하옵니다."

漢王은 즉석에서 簫何에게 반문한다.
"晏子가 말하는 <나라의 세 가지 불상사>란 도대체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이었소?"
소하가 대답한다.
"晏子는 천하의 명 宰相답게, 그가 지적한 세 가지의 불상사란 다음과 같은 것 들이었습니다.
첫째, 나라에 어진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께서 그것을 모르고 계시면 그것이 첫 번째 불상사이옵고,
둘째, 임금께서 어진 사람임을 알고 계시면서도 그 사람을 등용치 않으시면 그것은 두 번째 불상사이옵고 셋째, 임금께서 어진사람임을 알아보시고 그 사람을 등용하시더라도 대들보로 써야 할 사람을 서까래로 쓰신다면, 그것은 세 번째의 불상사라는 것이었습니다."

漢왕은 그제야 소하의 의도를 알아채고 , 웃으면서 말한다.
"우리나라에 그와 같은 인재가 있기만 하다면, 난들 어찌 그런 인물을 등용하지 않겠소. 그런 사람이 있거든 지금이라도 천거해 주시오."

소하가 숙연히 아뢴다.
"지금 <치속 도위>로 근무하는 韓信이야말로 賢人중에 賢人이옵니다. 臣은 그동안 여러 차례 韓信을 大元帥(대원수)로 기용해 주시기를 간청했사오나, 대왕께서는 그를 가난한 집 출신이라는 이유로 끝내 기용해 주지 않고 계시옵니다. 만약 韓信 같은 賢人을 높이 써주지 않으시면, 만천하의 현인들이 누가 대왕 그늘로 모여들 것이옵니까? 바라옵건대, 대왕께서는 한신을 대원수로 등용해 주시옵소서."

소하의 청원은 간곡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漢王은 그 말을 듣고, 정색을 하며 簫何를 나무란다.
"韓信이 뭐가 대단한 인물이라고, 승상은 입이 닳도록 치켜올리고 계시오. 한신은 <치속 도위>로도 오히려 과분한 편이니 이 이상 거론하지 마시오."

그러나 소하는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면, 그냥 물러설 수가 없었다.
"대왕 전하! 만약 한신을 대원수로 발탁해 주지 않으시면, 그는 반드시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다른 나라로 가버리고 말게 될 것이옵니다. 그러면 우리로서는 손실이 너무도 클 것이오니, 그 점을 특히 고려해 주시옵소서."

그러자 한 왕은 꾸짖듯 나무란다.
"자고로 벼슬이란 함부로 높여 주는 법이 아니오. 바로 얼마 전에 특진을 시켜 준 사람을 더 이상 어떻게 하라는 말씀이오. 아무런 공로도 없는 한신을 대원수로 발탁하면, 지금까지 수많은 공로를 세워 온 대장들이 나를 얼마나 원망하게 되겠소. 賞罰(상벌)은 어디까지나 공평해야 하는 법이오."

소하가 다시 아뢴다.
"황공하오나 신도 그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옵니다. 그러나 韓信은 너무도 큰 인물이옵니다. 우리에게는 戰功(전공)을 세운 대장들이 많기는 하오나, 한신 같은 棟樑之才(동량지재)는 한 사람도 없사오니, 그 점을 고려해 주시옵소서."

소하는 한신을 대원수로 기용하려고 갖은 애를 다 써보았다.
그러나 漢王은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러기에 소하의 청원을 간접접으로 거절하려고, 말머리를 슬쩍 돌렸다.

"張良 선생은 우리들과 작별하실 때, 破楚大元帥(파초 대원수)가 될 만한 인재를 꼭 求해 보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소. 그러하니 張良 선생이 머지않아 좋은 사람을 보내 주실 것이니, 모든 문제는 그때 가서 다시 상의하기로 합시다."

(劉邦!~
솔직히 말한다면, 벽창호 같은 劉邦이
사람을 잘 만나고 항우같이 힘은 있으나 우직한 상대방을 만나서 천하통일을 이루었지만 張良, 韓信, 簫何 ~ 이 세 사람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라 판단된다. 바야흐로 다음 回부터는 드디어 韓信의 활약이 시작되어 흥미에 재미를 더하게 될 것입니다.^^)


소하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가 없어, 御殿(어전)을 물러나오고 말았다.
그러나 韓信을 그냥 두었다가는 언제 뜨게 될지 몰라, 불안해 견딜 수 없었다. 簫何는 韓信을 이처럼 희대의 인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한신의 마음을 달래 주기 위하여, 그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술잔을 나누며 양해를 구했다.
"나는 貴公(귀공)을 大元帥로 발탁해 주시도록 오늘도 대왕전에 간청을 해보았소. 하지만 대왕께서는 귀공의 재능을 모르시는 까닭에 오늘도 聽許(청허)해 주실 기미를 보이지 않으시는구려. 그러나 언젠가는 귀공을 대원수로 등용해 주실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니, 귀공은 나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오."
"...."

한신은 가타부타 말이 없이 술만 마시고 있었다.
소하는 한신의 기분을 돌려주려고 술을 연신 권하며, 얼른 화제를 돌렸다.
"나는 漢王을 받들고 천하를 도모해 볼 생각인데, 貴公은 그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오?"

韓信은 그제야 입을 열어 말한다.
"승상께서 그러한 포부를 가지고 계신 줄은 잘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기에 저도 그와 같은 웅대한 계획에 참여하는 기쁨을 가지고 싶어,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옵니다."

소하는 그 말을 듣고 백만 대군을 얻은 듯한 기쁨을 느꼈다. 그리하여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던 계획을 한신에게 토로하였다.
"천하를 한꺼번에 통일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오. 그러하니 처음에는 三秦王(삼진왕)을 평정하고, 그다음에는 項羽를 쳐부수고,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는, 六國 병합에 나서면, 천하는 절로 하나가 될 것이오."
소하는 자신을 가지고 말했다.

그러나 韓信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매우 외람된 말씀이오나, 전쟁이란 丞相께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이쪽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옵니다. 무릇 전쟁이란 상대방의 動態(동태)에 따라 대응해 가면서 싸워야 하는 고로 마치 물이 地形(지형)에 따라 흘러가듯이, 기회를 민첩하게 포착하여 자유자재로 戰術(전술)을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옵니다. 따라서 전쟁에서는 승상께서 말씀하시듯 고정된 작전 계획이란 있을 수가 없는 것이옵니다."

簫何는 그 말을 듣고, 韓信의 놀라운 병법과 영민한 두뇌에 또 한 번 탄복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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